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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독서는 해석의 과정이 중요하지 많이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가끔씩 초보 독서가들의 많이 읽어라는 글을 보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그 사람이 정말 독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얘기라면 '아 왜 저렇게 얘기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라는 입장이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직 독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꼭 해석을 해야하고 생각을 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서 그 자체를 즐기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읽고 뭔가를 알고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사실 독서의 즐거움 아니겠습니까? 사실 저와 같은 경우는 의도적으로 지식을 얻기 위해서 읽는 경우가 많다 보니(아닌 경우는 베스트셀러를 볼 때죠. 왜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을까를 보려고 읽으니) 꼭 해석을 하려고 드는 성향이 매우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서 책의 권수를 꼭 얘기하면서 자신이 많이 읽는 양 하는 것은 꼭 그래야만 자신이 아는 게 많고 똑똑해 보이는가 봅니다. 저는 그런 경우는 사실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만큼 많이 알고 있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이 자연스레 남이 알게 된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항상 주장하는 것이 '비판적, 주체적 책읽기'입니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봐야만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내 생각을 갖고 읽어야만 저자의 논리에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냥 이게 일개 블로거의 견해일까요? 역사 속의 위대한 인물들의 얘기를 인용해 봅니다. 제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도 있지만 사실 이런 게 읽는 이들에게는 약발이 잘 먹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 봅니다. 안 그러면 제가 유명해지는 수 밖에... ^^

독서는 다만 지식의 재료를 줄 뿐이다.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 - 존 로크
매우 좋아하는 문구입니다. 독서의 핵심은 사색에 있다는 것입니다. 사색을 통한 내용의 해석이 결국 자신의 지식을 살찌우는 핵심이라는 얘기겠습니다. 역시나 철학자다운 문구라 생각합니다.

읽은 내용을 하나도 잊지 않으려고 드는 것은, 먹은 음식을 몸 안에 고스란히 간수하려는 것과 다름없다. - 쇼펜하우어
이 부분은 최근 들어서 제가 되뇌이고 되뇌이는 문구입니다. 예전에 독서를 주제로 한 블로그 포럼에서 밝힌 저의 입장도 분명 이러했는데 요즈음에는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마치 다 빼지 않고 소화하려는 듯한 느낌을 저 스스로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책의 권수보다는 읽고 사색하는 것, 해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한 권의 책을 읽어도 그렇게 꼽씹으면서 리뷰를 하고 정리를 하고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도움이 됩니다. 도움은 되지만 사실 부담되고 힘겨운 작업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너무 치우치면 안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요즈음 들어서 많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 자신이 이해못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그것을 굳이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 것(아마 블로그 포럼에서 얘기했던 부분입니다. 공부 방법과도 비교하면서. 동영상 확인해보시길)이라고 해석합니다.

그 순간에 이해 안되는 것은 지식을 쌓아나가는 과정 중에서 어느 순간에 알게 되는 것이라는 겁니다. 마치 중학교 때 이차 방정식을 처음 접할 때는 잘 모르겠던 것이 고등학교 수준이 되면 암산도 가능해지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결국 지식이 차곡 차곡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에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훌륭한 책을 많이 읽더라도 저자와 같은 경험을 하기 전까지는 그 내용을 실감하며 이해하기는 어렵다 - 존 카츠
존 카츠가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의 한계에 대해서 수년 전에 제 홈페이지(지금은 블로그로 글을 옮겨두었지만)에 적었던 글이 있습니다. <책은 인생의 등대이다.>가 그 글입니다. 이 존 카츠의 말은 아마 제가 기억하기로는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이라는 책을 보고 정리한 것으로 기억하니 제가 이 문구를 보고 얘기한 것은 아니라 제 인생 경험상 드는 생각을 적었던 부분이 존 카츠의 말과  일맥상통한 것이었습니다.

해석의 과정 중요합니다. 간접 경험 중요합니다.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한 경험을 하기 이전에 간접 경험을 통해서 이해를 하고 있으면 그러한 새로운 경험에 대한 대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머리로 이해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겪어보면 단순한 말 한마디가 뼈저리게 느껴지는 때가 되어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는 순간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똑똑한 천재형 인간보다는 산전수전 겪은 사람들이 더 무섭습니다. 외부에 똑똑한 인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만날 때도 배경이 좋고 아는 것이 많고 똑똑하기까지 해도 실전 경험이 부족하면 그리 겁을 내지는 않는 편입니다. 그러나 실전 경험이 풍부한 사람은 분명 그 사람의 경험 속에 녹아든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귀담아 들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두서없이 적고 나니 글제목과 약간 다른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기존에 독서에 관련된 글을 보면 다 나와 있는 얘기를 짜집기한 수준 밖에 안 된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검색을 통해서 방문하고 관심 있는 것만 읽고 나서 떠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나름 좋은 글이라고 저 스스로 생각하는 글도 묻히고 마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사실 예전에는 제목 자체를 매우 함축적인 어휘들로만 적다가 블로그 하면서 제목을 풀어서 적기 시작했는데 기존 홈페이지의 자료들을 옮기면서는 한동안 기존 홈페이지 제목을 그대로 옮겼기에 그런 듯... 어쨌든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사색하면서 해석을 하면서 읽으시면 독서의 재미가 한층 배가 될 것입니다. 그 핵심은 위에서 얘기했듯이 '비판적, 주체적 책읽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