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독서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기부에 대한 편견을 바꾸어준 책


월덴지기님의 북크로싱으로 받은 책인데 간만에 흐뭇한 독서를 한 듯하다. 예전에 사회단체에서 일하던 친구와 논하던 얘기들이 떠올랐다. 그 때만해도 목적에는 동의하나 방법적인 부분에서는 동의하지 않았던 나였는데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를 읽고서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 듯하다. 피터 싱어의 말이 더 낫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인정할 수밖에 없다.


기부를 하면 뭐해? 쓸데없는 데 돈 쓰는 걸

기부를 하면 그 돈으로 쓸데없는 데 돈 쓰는 게 나는 맘에 안 들었다. 그만큼 신뢰할 만한 단체를 가린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도 아니거니와 나는 그들은 그게 그들의 현실에서 삶을 영위하는 직업이라 생각했기에 기부금을 받아 자기네들 월급 챙기는 걸 그리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 게 사실이다. 물론 당연히 들어가야할 비용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보지만 문제는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냐다.

그런데 우선 이런 생각에 대한 프레임을 바꾸기로 했다. 그건 이 책을 통해서 느낀 바다. 내 생각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이다. 기부를 하지도 않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적어도 그 기부금에서 많은 부분이 그 단체의 관리 비용으로 들어간다 할지라도 일부는 분명 좋은 데에 쓰인다는 점은 사실이니까.

게다가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에서 읽은 내용을 미루어 보면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비용들도 내가 생각했던 수준보다는 훨씬 많다는 점을 알 수 있었기에 지금껏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데에 대한 내 스스로의 반성이기도 하다.

다만 이러한 것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단체도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기로는 했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데에 있어서는 고려해야할 부분이 있다. 내가 조사를 안 해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런 단체들 중에 단체에 속한 사람들 월급부터 시작해서 그 내역을 일일이 공개하는 곳이 있나? 만약 그런 곳이 있다면 좀 믿음이 갈텐데 말이다.


푼돈을 주기 보다는 자생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게...

이건 내가 사회단체에서 일하던 친구와 논했던 핵심적인 내용이었다.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조금씩 도와주기 보다는 그들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터전을 만들어주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거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계속 도와만주면 사람의 심리가 그러하듯 의존하게 되기도 하거니와 그렇게 조금씩 도와주기 보다는 기다렸다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는 게(한 번에 도와주는 게) 낫지 않냐는 거였다. 그러나 틀렸다.

내가 생각했던 방식으로 도와주게 되면 그 사이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길 뿐더러 나중에 한 번에 도와주는 비용이 오히려 더 크다는 거다. 전혀 생각치 못했던 부분이었다. 내 말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실상 현실을 놓고 볼 때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서 보여준다. 이런 것을 보면서 이 일에도 전문가들은 따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전문가들에게는 기부금에서 일부를 떼어 비용으로 지불한다고 하더라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비유 사례가 너무 적나라한 책

댐이 무너져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뛰어나갔다. 알리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은 다 죽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데 뛰어나가고 보니 집에 자신의 아이가 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딜레마에 빠졌다. 과연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돌아가서 아이를 데리고 나와야할 것인지, 아니면 수많은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아이를 포기할 것인지.

이런 사례들이 몇 개 눈에 띄는데 사례를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사례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피터 싱어는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고 그것이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물론 극단적인 사례이기에 항상 현실에서 그런 극단적인 사례와 같은 경우가 생긴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극단적인 사례는 판단의 잣대를 결정하는 데에 매우 유용하다.

피터 싱어는 과연 무엇이라 했을까? 그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


기부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책

그런 일을 하기에 많은 이들이 기부를 해야한다는 당위성을 설파하고자 적은 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피터 싱어의 얘기는 매우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어서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 책을 통해 적어도 나는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계기가 된 듯하다. 단순히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감성에 호소하기 보다 이 책은 인간이면 누구나 가진 이성에 설득력 있는 얘기로 이해를 시켜주고 있기에 너무나 좋았던 책이다.

기부에 대한 편견에 대한 피터 싱어의 견해들을 읽고 있노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수많은 데이터를 근거로 논리적으로 얘기하고 있기에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고, 기부를 이끌어내는 방법 또한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했기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사례들도 재미있었고(그 중에는 세계 부호들의 기부에 대한 사례도 있다.) 내용을 전개하는 것도 아주 체계적이어서 독서하는 그 시간이 정말 즐거웠던 책이었다.

비록 분류는 사회학으로 되어 있으나(사회 문제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교양서로서 꼭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극심한 자본주의를 사는 우리지만 인간으로서 한 번 즈음은 생각해봐야할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강추한다.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산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