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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우리가 역사 소설을 바라볼 때 가져야할 자세

과거는 해석의 산물

과거는 선택된 해석이다.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도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진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경향이 있다.
객관적이라고 하는 것도 많은 관점에서 다양한 생각을 하는 것이지
그러한 생각을 통한 자신의 선택, 판단에는 결국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러한 해석에 있어서 좀 더 설득력이 있다거나
남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할 때 따르는 경향이 있다.


역사 소설은 무슨 의미?

그래서 역사를 접할 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실만을 기록한 것인가?
아니면 작가의 해석이 들어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사실만을 기록한 것이라면 몰라도 작가의 해석이 들어간 것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설득력 있는 것이라고 할 지라도
한 사람의 해석의 과정을 거친 것이라 사실이라고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역사 소설을 쓰는 작가는 방대한 자료들을 통해서 집필을 한다.
그러나 그런 자료들 속에는 사실만을 기록한 자료 뿐만이 아니라
당대의 또는 후대의 사람이 해석을 해놓은 것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해석들을 보면서 참조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 소설이라 함은 사실과 해석이 섞여 있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소설 "삼국지"

우리나라에 많은 삼국지가 있다. 그리고 재야의 많은 삼국지 고수들도 있다.
그래서 다루기 힘든 소설인 것만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에 삼국지 하면 이문열의 "삼국지"가 마치 수학의 정석처럼 취급된다.
그러나 나는 이문열의 "삼국지"를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이유는 의식있는 지식인이 썼다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평역이라고 되어 있으니 할 말은 없지만 평역이라도 나같으면 그렇게 쓰지 않았겠다.

우선 이문열의 "삼국지"는 평역이다. 원작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다.
결국 그것에 기초하여 맛깔스런 필치로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문열의 삼국지"는 개인적으로 논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
의식있는 지식인이라면 사실의 왜곡된 부분을 주석등을 통해서 충분히 보여줬어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글에서 소설 "삼국지"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다.

나관중은 원나라에서 명나라때의 소설가다. 즉 "삼국지연의"는 소설이라는 거다.
근데 실존인물이 나오는 소설이다. 결국 사실과 해석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삼국지연의"에는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소설을 쓰다보면 작가가 상상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떤 말에 대하여 주인공의 심경 변화라든지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가 없는 부분이니 그러한 심경의 묘사등은 작가의 상상의 산물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전혀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고, 시대를 뒤섞어 버리기도 한다.
이건 묘사에 의한 과장이 아니다. 자기가 부각시키고 싶은 부분을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허구를 가미하며 마치 사실인 양 얘기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실제 있던 사실들을 시간을 바꿔버리고 섞어버리기도 한다.
아주 위험한 작가인 것이다. 아무리 유비의 德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해도
지나친 왜곡은 작가의 의도마저 왜곡하기 쉽상인 것이다.
사실은 그대로 전달하되 해석은 자유롭게 해야하지 않겠는가?


역사 소설을 읽기 전과 읽은 후

요즈음 읽고 있는 책이 역사 소설이다.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에 대한 재밌는 논란"에서 이영훈 교수가
조정래 작가를 비판하면서 언급했던 작가. 바로 시바 료타로의 소설이다.
역사 소설을 읽기 이전에 작자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된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은 그 사람의 시각, 관점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작가의 사상이 어떻하다 해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되는 것이다.
작가가 의식 있는 사람이라 하여 맹신할 필요도 없지만
의식 없다고 생각된다 하여 책 자체도 그런 류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하고
유비의 德이라는 리더십을 가슴 깊게 깨달으면 되는 것이다.
역사라는 소재를 갖고 허구적인 얘기들이 많다 해도
이런 의미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삼국지"의 사례와 같이 자칫 잘못하여 소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에
읽으면서 또는 읽은 후에 역사적인 부분들을 한 번씩 참조해본다면
조금은 나만의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역사 소설은 역사 소설 그것만으로 전달해주는 것이 있다면
역사 소설을 통해 관심을 갖게된 역사 그 자체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하는 후행 과정이 필요
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