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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철의 여인: 메릴 스트립의 연기에는 박수, 영화는 그닥


나의 3,064번째 영화.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그래서 봤다. 근데 솔직히 좀 실망했다. 일부러 그렇게 구성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반 이상이 대처의 치매 증상이다. 도대체 왜? 왜? 그렇게 러닝 타임의 반 정도를 거기에 할애를 한 건지 모르겠다. 관객의 입장에서 정말 욕나온다. 근데 욕나오는 걸 억제할 수 있었던 건 대처 수상 역을 한 메릴 스트립의 연기 덕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구성을 했기 때문에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더욱 빛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분명 많은 관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최고였다 그러나 별로 재미없다. 나만의 생각일까? 치매 증상을 보이는 대처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장면이 전환되는 거 보다는 차라리 어린 시절부터 겪었던 일들을 죽 보여주는 게 훨씬 나았을 듯 싶다.

메릴 스트립의 명연기에도 불구하고(정말 정말 연기 잘 한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배우 없냐고!) 개인 평점은 엄청 짜게 준다. 6점. 그러나 메릴 스트립의 명연기만큼은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다. 배우가 이렇게 그 인물에 대해서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할까 싶다. 대단한 배우다. 메릴 스트립의 명연기를 보고 싶다면 봐도 좋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기대는 금물.


신자유주의와 대처리즘: Neoliberalism & Thatcherism


경제학에 대한 책 좀 봤다 하면 대처 수상의 여러 정책을 일컫는 대처리즘에 대해서 알 것이다. 물론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와 함께 말이다. 이거에 대해서 모른다 하더라도 아마 이런 얘기는 종종 들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선두라고 하면 대처 수상과 레이건 대통령을 꼽을 수 있고, 이 둘의 경제 정책을 일컬어 대처리즘, 레이거노믹스라고 한다.


지금에서야 신자유주의는 나쁜 것이라고 사회 통념상 그렇게 인식이 되어 대처 수상에 대한 평가가 절하되는 듯한 느낌이지만 사실 나 또한 밀턴 프리드먼의 <자본주의와 자유>를 읽고서는 이 양반 참 똑똑하네 하면서 감탄을 했던 적이 있다. 그만큼 그의 얘기는 매력적이었다는 거다.(근데 리뷰는 안 올렸네. 아마도 정리할 내용이 많았던 듯. ^^;)

밀턴 프리드먼이 누군지 모를 수 있으니 잠깐 얘기하자면, 신자유주의 하면 떠오르는 학파가 바로 시카고 학파(Chicago School)다. 시카고대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학자들을 일컫는 말인데 신자유주의학파라고도 한다. 이들 중에서 가장 주도적인 인물이 바로 밀턴 프리드먼이다. 내 기억으로는 그가 대처 수상이나 레이건도 정책 집행에서 컨설팅을 했던 것으로 안다.

자. 세상에 완벽한 정책이 있을까? 없다. 결코 있을 수 없다. 일장일단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경우에서 모두 일장일단이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선택의 기준은 지금 현재의 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 바탕 위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그 당시에 신자유주의가 먹혔던 것은 그만한 사정이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그로 인해 반대 급부가 커졌고 그게 너무 커져버렸다는 거다. 그렇게 봐야지 신자유주의는 나쁜 것으로 인식하거나 신자유주의의 폐단만 얘기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이건 마치 그 당시에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이들이 대세였고 거기에 대부분 편승했듯이 지금 폐단만 얘기하고 그것에 편승하는 거나 매한가지다. 원래 좀 떨어지는 애들이 이렇게 편승하기 마련인 거다.

그런 것들이 한 인물의 평가와 결부지어져서는 곤란한 것이다. 왜냐면 이건 어떠한 이즘(ism)의 문제로 보기 보다는 리더라는 관점에서 봐야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리더는 신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선택은 해야만 하고 그런 선택이 그 당시 상황에는 어떠했는지를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결과를 보고서 어떻다는 말이 많다. 수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나올 만한 것들 다 나오고 난 다음에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다는 거다. 뭐랄까 시작하기 전에는 아무 소리 하지 않다가 다 끝나고 나서 '내 그럴 줄 알았어' 하는 그런 족속들이 참 많은 거 같다. 그럴 줄 알았으면 미리 얘기를 하지 항상 보면 끝나고 나서 그러니?

아마 그 당시에 그런 목소리를 높였다면 밀턴 프리드먼한테 설득 당했으리라 본다. 밀턴 프리드먼 참 똑똑하거든. 그래도 시대를 주도했던 인물인데 말야. 여튼 그런 것과 결부지어서 특정 인물을 평가 절하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그런 평가 절하는 밀턴 프리드먼에게 해야지 리더였던 대처 수상에게 할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는 거다.


영화 <철의 여인>에서 아쉬웠던 점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치매 증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점이 가장 첫번째라고 할 수 있겠다.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무슨 의도지? 게다가 이 영화를 만든 목적인 무엇인지 궁금하다. 왜냐면 대처 수상에 대해서 제대로 그릴려면 그녀가 시행했던 수많은 정책들을 펼치기 위해 했던 고민에 포커싱을 맞춰야 하지 않나?


적어도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3연속 연임을 한 수상 아닌가? 차라리 그렇게 하면서 미화시키는 게 더 낫다고 본다. 차라리 그러지 그랬니? 그게 아니라면 수상이었지만 한 여자였다 아니 한 인간이었다 라는 거에 초점을 맞췄을까? 그래서 치매 증상을 보인 대처의 연기에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했나? 난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영화로서는 꽝이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대처 수상이 나올 때 처음에는 좀 안타깝다 하다가 나중에는 짜증나더라.


메릴 스트립: Meryl Streep


물론 대처 수상과 외모가 같지는 않지만 정말 비슷하게 분장 잘 했다. 게다가 연기파 배우인지라 정말 정말 연기를 잘했다. 그런 연기는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냐. 아니나 다를까 <철의 여인>으로 참 많은 상도 받았다. 그럴 만하다!


- 제65회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 제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
- 제32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여우주연상
- 제6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
- 제76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 여우주연상

근데 이런 생각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메릴 스트립이 연기 잘 하는지 모르겠던데. 이 영화는 다르다. 보면 알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얘기를 해주고 싶은 게 있는데 내공이 높은 사람이 내공이 낮은 사람을 따라할 수는 있어도 내공이 낮은 사람이 내공이 높은 사람을 따라하기는 힘들다. 이는 연기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예고편: Trailer




기타: Etc

1. 철의 여인(Iron lady)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은 구 소련에 의해 지어진 별명이란다. 근데 보통 강인한 여성 리더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어 꼭 마가렛 대처 수상만 칭하는 것이라고 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