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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파킨슨의 법칙 vs 피플웨어

2008년도 1월에 읽은 책 중에 <피플웨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 <파킨슨의 법칙>을 비판한 부분이 있어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서 적는다. 내가 <파킨슨의 법칙>을 먼저 읽고 이 책이 괜찮다 생각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파킨슨의 법칙>을 비판했던 <피터의 원리>는 괜찮게 생각했지만 <피플웨어>는 그렇지 못한 이유가 나름대로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머리말을 잘 읽어라.

(전략)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책이 짧은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이 책에 폭로된 진실이 천재 한 명이 쉽게 만든 소품이 아니라, 많은 자원이 투여된 방대한 연구의 결과라는 점을 인정해주기 바란다. 물론 몇몇 독자는 이론의 토대가 되는 실험과 가설이 좀더 상세히 설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많은 정성을 들인 책은 읽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더 든다는 점을 상기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문구를 읽고서 이 책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문구를 유심히 살펴보면 저자도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말을 잘 하는 법이나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말하는 방법을 이 문구에서 구사하고 있다. ^^
(후략)

내가 적은 <파킨슨의 법칙> 리뷰에서 가져온 것이다. 사실 머리말을 처음에 읽고 책을 읽다 보면 머리말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읽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가끔씩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머리말을 다시 보는 경우도 있다.

머리말에는 저자의 집필 의도나 방향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자기 주장을 자기만의 어투로 얘기할 때에 저자가 논리적인 사람이라면 머리말에 전제를 미리 얘기한다. 왜냐면 전제없는 얘기는 보는 각에 따라 딴지 걸리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머리말을 꼼꼼히 읽어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런 좋은 사례가 되는 책이 있는데,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이라는 책이 그렇다. 내가 적은 리뷰를 꼼꼼히 읽어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직 관리에 파킨슨 법칙 밖에 없더냐?

<피플웨어>라는 책에서는 49페이지부터 57페이지에 걸쳐서 파킨슨 법칙을 비판하고 있는데, 그 중에 이 저자가 참 지식 수준이 조금은 많이 모자란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p49
경영 수업을 받은 적이 있는 관리자들을 만나 봤다면 당신은 그들 모두가 파킨슨 법칙과 그 법칙의 세부 이론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학교에서 교육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스스로 경영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관리자들조차 직원과 업무 관리에 있어 파킨슨 법칙을 고수한다. 그런 관리자들은 일을 제대로 끝내기 위해서는 무리한 납기일을 설정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우선, 경영 수업을 받은 모두가 그렇다라는 확대 해석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아마도 이 저자는 경영이라는 것에 대해서 별로 모르는 듯 하다. 원래 하는 일이 IT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다 보니 어떤 미션을 가진 태스크에 한정해서 매니지먼트라는 것을 맛본 지라 시야가 좁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경영자이기도 하지만 경영을 아는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경영 수업을 못 받았거나 아직 경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파킨슨의 법칙>이 있다면, <피터의 원리>도 있다. 그리고 경영 수업에서는 관리자를 양성하기 보다는 리더를 양성하려고 한다. 그리고 경영 수업이라 한다면 TOC(제약이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언급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는 듯 하다. IT 프로젝트 관리도 결국 생산성 관점에서 TOC를 적용 가능한 것이라고 나는 보는데... 결국 저자는 우물 안에 빠진 개구리가 세상을 보는 격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는 거다.

저자는 무리한 납기일을 설정하기 보다는 스스로 계획을 설정하고 지켜나가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제시한다고 하는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이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할까? 물론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책의 핵심 내용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지만 그거야 경영이나 인문 서적을 읽어본 누구든지 다 아는 얘기이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이 조금은 독창적이어야 하는데 책 전반적으로 그다지 그럴 만하지는 않다고 본다.

단순히 비판만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깊이가 있으려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해봤어야 하고 그러면 위와 같은 말이 조금은 표현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는 자발적인 문화가 형성된 기업이라고 하자.
이런 기업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했을 때 병목현상은 어디서 생길까?

자발적으로 일하기 보다는 적당히 일하려는 사람이 맡은 업무에서 병목현상이 생길 것이다. 모든 인간이 성선설에 기반해서 그런 문화가 형성되면 자발적으로 일하리라고 생각하는가? 그건 이상이다. 모든 사람이 나의 생각과 동일하다 생각치 마라. 자신이 하는 일이 연봉보다 적다고 생각해서 적당히 하려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모든 인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인간도 분명 존재한다.

한시적으로 하는 프로젝트와 같은 경우라서 가능하다 생각치 않는가?

사람은 자신이 보는 것을 믿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이끈 프로젝트에서는 그런 효과를 본 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지속 가능하고 항상 그렇게 되리라는 것은 보장할 수가 없다. 이 말을 바꾸어서 얘기하자면, 1일 밤새서 공부하는 것은 매우 쉽다. 그러나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루에 3시간씩 공부하는 것은 힘들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납기일을 맞추려면 계획을 세울 때 납기일에 정확하게 하는 게 유리한가?
아니면 납기일보다 훨씬 이전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유리한가?

어떤 프로젝트이든지 시작 때에는 여유를 가지고 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여유없이 밤샘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의 가장 근저에는 사람의 심리 문제가 있다. 그리고 TOC(제약이론)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기본 가정하고 버퍼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고 이는 누가 들어도 충분히 공감하는 얘기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인 것이다.

물론 저자가 얘기한 의도가 몰아부치고 관리하려고만 하는 관리자가 많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책을 보면 내가 보기에는 그다지 통찰력이 있다던지 배울 만한 부분 또는 신선했던 부분이 별로 없었다. 뭐랄까 얘기하는 수준이 좀 낮다고나 할까? 그 이유는 단지 경험적 지식 즉 자기가 겪은 경험적 지식에만 의존한 얘기라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법칙"이라는 말은 과학에만 쓸 수 있단 말인가?

p49~50
파킨슨 법칙은 과학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뉴튼의 법칙을 법칙이라고 부르는 과학적 맥락과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에 파킨슨 법칙은 법칙이라고 할 수가 없다. 뉴튼은 과학자였다.(중략)
파킨슨은 과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데이터를 수집한 것도 아니었고 아마 통계적 분석의 규칙들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 문구를 보고서 한참 웃었다. 어린 아이도 아니고 말장난 하자는 건가? 그럼 과학에만 "법칙"이라는 말을 써란 말인가? 그럼 "무어의 법칙"은 과학인가? 사회학에서는 법칙이라는 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가? 난 이 저자들에게 질문 하나 던지고 싶다. 심리학은 과학일까요? 통계학일까요? ^^ 그리고 한가지 위에서 언급한 머리말에 관련된 부분을 다시 잘 읽어보길 바란다.

뭐랄까? 말 꼬투리 잡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판을 해도 논리적으로 아무 소리를 못하게 해야지 이건 아니지 않은가? <피터의 원리>도 <파킨슨의 법칙>을 비판했지만 설득력이 있었던 것은 바로 <파킨슨의 법칙>이 기본 전제로 한 것을 뒤집으면서 얘기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즉, 고려해야할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는 것이다. 비판을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이후에 파킨슨 법칙은 정부 기관과 같은 관료 기관에서는 적용 가능하다고 일부 수긍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기업 문화가 관료적인 기업이면 어디에도 가능하다는 생각은 왜 못할까? 또 사람들이 모이면 관료적인 문화가 자연스레 생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다. 사람이 적으면야 가능하지만 사람이 많으면 부분부분 관료적인 문화는 생길 수 밖에 없다. 왜? 다양한 인간이 사는 세상이니까!

그 이후로 저자가 제시하는 근거는 참 어처구니가 없다. IT 프로젝트에서 자발적인 참여가 더 나은 성과를 가져왔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는데 이런 케이스를 빌어서 확대 해석하고 일반화시키려고 하다니 참 어이가 없었고 이런 것을 제시하는 자기네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조차 우스웠다. 아니 저자는 이런 생각 자체를 할 정도의 수준이 안 된다고 보인다.

이에 적적한 예전 포스팅이 있다. 참조하기 바란다.
- Case Study(사례연구)는 Reference(참조)로 활용하라.

*   *   *

지금까지 한 얘기가 그 많은 책 속의 문구들 중에서 일부만 떼어내어 꼬집는 얘기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나름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을 한다고 하여도 그것 자체가 내 주관적인 판단이라 그럴 수도 있을 지 모르겠으나, 나는 적어도 <피플웨어>라는 책을 보면서 저자의 수준 낮음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IT 엔지니어나 관리자들과 같은 경우에는 특히나 매우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이 아는 것이 정보인지 지식인지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너 이거 알아? 이것도 몰라?"라는 류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퍽이나 많은 곳이 IT 쪽이다.

그것이 왜 그런지 내 나름대로 판단하건대, 졸부 근성 때문이다. 학력 파괴가 일어난 곳이 바로 IT 직종이었기 때문이다. 한 번도 똑똑하다는 소리 또는 많이 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IT 용어를 쓰면서 얘기를 하자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오 그렇군'하고 인정하게 되고, 그런 속에서 자신이 원래부터 공부를 무척 잘한 양 깝죽대는 것이다.

그 몰랐던 정보는 알면 그만이다. 먼저 알았다는 사실 그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그리고 머리가 좋으면 조금만 공부해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그런 정보성 지식을... 내 경험상 IT 쪽에 그런 사람들이 퍽이나 많은 듯 하다. 물론 뛰어난 사람들은 뭔가 한가지를 알고서도 연상 사고를 통해서 많은 것들과 결부시켜서 이해를 하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의 이 부분이 책의 앞쪽에 있었기에 이 비판 내용을 보고 저자의 수준이 한참 낮음을 느끼고서는 그냥 책을 덮으려고도 했지만 또 내가 가진 그 놈의 벽 때문에 한 번 잡은 책 끝까지 읽는다는 생각에 다 읽어버렸다. 쉬이 읽히는 책이라 어렵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조금은 제목에서 주는 느낌에 비해서 다소 평이하고 별다를 바 없는 그런 책이었다.

이 글은 <피플웨어>의 리뷰가 아니다. 이 책에서 저자의 핵심적인 얘기에는 내가 또다른 얘기할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저자는 인간 심리나 경영이라는 맥락에서는 한참 모르는 듯 보인다. 그것은 리뷰에서 별도로 언급할 생각이다. 읽고 나서 뿌듯한 책이 있으면 읽고 나서 왠지 모르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