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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하우스 오브 카드: 초강추하는 정치 드라마, 내가 본 미드 중 최고라 할 만


최근에 본 미드다. 아주 훌륭한 미드.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가 유일하게 보는 한국 프로그램은 <짝>이고 한국 TV 프로그램을 볼 바에는 보통 미드를 보고 미드 볼 게 없으면 영화를 보곤 한다. 이러다 보니 요즈음과 같이 <스파르타쿠스> 파이널 시즌 밖에 볼 게 없는 공백기에는 영화를 많이 보곤 하는데(최근에 넘 봐서 의식적으로도 줄이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지난주부터는 좀 줄어든 듯 하네. ^^;) 그럴 때 재밌는 미드가 있다고 하면 찾아서 보곤 한다. 보통 나는 미드를 볼 때 시즌1의 앞부분 보다가 별로다 싶으면 안 보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하우스 오브 카드>는 에피소드 1부터 흥미진진했었다.


다른 미드와 좀 달랐던 <하우스 오브 카드>

<하우스 오브 카드>는 여타의 미드와는 다른 점이 있다. 나도 이걸 모르고 한주에 하나씩 안 올라왔나 찾아보면서 보곤 했는데 이상하게 안 올라오더라고. 그런데 보면 유투브와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 버젓이 올라와 있고 말이지. 알고 봤더니 이건 시즌1 모든 에피소드(13화)를 한꺼번에 공개했던 거다. 위의 포스터에도 나와 있듯이 말이다. 이게 NetFlix라는 동영상 유료 사이트에서 제작한 건데, 동영상 소비 패턴을 보니 미드와 같은 경우 몰아서 보더라는 것 때문에 그렇게 한 걸로 안다. 특이하지. 그래서 한달음에 다 훑어봤다는 거. 처음에 알았다면 바로 다 봤을건데. ㅋㅋ 이거 검색하다 보면 유투브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려진 동영상들 있으니 그거 보면 될 듯 싶다.


사익을 위한 정치 음모

정치 드라마라고 해서 깨끗한 정치 즉 정치의 밝은 면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니다. 이면을 다루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언더우드라는 상원의원이 있다. 이 역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맡았고. 어찌 그리 연기를 잘 하니. 너무 잘 어울리더라고. 에피소드 1에서 대통령이 당선되면 자신은 국무총리가 되기로 한 약속이 깨지고 나서 언더우드 의원은 자기 뜻대로 정치판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불태우면서 시작한다. 아~ 초반부터 긴장감있게 진행. 빠른 전개. 아주 좋아~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정치적인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뭐 예를 들자면 로비스트가 등장한다거나(우리나라에는 없지만 미국에서는 합법이다) 의원이 상원과 하원으로 나뉘어져 있다거나 하는 게 그렇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치라는 게 어떻게 돌아가는 지는 매한가지라고 보고, 정치의 이면을 잘 드러내는 거 같아 재미있었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루려고 하는 이들 속의 머리 싸움이 볼 만했다는 거다. 그러면 주인공인 언더우드 의원은 나쁜 녀석이겠네. 그렇다. 근데 매력적인 악역이다. 웃기지.


매력적인 악역, 언더우드

이 캐릭터가 매력적인 이유가 뭘까? 주인공이라서? 주인공이니까 그를 중심으로 얘기가 전개되다 보니 그의 상황을 이해해서? 주인공에 대해서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그가 처한 상황을 잘 그려낼수록 주인공은 개새끼가 되는데 말이다. 내가 볼 때는 캐릭터가 분명하기 때문인 거 같다.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 뛰어난 두뇌를 갖고 있고,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하여 얻은 정보들을 다루는 게 보통이 아니다. 그런 걸 보면서 매력을 느끼는 거겠지. 그러나 주인공 언더우드 의원의 진정한 매력은 그런 데서 기인된 것이 아니라 본다.

적어도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보여지는 언더우드 의원은 <범죄와의 전쟁>에서 반달 역할이었던 최민식 같이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 여기에 붙고, 저기에 붙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다. 나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이에게는 고개를 수그리지만 결코 비굴하게 고개를 수그리는 게 아니라 품위있게 고개를 수그리고 고개를 수그리면서도 웃고 있다. 항상 갑의 위치에 있던 사람이 을의 위치에 있게 되도 그런 상황을 용납하지 못하면서 타협하지 않으려고 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끝까지 고수한다. 이런 면이 비록 악역인 캐릭터지만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일 듯 싶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거 보고 세상은 이런 거야 하면서 나도 언더우드 의원 같이 권모술수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뤄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는 이들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거다. 물론 나도 한 때는 그런 생각도 해봤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게 아니라, 하도 세상에 드러운 새끼들이 많고 세상은 과정보다는 결과를 보고 다 평가하니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가는 과정까지는 그런다 해도 우뚝 서고 난 다음에는 뒤집는다는 생각을 했지 계속해서 그렇게 하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나름 대의를 위해 소의를 희생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과연 그러한 과정을 거친 대의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져야 했었고, 나라는 인간이 아무리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태어난 기질이 그러하지 못해서 그렇게 하기가 쉽지가 않더라는 거다. 잠깐 그럴려고 생각하고 행동하다가도 이내 탄성의 법칙처럼 되돌아와 있는 나를 보면서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는 틀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이후부터 내가 가끔씩 하는 말이 있다. 나는 돈 버는 데는 젬병이라고.

꼭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야 멋진 게 아니다. 핵심은 자기만의 가치관이 뚜렷해야 하고 그걸 지켜나가는 과정에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게 멋진 거다. 그 가치관이 비록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어느 가치관이 더 나은 가치관이냐는 문제는 논외로 하고 말이다. 그래서 언더우드 의원이 매력적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는 얘기지. 가치관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 가치관이 뚜렷하고 그걸 지켜나가는 과정에 흔들림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 좋은 머리로 그런데 쓰려고 하는 게 참 안타깝다는 게지. 오히려 권력이 없으면서 그 좋은 머리를 굴리려면 권력을 갖고서 굴리는 몇 배 이상을 굴려야할테니 더 머리를 많이 쓰게 되고 자기 계발 면에서도 더 발전적일텐데 말이다. ^^; 가끔씩 그런 류의 인간들을 상대하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면, 그래 머리 쓴다 이거지? 그래 나도 머리 싸움으로는 지지 않는다. 너 이번에 임자 만났으니 당해봐라. 좋은 머리를 가졌으면 좋은 데 써야지. 안 그런가?

얘기가 길었지만 여튼 언더우드 의원이 매력적이라고 본받을 거를 착각해서는 안 되는 거다. 그것만 염두에 두고 드라마는 드라마로써 재미나게 보면 되는 거다. ^^;

+
아. 저번주에 <왕좌의 게임> 시즌3가 시작했지. 이제 이것도 보면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