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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난 나만의 방식으로 금연할 터



보름 전: 담배 줄이기 시작

사실 보름 전부터 금연은 아니지만 담배를 줄이기 시작했다. 보통 하루에 한갑 이상을 피우는 나로서는 일시에 담배를 끊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도 했지만 더욱더 중요한 사실은 나는 담배를 끊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거다.

그런 내가 담배를 줄이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담배를 줄여야지 하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었지만 생각만 갖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어떤 일을 계기로 약속을 해버리는 바람에 담배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그런다 해도 그게 쉽지가 않았다.

특히나 술자리에서 줄담배를 피우는 나였기에 술자리에서 담배를 줄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술을 마시면 담배 생각이 나고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따라 피우게 되고...

예전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담배를 줄이기 시작한 다음부터 술자리에서 적게 피웠지만 그래도 술자리에서는 많이 피우는 편이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아예 끊어보겠다고 맘을 먹었다. 분명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도전해보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일주일 전: 담배 끊기 시작

담배를 끊는다는 얘기에 주변에서의 반응은 다양했다. 축하한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아직 젊으니 나중에 끊어도 된다는 얘기도 있었다. 술자리에서는 보통 줄담배를 피우는 나를 잘 아는 의동생 녀석은 예전부터 담배를 줄이라는 권고를 해왔었는데 "정말 잘 한 일"이라며 축하해 주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에는 끊으려고 시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별로 피우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데 담배를 끊자 가장 참기 힘든 것이 가슴이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뭔가 가슴이 뻥 뚤린 듯한 느낌. 담배를 피워야만 채워질 것 같은 느낌. 그게 가장 컸다. 그런 순간 순간을 꾹꾹 참았다.

담배를 끊자 입이 심심해서 초코렛이나 사탕 참 많이 먹었다. 경제적으로 따진다면 담배값과 초코렛, 사탕값 어느 것이 더 싸다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히려 초코렛이나 사탕 값이 더 많이 나가는 듯 했다. 그래도 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군것질 말고도 자주 먹었다. 자주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분명 많이 먹었는데도 몇 시간이 지나면 금방 배가 꺼지는 듯한 느낌. 그래서 계속 먹게 되고. 담배를 끊으면 살이 찐다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인가 싶기도 했다.


담배 가장 피우고 싶은 때 Top 3

아마 끽연가들이라면 일반적으로 아는 게 다음의 세 가지다. 식사 후, 변을 볼 때, 섹스 후. 아는 사람들은 아는 얘기들이니 일일이 설명은 필요 없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변을 볼 때 담배를 피우는 것은 습관이 안 되어서 그런지 별로 모르겠지만 금연하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당연 식후땡이었다.

식사 후의 마시는 커피만으로는 뭔가 충족되지 않는 느낌. 커피와 함께 뭔가를 깊게 들이마시던 그 느낌이 정말 아쉬웠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참다 보니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었다. 대신 밥 먹고 나면 껌 씹는 버릇이 생겼다. ^^

일반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세 가지 경우는 그럭저럭 참을 만 했다. 근데 내게는 정작 다음의 경우에는 정말 담배를 참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01. 쌀쌀한 날씨

최근 들어 쌀쌀한 날이 종종 있다보니 아침, 저녁에 담배를 물고 손을 주머니에 쑤셔넣은 채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담배 피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특히나 내 앞에서 걸어가기라도 한다면 뒤로 날리는 담배 연기를 맡으면서 피고 싶다는 충동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사실 쌀쌀한 날보다 더 담배를 피우고 싶은 때가 비오는 날이긴 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금연을 한 이후로 다행히도 비오는 날은 없었다. ^^

02. 스트레스 받을 때

아마 많은 끽연가들이 금연을 하다가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되는 경우가 이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내 주변에서 금연을 하다가 다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다 이 때문인 것만 봐도 그러니. 누가 주는 스트레스는 없었지만 화가 날 때 전화기를 붙잡고 얘기하면서 정말 간절했던 것이 바로 담배였었다.


다시 흡연...

결국 다시 담배를 피웠다. 금연한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했는데 말이다. 의지의 문제다. 그래. 나 의지 무척 약한 놈이다. 그렇게 봐도 상관없다. 나는 피우고 싶었다. That's all. 그래도 약속한 당사자에게 허락을 득하고 피우기는 했다. ^^

일주일 정도만에 피운 담배 한 개피. 머리가 띵하다. 오~ 머리가 띵하다니... 담배 한 개피를 피우자고 산 담배 한 갑.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들고 있다. 이따금씩 한 개피씩 피우긴 하지만 아직 며칠 째 담배 한 갑을 다 피우지도 못했다. 한 갑이면 하루도 안 가던 정돈데...

그래도 담배를 들고 있으니 자꾸 담배에 손이 간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말 정말 담배가 피우고 싶으면 한 갑 사서 한 개피만 피우고 나머지는 버려야할 듯 하다. 그래야 적게 피우지. 들고 다니니까 자꾸 손이 담배로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도 많이 줄이긴 했지만 말이다.


금연의 역사

내 인생 반을 담배와 함께 했다. 지금껏 내가 금연을 시도한 적고등학교 1학년 때 15일과 병역특례로 훈련소에서 4주 훈련을 받던 기간 외에는 없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사촌누나 때문이었다. 당시 막 양아치 입문하던 시기에 내 모습을 보고 사촌누나가 보내온 편지를 읽고서 금연을 결심했었다.

훈련소에서야 훈련병은 담배를 피울 수 없었다. 물론 그래도 나는 병장한테 얻어서 한 대 피우긴 했었지만... 훈련 마치고 나오면서 얼마나 많은 양의 담배를 줄담배로 피웠는지 모른다. 그 때 그렇게 담배가 맛있는 줄 새삼 느꼈을 정도였다. 계속 피워댔으니...

어쨌든 내 의지로 금연을 한 적은 머리 털나고서 고등학교 1학년 때 단 보름 밖에는 없다.


그래도 계속 도전

이번에 금연을 할 때 나름 짐작했던 것이 있다. 아마 끊지는 못할 것이다.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다. 다만 나는 나를 잘 알기 때문에 분명 이번에 끊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의미를 뒀던 것은 금연을 시도한다는 데에 있었다. 금연을 시도한다는 것은 내가 지금껏 살면서 생각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었기에...

결국 다시 피우기는 했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많이 줄었다. 엄청 많이. 금연하고 다시 담배를 피우면서 담배가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희한하게 말이다. 훈련소에서 4주 훈련을 마치고 나올 때 담배를 피웠을 때는 그렇게 맛있더니 말이다.

앞으로 금연은 계속 시도할 생각이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다시 금연을 할 생각이다. 참을 때까지 참아보고 정 안 되면 한 개피 얻어 피우고 또 금연하고 이런 시도의 과정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끊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많은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를 한다. 금연을 결심했으면 그 때부터 일절 담배를 피울 생각을 하지 말아야 되지 그렇게 해서는 절대 담배 못 끊는다고. 물론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거 나도 안다. 하지만 난 나만의 방식으로 금연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한방에 끊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끊을 생각이라는 거다. 지금껏 담배라는 것을 나는 인생의 친구로 생각했던 사람이다. 힘들 때나 괴로울 때 항상 내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존재로 나는 담배에 인격을 부여했었던 사람이었다. 그런 나였기에 나는 담배를 끊을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담배와 이별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이별이 칼로 무 자르듯이 단번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멀어지는 이별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연을 하기가 쉽지가 않을 듯 하다. 적어도 지금 현재로는 말이다......


금연을 위해서 요즈음 입이 심심할 때 먹고 있는 초코렛이다. 물론 내가 산 거는 아니다. 선물을 받았다. 금연을 하게 한 장본인으로부터 말이다. 역시 드림 카카오는 56%가 가장 맛있다. 농도가 짙으면 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