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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역사

똥개: 똥을 먹는 잡종 개라는 나쁜 의미보다는 좋은 의미로 생각해야

똥-개[-깨]「명사」
똥을 먹는 잡종 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똥개를 검색해보면 똥을 먹는 잡종 개라고 나와 있다. 사실 우리가 보통 똥개라고 하면 잡종 개를 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 싶다. 다소 나쁜 의미에서 사용된단 말이다. 그런데 고양 화장실 전시관 다녀와서 생각한 거지만 똥개는 좋은 의미에서 해석되고 사용되어야할 용어라는 거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똥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서 비롯된 거 같다. 비록 동양권에 속해 있지만 서양권 문화가 많이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똥에 대한 서양과 동양의 관점 차이


고양 화장실 전시관 안내 책자에 보니 이런 얘기가 있다. 서양에서는 똥을 냄새나는 골칫거리로 여긴 반면, 동양에서는 재활용의 관점에서 보았다는. 그래서 동양에는 똥돼지가 있단 말이지. 사람이 싼 똥을 먹고 자란 돼지 말이다. 어떤 음식점 가면 제주도 똥돼지 파는데 있던데 제주도에는 아직도 똥을 먹고 자란 돼지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튼. 서양에서는 똥을 수거해 간다고 돈을 주는데, 동양에서는 똥을 거름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돈 주고 똥을 사가기도 한다는 거다.(1910년대에 똥재-똥과 함께 재를 섞은 거름- 한 섬은 10~30전에 팔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서양처럼 돈을 주고 처리하게 된 거는 1935년 이후부터란다.)

물론 동양과 서양을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동양은 이렇고 서양은 저렇다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때로는 둘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이렇게 비교할 필요는 있는 법이다.(따지고 들면 서양에서는 화학비료 나오기 전에 거름을 어떻게 구했겠냐고. 서양에서는 농사 안 짓나?) 그러나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에서 동양과 서양은 많이 다르다는 거는 예전부터 느꼈던 바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서양, 자연을 융화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동양. 내가 동양 철학을 서양 철학보다 우위에 두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

자 왜 내가 이런 얘기를 했는가? 똥개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똥개를 다소 나쁜 의미에서 사용하게 된 게 바로 똥에 대한 인식의 변화 때문이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원래 똥은 농경 사회에서 매우 좋은 거름이었다. 그 때의 똥은 더러운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재료였단 말이지. 그러나 도시화되면서 똥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변하게 된 거 같다. 서양에서 똥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말이다.


한국 유기농의 아버지 故 김영원 선생은 똥을 거름으로

2007년 작고하신 김영원 선생은 한국의 유기농업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분이시다. 이 분은 평생 똥을 거름으로 활용하여 농사를 지으셨는데, 동네의 화장실에서 똥을 퍼서 똥장군(아래에 사진 올린다. 똥장군은 똥을 퍼 나르는데 쓰이는 농기구로 추아리, 추맹이, 장군이, 장군, 소매장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에 담아와서 거름으로 쓰셨다고 한다.

그런데 동네에서 구할 수 있는 똥에는 한계가 있어서 도시에서 똥을 구해와서 사용해보니 수세식 화장실에서 가져온 똥은 비료 효과가 없고, 공중화장실과 같은 재래식 화장실에서 가져온 똥은 이물질이 많아 땅을 오염시켜서 도시에서는 똥을 구하지 않으셨다는 거다. 재밌지 않은가? 이 또한 서구화된 문물의 유입으로 인해 벌어진 현상이 아닐까 싶다. 뭐든 일장일단이 있듯이 인간에게는 편리한 환경이 자연 친화적이지는 않은 모양이다.

왜 수세식 화장실의 똥은 비료 효과가 없을까?

궁금해서 찾아봤다. 명확하게 내가 원하는 답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아마 여러 얘기를 조합해보면 이런 거 같다. 똥을 거름으로 쓰기 위해서는 숙성을 시켜야 한다. 근데 수세식 화장실을 똥을 처리하기 위해서 물을 사용한다. 이러다 보니 똥이 물과 함께 있어 숙성이 안 되는 모양이다. 결국 수세식 화장실은 우리에게 깨끗한 공간을 제공하지만 똥이 다시 거름이 되는 생태계의 순환 고리를 끊어버린 셈이 된다. 게다가 똥 처리를 위해서 많은 물을 낭비하게 되고(똥 무게의 50배 정도) 그렇게 정화되었다고 해도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 수질 오염을 일으키는 문제를 일으키고 말이다.

조선시대에 가장 널리 사용한 비료는 똥재

지금에야 화학비료로 농사를 짓는 게 대부분이지만 화학비료가 없었던 조선시대에 가장 많이 사용한 거름이 바로 똥이다. 그런데 똥을 그냥 쓰는 게 아니라 숙성시켜서 사용했다고. 숙성된 똥에다가 재를 뿌려 똥재로 만들어 썼다고 한다. 여기서 재는 아궁이에 나무를 때우고 남은 재를 말한다. 왕의 이동식 변기인 매화틀에서도 언급을 했었다. 거기에는 매회라고 표현되어 있고. 이런 똥재는 악취도 없고 다루기가 쉬웠단다.

똥장수들이 사용했던 똥장군


이게 똥장군이다. 고양 화장실 전시관에 전시된 똥장군을 찍은 건데 똥장군도 옹기로 만든 것과 나무로 만든 곳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이건 나무로 만든 똥장군. 사용하지 않을 때는 물을 담아서 나무의 틈이 벌어지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한성(수도 한양에 있는 성)에서는 농사를 짓는 게 금지되어 있어서 한성 내의 똥은 한강에 버려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강은 악취와 전염병이 심해졌다고. 그러다 똥장수가 등장한다. 그렇게 버려지는 똥들이 농사를 짓는 데에는 중요한 거름 역할을 하기 때문에 똥을 사서 필요한 데에다가 파는 거다. 그 때 똥장수들이 똥을 퍼 나를 때 쓰던 게 바로 똥장군이다. 그만큼 중요했기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용변을 볼 때도 자신의 집에서 보지 남의 집에서 보지 않았단다. 재밌군.


똥은 개에게 좋은 영양식이다?!


아마 개를 반려동물로 생각하는 이들은 어떻게 개에게 사람의 똥을 먹일 수 있냐고 반문할 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그랬다. 그래서 똥개라고 부르는 건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똥이라는 게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란 거다. 옛날에는 아이가 똥을 싸면 개가 와서 그 똥을 먹고 아이의 엉덩이까지 깨끗하게 핥아줬다고 한다. 간질간질 기분 좋았겠네. ㅋㅋ 근데 이런 아기똥이 개에게는 매우 좋은 영양식이라는 거. 엥? 진짜?

자연을 꿈꾸는 뒷간
이동범 지음/들녘

이 책에 보면 이렇게 설명이 되어 있다. 사람은 음식을 먹어서 음식에 있는 영양분을 모두 다 체내로 흡수하지 못하고 배출하게 되는데, 그게 똥이란 거다. 그런 영양분을 골고루 섞어놓은 똥이다 보니 개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영양식이란 거. 그래서 작가는 말로만 듣던 걸 실제로 자기 집 개에게 사료 대신 줘보니 너무 잘 먹더라는 거다. 나중엔 아기똥만 먹으려고 했다는 거. 믿기지가 않아 실험해보고는 싶지만 나는 개를 키우지 않으니. 그리고 개 키우는 사람이 정말 그래? 하고 실험하기는 쉽지 않을 듯 보인다. ^^; 반려동물이라자네. 귀하신 견공님 아니신가배.

그렇다고 해서 아무 똥이나 개들이 먹는 건 아니란다. 며칠된 똥은 먹지 않는다고 하니 단순히 똥개라서 똥을 좋아하고 먹는 게 똥이라 똥을 찾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는 영양식이라 맛이 있으니 찾는 거라는 거다. 재밌네 그랴. 고로 똥개는 농경 사회를 기반으로 했던 옛날에는 지극히 당연했던 거로 받아들여서 잡종 개란 다소 나쁜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될 듯하다. 똥개는 나쁜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