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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전략 마인드에 대한 실질적인 케이스 스터디 "전략 프로페셔널"

전략 프로페셔널 - 8점
사에구사 다다시 지음, 현창혁 옮김/서돌

총평

2007년 10월 4일 읽은 책이다. 이 책은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을 펴낸 서돌출판사의 마케팅팀에 계신 천성권님께서 보내주셔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아마 누가 권하지 않았다면 제목 보고 읽어보려고 하지는 않았을 듯 싶다. 이유는 제목에서 풍기는 것이 뻔한 얘기라고 느껴지는 식상한 제목이기 때문이다.

책을 보내주시기 이전에 메일로 책 내용에 대한 Overview 파일을 보내주셔서 저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실 일본 저자하면 오마에 겐이치, 사이토 요시노리 정도 밖에 모른다. 둘 다 공통점은 맥킨지 출신이라는 점. 이 책을 쓴 사에구사 다다시는 BCG 출신이다. 한국에서 컨설팅 관련 책들 중에는 일본 번역서가 많다. 그만큼 일본에는 경영 관련 서적이 우리나라 보다 훨씬 활성화되어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turnaround specialist 라고 하는 저자의 머리말을 읽으면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 부분에서 나름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생긴 것이 사실이다.

본서의 비즈니스 사례는 미국 비즈니스 스쿨 교재에 등장하는 사례나 학자가 쓴 경영 전략서의 사례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나는 기존의 비즈니스책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례들이 거시적으로 쓰여 있어 경영자의 고뇌가 드러나지 않거나 혹은 교재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항목들만 언급해 무미건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20대가 중심인 비즈니스 스쿨 학생에게는 이정도로도 신선할지 모르지만 경험이 풍부한 비즈니스맨이 읽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더욱이 재미있는 기업 전략 사례가 별로 없다는 것도 불만이었다. 단행본이나 언론에 등장하는 기업 이야기는 대부분 경영자를 격찬하기 위한 것들로, 경영 과정에서의 리스크를 이론적으로 잘 해석한 책은 드물다. 이러한 점들이 동기가 되어 본서를 쓰게 되었다.

내 글의 여러 곳에 경영 관련된 얘기를 할 때 했던 그게 여기에 드러나 있다. 뭔가를 선택해야 하고 시간적인 압박에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심리가 책에는 별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된다는 방법론의 나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그런 것들도 의미는 있다. 방법론을 모르면 활용할 줄도 모르니 당연히 알아야 할 것들이다.

이 책의 저자가 얘기한 이 부분을 보고 내가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대를 하면 실망도 크겠지만 그리 실망하지 않은 것이 일단 재밌고 쉬이 읽힌다. 그것만 있다면 사실 그냥 읽어볼 만하다 했겠지만 저자의 산 경험이 잘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 몇몇 곳에서 보인다는 것이다.

경험에서 오지 않으면 그렇게 얘기하기 힘들다는 부분들 즉 단순히 이론이나 책을 통해서 접하고 머리로만 생각해서는 나오지 않는 산 경험이 녹아든 지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 부분은 내게는 꽤나 괜찮았던 부분이다. 나는 이론을 많이 아는 사람은 별로 두려워하지 않지만 경험이 많은 사람을 조심스러운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누가 읽어야 하는가? 전략 이론을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별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보통 전략 이론을 알고 싶어하는 경우에는 많은 전략 이론들이 잘 정리된 책을 원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런 전략 이론들을 알고 그것을 현업에 써보고 어느 정도의 경험치가 있다면 이 책은 읽어볼 만하다 하겠다.
 
이것은 BSC에 대한 책인 <혁신으로 가는 항해>와 비슷한 맥락이다. <혁신으로 가는 항해>라는 책은 BSC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면 BSC를 구축하면서 벌어지는 조직 내의 문제들이 저자(업체)의 경험을 기반으로 소설에 잘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BSC를 구축하는 데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BSC를 구축해보고 나서 읽어보면 여기서 언급된 내용이 구구절절 옳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략 프로페셔널>도 <혁신으로 가는 항해>와 비슷하다. 구성은 조금 다르지만 읽는 대상은 그렇다는 것이다. 만약 방법론이 아니라 전략적인 사고나 마인드를 실사례를 통해서 엿보고 싶다면 이 책은 좋은 참조 사례가 될 듯 하다.


이론과 경험

이 책은 소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히로라는 인물이 어려움에 처한 의료기기 판매업체를 구하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다. 그리 길지 않은 소설이기에 역사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심리적 갈등은 그리 크게 느낄 수는 없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그 때 그 때 일어날 법한 상황적인 얘기들은 잘 언급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Chapter 로 구분하면서 한 번은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한 번은 부연 설명을 한다. 그 부연 설명이 이론을 죽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에 쓰인 이론을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고 거기에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나름 적절한 Balance를 가지고 저자가 이렇게 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이해하기 쉽겠다고 생각한 듯 하다.

이 책에 나오는 이론은 핵심적으로 두 개다. Product Lifecycle, Market Segmentation. 그 외에 필립 코틀러의 Marketing Management가 언급되는 정도다. 문제는 이것은 이렇게 하는 거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이것을 썼고 이것을 저자의 경험상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가가 제시되어 있다. 풀어서 설명하는 부분도 있고 이야기로 보여주는 부분이 적절히 조화가 되어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

그 외의 것은 대부분 저자가 오랜 경험을 통해서 얻은 그만의 노하우가 몇 개 제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뭐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히로가 하는 말 중에 이런 표현이 있다.

가격은 상대가 얻는 이익에 따라 결정되는 거야. 이쪽의 비용이 아니라고.

보통 가격 결정을 할 때 원가 + 마진의 기념으로 접근하는 게 보통인데 그게 아니라 돈을 내고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를 하고 결정하는 식의 접근이다. 그러한 접근이 이 책에서는 실사례로 잘 나타나 있고 우리 나라에서는 이와 비슷한 모델이 이동통신 가입자의 휴대폰, 웅진 코웨이의 정수기 정도가 있겠다.


한계와 극복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힌 부분은 만족했지만 이것도 하나의 사례이다. 즉 어떤 경우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사례의 특수성이라는 점이 이 책이 가진 한계이다. 그래서 전략적 사고나 전략적 마인드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얘기한 것이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례 그 자체를 보지 말고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지를 유심히 살펴봐야 이 책을 소화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간에 저자가 다음 상황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부분이 있다.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는 식으로 말이다. 그럴 때 한 번 생각해 보면서 넘어가면 자신이 생각한 것을 점검하는 좋은 시간이 될 듯 하다. 저자의 이 책을 쓴 동기에 맞도록 구성은 잘 되어 있다. 그러나 하나의 사례라는 것. 이것을 안다고 다른 곳에 적용시킬 수 있느냐는 것은 독자의 몫인 것이다.

혹시라도 전략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면 방법이나 이론보다 이런 것이 더 가슴에 와닿을 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방법, 이론도 누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전략은 매우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의미에서 저자의 경험이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기타

1.
단시간 내에 다 읽었다. 그만큼 재미있었다. 저자가 경험 뿐만이 아니라 실력이 있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소설의 끝맺음은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다. 그것은 히로라는 주인공 중심의 hiearchy 조직에서 flat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Enterprise 1.0 에서 Enterprise 2.0 의 가장 핵심적인 속성 변화다. 역시나 turnaround specialist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최근 들어 보지 못했던 독자카드. 이 책에는 들어 있네요. 요즈음은 웹이 발달해서 이런 독자카드가 들어있는 책은 거의 없는데... 그래서 독자카드에 있는 부분 중에 이 책을 보고 느낀 점은?만 글로 적어봅니다.

디자인 : 보통이다 (좀 더 신경쓰셔야 하실 듯. 책 디자인도 트렌드가 있고 요즈음은 디자인이 중요한 요소니까요.)
표지 : 보통이다
내용 : 좋다
제목 : 보통이다 (아마 제목 봤으면 안 샀을 듯. 뻔한 얘기겠거니 하는 생각에. 전략이라는 것을 얘기하고는 있지만 이 책이 가진 특성을 제대로 제목에 반영을 못한 듯. 전략이라는 말, 프로페셔널이라는 말 너무 많이 쓰이기 때문에 식상한 책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책값 : ??? (감사히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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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천성권님 잘 읽었습니다. 새로 마케팅팀에 들어오신 듯 한데 정성이 돋보입니다. 비록 손수 쓰신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타이핑한 거지만 편지까지 동봉해주시고 더더군다나 날카로운 조언과 아낌없는 질책 바란다니... 저 또한 비판적이라 아니다 싶으면 비판하긴 하죠. 강도를 조금 낮춰서 할 뿐이지. 그래서 저한테 뭔가 준다고 하면 그런 거 생각하고 줄 꺼라 생각했는데 편지 내용이 오픈 마인드라 앞으로 좋은 책 많이 낼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좋은 책이라고 많이 팔리지는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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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저자의 그 외 저서들
저자가 맘에 들어 그 외 저서들 중에서 기회가 되면 읽어보려고 한다. 물론 읽을 책이 무척이나 쌓여 있어서(내년까지는 무난하게 갈 듯 한데 ^^) 언제 읽을 지는 모른다.

성공하는 기업의 혁신노트 
사에구사 다다시 지음, 이선희 옮김/바다출판사
턴어라운드 경영
사에구사 다다시 지음, 이선희 옮김/바다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