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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1살. 나의 PC 통신 시절의 여러 추억들

갑자기 21살 대학교 시절에 PC 통신에 대한 추억 몇 가지를 적어본다.
재수를 해서 21살에 1학년이었던 내가 사용했던 PC 통신망은 나우누리.
나우누리 동호회 중에서 두 군데서 활동을 했는데,
하나는 96학번 모임 칼라라는 동호회이고 하나는 76년도 용띠 모임.
이 때 생각나는 추억들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본다.


나는 도배쟁이

당시에 게시판에 글을 줄줄이 쓰는 것을 도배라고 했다.
나는 동호회 활동을 할 때도 도배를 많이 했다.
오프모임 한 번 나가보지 않고도 내 활동은 왕성했었다.
당시에 게시판 한 페이지에 나오는 글 개수가 몇 개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한 페이지 전부 내가 쓴 글로 도배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월말이 되면 글 순위가 레포트 되어 오는데 두 군데 모두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
76년도 용띠 모임은 그래도 인원이 적은 편이었지만
96학번 모임 칼라는 오프 모임에만도 상당한 인원이 나오는 좀 큰 동호회인데
글 순위가 1위였을 정도였으니 내가 글쓰는 양은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한 사람이 거의 게시판을 독차지 하다 보니 새로운 룰이 생겼다.
한 사람이 연속해서 글 3개까지만 허용한다는...
룰은 지키라고 있는 것인가? 피하라고 있는 것이다. ㅋㅋㅋ
그래서 글 3개 적고 다른 사람이 글 하나 적으면 또 글 3개 적고...
어쨌든 나는 예전부터 동호회 활동하면서 글 참 많이 적었다.
글을 많이 적었다기 보다는 말을 글로서 표현한 것일 뿐.
그럼... 난 말 많은 놈? ^^

그 때의 일은 아니지만 내가 사업을 하던 시절에 활동했던 동호회 중에
차동호회가 있다. 그 차동호회의 게시판은 거의 채팅룸 수준이었다.
'왜 사람들이 중독성이 강하다고 할까?'라는 의구심에 서비스 이용한
플톡을 보면서 그 당시 차동호회 게시판이 생각 났었다.
내가 글을 적으면 분명 누군가 바로 답글을 단다.
그러면 또 답글을 달고 또 답글을 달고... 거의 실시간...
Refresh 하면 바로 답글이 올라오는... ^^
어쨌든 그만큼 나는 글을 많이 적었다.
블로그를 하면서 적는 글과는 다른 매우 일상적인 글들이었지만...


재밌는 사건 I

사실 블로그에도 다 필명이라는 것을 쓰기 때문에 그 사람의 실명은 잘 모른다.
최근에 제3회 스마트플레이스 IT난상토론회 등록하면서도 실명이 등록되어 있으니
내가 블로그스피어 상에서 그래도 낯익던 필명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들만 온 줄 알았던 것처럼 말이다.

당시에 나의 나우누리 ID는 특이했다. 바로 "최민수"였기 때문이다.
워낙에 최민수 형님을 좋아하는 지라...
보통 나우누리에서 회원 정보 조회하면 이미지를 볼 수가 있다.
근데 당시에는 모뎀 환경 시절이었으니 이미지가 천천히 다운로드 된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이미지가 1/4 정도 나오면 아마도 다들 사진을 닫았으리라.
이유는 내 사진은 실제 최민수 사진이었기 때문에...

오프 모임을 처음 가던 날...
그래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시삽진들부터 애들이 다
활동적인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 챙긴다고 이리 저리 와서 묻는다.
"ID가 뭐세요?" 당시에는 그렇게 물었다.
얼마나 내가 대답하기 그랬던지... 어지간해서 민망해 하지 않는 내가
민망한 순간들이 많았다. "최민수요."
일단 정막이 흐른다~~~
"아~ 글 많이 올리시는 분. 게시판에서 봤어요."
근데 왜 웃는겨~ ㅋㅋㅋ


재밌는 사건 II

96학번 칼라 동호회 오프모임으로 대학로에 갔을 때였다.
오프모임에 워낙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지라... 시끌벅적하다.
그런 가운데 목소리도 크고 낯익은 사투리의 말투가 딱 들어오는 것이었다.
부산 말씨다. 덩치도 크다. 왠지 모르게 뭔가 좀 놀았던 뉘앙스를 풍긴다.
음... 근데 사실 나 그 때까지만 해도 정확히 말하면 97년도 까지만 해도
어지간한 거 갖고 쫄지 않고 싸움 하고 다니던 때였다.

그래서 바로 확인 작업 들어갔다. 그런 꼴 내가 보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 딴에는 싸움 좀 하는 듯이 행동하는데 놀아본 사람들은 놀아본 사람들을 가릴 수 있다.
행태나 하는 짓이 놀아본 애는 아니라는 판단이 섰던 것.
담배를 피는데 옆에 다가가서 그랬다.

"부산 사람인가 봅니더"
"예"
"나도 부산 사람인데..."
"오 반갑심더"
"딱 보니 좀 놀아본 거 같은데 좀 놀았심꺼?" (사실 떠보는 거였다.)
"좀 놀았지예" (자신있다는 투였다.)
"학교 어디 나왔슴꺼?"
"동아라고예" (허거걱~ 자... 재수를 안 했으면 내 바로 후배겠다.)
"혹시 몇 기?"
"......" (얼굴이 달라진다.)
"재수했나?"
"아니예"
"대가리 박을래?"
"......"
"좀 놀았다믄서. 형빨 누고?"
"예?"
"누구랑 놀았냐고? 니 누구 아나 누구 아나?" (다 친구들이었으니)
"사실 뭐 그렇게 논 건 아니고예"
"어쨌든 반갑네... 어려운 일 있으면 종종 얘기해라..."

더 웃긴 것은 대학교도 같았다는...
그래서 나중에 밥 사줬다는...


재밌는 사건 III

한 번은 동호회 친구들이 찾아왔다. 학교 앞으로... 이유는?
나보기 위해서... 왜? 내 얘기가 재미있단다... 음...
그래서 학교 앞 커피숍에 데리고 가서 장르를 골라라고 했다.
멜로, 액션, 드라마, 공포... 장르에 따라 다양한 얘기가 준비되어 있다고.
다 내가 겪은 실화고 내 인생인 것이라...

사실 골때리는 경험들이 많긴 하다. 그런 얘기들을 하면 다들 재밌어라 한다.
내가 또 얼굴 표정이 천의 얼굴 아니던가... ^^

한 번은 한 여자애가 학교 앞으로 찾아왔다. 왜? 나를 보기 위해서.
나를 좋아하나? ㅋㅋㅋ 테스트를 해봤다.
저번 오프모임 때 이 여자애한테 이렇게 얘기를 했었다.
"내가 이제는 여자를 사귀려고 한다. 근데 너도 나름 생각하고 있다."
그랬더니 연락하고 찾아오네...
아무 일 없었다. 그냥 밥 먹고 돌려보냈다. 진짜로~


재밌는 사건 IV

당시에 PC 통신을 하면 동호회 활동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주로 대부분은 채팅을 한다.
써클룸에서 친구들과 같이 심심해서 여자나 꼬시자 해서 채팅을 했다.
채팅을 한 친구들은 몇 있었는데 그 중 나랑 다른 친구는 한 채팅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채팅룸에 여자가 들어오고 일단 인원 제한을 두어 더 이상 사람들이 못 오게 했다.
얘기를 하다 보니 얘가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자 이제 작업해보자!

그래서 내가 작전을 짰다. 한 명 밀어주기로...
그래서 한 명은 욕을 했다. 매너 없게 굴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 명은 매너 좋게 그러지 마세요 라고 그랬다.
그러다 보면 여자는 그냥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고
둘이서 싸우게 되는 거다.
그러다 보면 저 갈래요? 라는 말 한 마디 남기고 나가겠지.
그 때 매너 좋게 대하는 사람이 잠시만요.
제가 해킹 좀 하거든요. 제가 저 사람 접속 끊어버리게 만들께요.
제가 좀 컴퓨터를 하는 편이라...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러자 여자애가 그런다. 정말요? 믿어보세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리고 한명은 접속을 끊는다. 바로 옆에서 채팅하고 있는데 ㅋㅋㅋ

여자애 신기해한다. 그런 거 첨봐요.
그러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연락처 받는다.
근데 문제는 나는 그렇게 연락처 받아서 연락해본 적이 없다는...
원래 내가 연락을 좀 안 하는 사람이어야지...
어쨌든 그런 일이 있었다. ㅋㅋㅋ

*   *   *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나를 많이 때리던 선생님이 생각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많이 때리던 선생님은 때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나란 놈을 끝까지 믿어주고 힘을 실어줬던 분들만 생각난다.
그런 놈이다. 나란 놈이. 믿어주면 그 믿음에 부응하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조금 의심하고 그러면 거의 반대방향으로 내달리는... 매우 반항적인 아이였다.

그런데 내 인생에서의 추억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가장 많은 추억이 담긴 때는 공부를 안 하고 말썽을 피우던 고등학교 시절이다.
그 때만큼 정말 많은 추억은 없었던 듯 싶다.
지금과 같이 단조로운 생활(이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을 할 때면
그 때 시절이 참 많이 떠오른다.

지나간 과거니까 추억이 되었지만 참 재밌는 사건들 많았다.
뭐 단순히 싸움질 많이 했다던지 공부 잘 했다던지 하는 그런 일반적인 경험이 아닌
나만이 갖고 있는 유일한 경험들... 참 많다.
요즈음에는 그런 추억들을 되새겨 보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개인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들을 블로그에 옮길 때는
수년동안 적은 일기들을 조금씩 조금씩 읽어보면서 그랬었구나 하는 생각도 하지만
지금은 그 조차도 하지 않는 듯...
근데 웃긴 것은 그 때는 왜 사진을 찍어둔 게 없을까???
그렇게 놀러 다니고 그랬는데도 사진을 찍지 않았다니... 그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