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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독서

존속성 혁신과 와해성 혁신에 대한 통찰 "성공기업의 딜레마"

성공기업의 딜레마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지음/모색

전반적인 리뷰

2007년 8월 29일 읽은 책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교수의 책은 세 권이 있다. "성공기업의 딜레마", "성장과 혁신", "미래 기업의 조건". 그 중에서 "미래 기업의 조건"을 예전에 읽었던 책이었는데 이 책에 대해서는 내가 혹평을 했어다.(리뷰를 보면 잘 나와 있다. ^^) 그리고 올해 한국에 방문해서 한 인터뷰에 대해서도 시리즈로 혹평을 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에 내가 몰랐던 부분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미래 기업의 조건"은 앞의 두 전작 "성공기업의 딜레마", "성장과 혁신"의 연결적 맥락에서 이해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syrus님이 지적해주신 내용이다. 그리고 "성공기업의 딜레마"를 읽고 나니 내 혹평이 내 무지에서 비롯된 부분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미래 기업의 조건"을 오래전에 읽어 그 책에 "성공기업의 딜레마"에 대한 내용들이 전혀 나오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성공기업의 딜레마"를 읽고 나서는 매우 수긍이 가는 얘기들이 있었다는 점은 지금껏 내가 크리스텐슨 교수를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했음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99년에 나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8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생각해봐야할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이 책이 그만큼 insight한 뭔가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 내가 혹평했던 부분들에 대한 답을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공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그도 이 책에서 밝혔듯이 미래는 불확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리라. "미래 기업의 조건"에서 보였던 이론 맹신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내가 "미래 기업의 조건"을 읽으면서 가장 틀어졌던 부분이었는데 전작이었던 이 책에서는 전혀 그런 부분을 볼 수 없었다. 아마 사람이란 존재가 항상 그러하듯 조금 주목을 받고 명예가 생기고 나면 거만해져서 "성공 기업의 딜레마" 후에 적은 "미래 기업의 조건"에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경제경영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필독서가 아닌가 한다. 지금껏 크리스텐슨 교수에 대해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입장을 보였던 나였지만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그런 입장을 취하지 않았을 듯 싶다. ^^


존속성 혁신과 와해성 혁신

존속성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와해성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대해서 나눈 것 자체가 생각의 틀을 잡아주는 듯 했다. 존속성 혁신기존고객이 요구하는 성능 우선순위에 따라 이루어지는 혁신이고 와해성 혁신기존고객이 요구하는 성능은 충족시키지 못하지만 전혀 다른 성능을 요구하는 새로운 고객이 요구하는 혁신을 말한다.

그래서 고객의 요구만 들어서는 존속성 혁신만 가능하고 와해성 혁신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객을 무시하라"는 말은 고객의 말만 들어서는 와해성 혁신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혁신은 마치 BCG의 PPM에서 Cash Cow와 Star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존속성 혁신은 Cash Cow이고 와해성 혁신은 Star로 비교될 수 있겠다. 기업이 sustainable growth를 하기 위해서는 존속성 혁신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Cash Cow가 나는 제품만을 생산해서는 언젠가 한계에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다. Cash Cow에서 확보한 자금을 Star를 발굴하는 데에 써야 하는 게 핵심이라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의 말을 귀담아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공기업의 딜레마

존속성 혁신과 와해성 혁신은 따지고 보면 결론이다. 성공기업들이 왜 실패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결론적으로 얘기를 했는데, 그럼 왜 그렇게 되는가에 대한 부분을 보면 매우 설득력 있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 내가 특히나 가슴에 와닿았던 부분은 바로 다음의 두 가지이다.

1) 시장이 요구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빠르게 기술 혁신을 한다.
2) 더 높은 수익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고객과 재무구조에 의존하게 마련이다 보니 신규시장 특히 작은 규모의 시장에 대한 투자에 느리다.

최근에 내가 잡지나 컬럼, 인터뷰 기사, 책을 통해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이 신규 사업은 경영자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그 이유는 기존 글을 참조) 그것과 연결지어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현재 당면한 과제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경쟁 업체를 의식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존속성 혁신에만 관심을 두게 마련인 것이다.

또한 와해성 혁신이라는 것은 시장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도 않고 이 시장이 언제 형성되고 얼마만큼 형성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는 혁신이라 혁신의 산물로 나온 사업의 수익은 미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것이 정녕 와해성 혁신일까 라는 의구심도 들게 마련일 것이고 더욱 존속성 혁신에만 몰두하기 쉽다.


와해성 혁신에서의 경쟁우위

크리스텐슨 교수는 존속성 혁신에 대한 선도자는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었지만 와해성 혁신에 대한 선도자는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가진다고 얘기한다. 여러 자료들을 통해서 분석한 결과로 6배 이상의 성공 가능성과 고수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 또한 경쟁관계에서 해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존속성 혁신에서는 선도자가 존속성 혁신을 한다 해도 추종자가 따라잡는 간극이 짧다는 점이다. 왜 존속성 혁신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치열하게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와해성 혁신은 그렇지 않다. 왜?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무엇이 와해성 혁신이 될 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는 A라고 생각하고 저 회사에서는 B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떤 것이 나중에 새로운 큰 시장을 형성하게 될 지는 모르지만 와해성 혁신과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맹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와해성 혁신의 선도자가 되면 시장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게 될 때 많은 시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어 경쟁우위를 가지게 되기에 존속성 혁신과 달리 경쟁우위가 있다고 얘기한다. 결국 위와 같은 얘기의 핵심은 시장에 있다 하겠다.


딜레마의 극복

마지막에 크리스텐슨은 이러한 성공기업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잘 정리해두었다.

1) 와해성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그러한 기술개발 요구가 있는 고객 담당 부서에 맡긴다.

이 책에는 많은 내용이 나와 있는데 와해성 혁신을 위한 조직에 대한 부분도 언급을 하고 있다. 존속성 혁신과 와해성 혁신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조직도 다르다고 언급한 부분을 볼 수 있는데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와해성 혁신을 담당하는 부서가 존속성 혁신으로 인해 방해받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2) 와해성 기술개발 프로젝트와 조직의 규모를 작게 함으로써 작은 기회와 성공에도 충분히 흥미를 느끼게 해준다.

규모를 작게 해야 여러 와해성 혁신을 시도해볼 수 있고 그 속에서는 작게나마 성공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실패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결국 회사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라고 볼 수 있다.

3) 시장조사 단계에서 미리 커다란 대가를 치르지 않고 실패를 경험하도록 계획한다. 시장은 시도와 학습, 재시도의 과정을 거치면서 발견된다.

이 또한 2)와 연결지어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인데 실패라고 하더라도 규모를 작게 했기 때문에 큰 리스크가 없고 이로 인해 그러한 실패의 경험이 자사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4) 와해성 기술제품을 가지고 기존시장에 뛰어들기보다 그 제품을 높이 사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이 결국 제품 없이 시장조사를 하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굳이 이렇게 언급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시장의 관점을 더 중요시 생각해라고 역설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당연한 얘기인 듯.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대부분 분석이나 조사를 하는 입장이 아니라 사업 주체나 제품 개발을 하는 입장이 되면 시장에 대한 부분을 조금은 쉽게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 아이디어를 갖고 또는 일부 사람들의 얘기를 갖고 확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역설한 것은 아닐까?


마치면서

충분히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그러나 아는 것과 실제 행하는 것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이렇게 안다고 해서 이렇게만 하면 와해성 혁신을 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나의 기업을 놓고 봐도 상황적인 변수들이 많이 있는데 여러 기업들 즉 경쟁 관계에서 생각을 하게 되는 입장에 있다 보면 그게 그리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보면,
회사1 : A
회사2 : A
회사3 : B
회사1과 회사2는 A라는 것을 와해성 혁신으로 생각하고 있고 회사3은 B라는 것을 와해성 혁신이라 생각한다. 회사2에서 시장 선점을 하기 위해서 초반에 매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회사1도 이에 걸맞는 마케팅을 했다. 근데 시장은 늘어나지 않았고 결국 B가 와해성 혁신인 것을 나중에 알았다.

세상은 사람이 생각하는 잣대로 움직이지를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이해하고 이것이 맞다고 생각해도 그것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신규사업이나 이 책에서 말하는 와해성 혁신과 같은 경우에는 계획보다는 대응을 더 중요시 생각한다. 마치 주식과도 같다. 예측보다는 대응.

그러나 이 책은 매우 도움이 많이 된다.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할 수 있게끔 함으로써 앞으로 이러한 부분들까지 고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많아짐으로 인해서 하나를 두고 생각할 때도 복잡한 사고의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는 피곤함을 감당해야 하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