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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써야 '내 것'이 된다.

일전에 어느 분에게 지식에 대한 질의를 받고 적었던 글들 중에
"'안다'와 '이해한다'의 차이"에 대해서 적은 적이 있었지요.
그 글을 적고 나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으니 강유원 박사님입니다.
아무래도 철학박사 학위 소지자시니 저보다는 월등한 식견을 가졌으리라 생각해서입니다.

그래서 강유원 박사님 홈페이지의 BBS에 질의를 했었지요.
그리고 답변을 받았습니다.(답변 클릭하면 해당 BBS글로 링크됨)
그 답변을 대신하는 내용이 아래의 PDF 파일이며, 8~13, 20~23 page를 참조하라고 하셨지요.


그리고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았죠. 매우 어려웠습니다.
저같은 사람은 사고방식 자체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가 봅니다.
그래도 답변 주신 사항이라 꼼꼼히 읽어보았는데 그래도 이해가 선뜻 되지 않더군요.
나름 해석을 하긴 했는데, 해석을 하고 봐달라고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 것 같고
그냥 나름 노력하고 해석하고 이해를 했습니다.

그 중에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되고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부분이라 내용을 옮겨봅니다.

만일 어떤 강의를 듣고 '이게 맞는 것 같아'하는 정도에서 끝내버리면 더이상 진전이 없다. 그건 강의를 소비하는 것이다. 이소룡 영화 보고 교실에서 고양이 울음소리 흉내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자기가 직접 강의 내용을 써봐야 한다. 자기가 이해한 방식으로 강의를 재구성하여 선생에게 확인을 받지 않으면 강의를 들은 보람이 없다.

우리가 듣는 강의도 듣기만 해서는 안된다. 강의 내용이 자기 몸뚱이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체화되어야 그것이 '내 것'이 된다. 머리부터 손 끝까지는 거리가 매우 멀다. 자기가 들은 것을 입으로 말하기는 쉽지만 자신의 손 끝으로 표현해내기는 힘들다. 자기 몸에 배서 철저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소리다.

강의를 들었으면 관련된 책을 사서 읽고 자기가 스스로 써봐야 한다. 누군가 강의노트를 써서 올리면 그걸 보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프린트 한 후에 자기가 손으로 직접 써봐야 한다. 자신만의 강의노트가 나와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강의 내용이 결코 자기 것이 될 수 없고 그저 강의를 소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적인 견해를 얘기하자면, 써야만 내 것이 되는가 하는 것에 있어서는 부분 동의입니다.
방법론적으로 꼭 써야만 체득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은 부분이 분명 있다는 거지요.
그것은 개인의 스타일의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떤 성향의 사람에게는 아무리 그것이 좋은 방법이라 할 지라도 맞지 않을 수도 있지요.

그 사람에게 맞는 체득화의 방법이 가장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예전에 후배들에게 공부라는 것에 대해서 조언을 하게 되면,
그 후배가 잘할 만한 방법을 알려줍니다.
약점을 굳이 보완하기 보다는 강점을 더 키우라는 것이죠.

그러나 이 부분을 제가 인용한 것은 다음의 이유 때문입니다.
어떠한 경우라 하더라도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는 점만큼은
부인하지 못할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블로깅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적다보면 아마 다들 느끼시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계속 하는 이유는 그것 자체를 즐기기도 하지만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 때문 아닐까요?

이런 의미 때문에 "펌글에 대한 미련은 버렸다"에서 얘기했듯이
소유보다는 존재에 더 가치를 두려고 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소유라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