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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깨끗하다고 말하고 싶다. 보면서 많이 울었다. 운 이유는 내용이 슬프다는 것을 떠나, 나 자신이 순수성을 잃어버렸다는 데에 대한 슬픔도 있었다. 어릴 때의 추억들, 그리고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기억 속에 사람이 세상에 물들어감에 의해 순수성이 없어진다는 것이 퍽이나도 가슴 저미어 왔던 영화였다.
순수한 사랑, 그리고 사랑하는 과정에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그런 사랑을 정말 잘 그려낸 영화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나 인생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였던 것 같다. 왜 나는 공부를 하고 왜 나는 남들의 위에 서려고 하고 명예를 추구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나는 이미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2003년도 올해 계획을 하는 시점에서 이번 년도에는 겸손함을 가져야겠다. 겸손함이라는 것이 단지 강하게 얘기하지 않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생활의 겸손함 항상 주변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같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생각들을 더 많이 해야할 것 같다. 나 자신의 어떠한 진리 추구를 뛰어 넘어 같이 더불어갈 수 있는 남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겸손함을 가져야할 것 같다. 허나 그런다고 순수성은 찾아지지 않을 듯. 다시 사회 속에 물들어 있는 나를 발견하고 또 한 번 오늘과 같이 울겠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이 많다. 느낀 바대로 또 바뀌어 나가야겠지만 분명 난 그렇게 되지 않을 꺼라는 나름대로의 까마득한 생각 속에 나 자신이 참 초라해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지금 이 글을 적는 컴퓨터 옆에 현재 정리하고 있는 도올논어1의 표지의 도올을 보면서 논어가 뭐고 배움이 뭐냐는 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인간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