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독서

작가의 해석이 많은 "항우와 유방 1"

항우와 유방 1 - 8점
시바 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달궁

전반적인 리뷰

2007년 9월 16일 읽은 책이다. 3권의 시리즈로 되어 있는 책이라 다 읽고 나서 리뷰를 적어야 하겠지만 일단 1편 읽고 가볍게 리뷰를 남겨둔다. 1편이라서 그런지 작가의 해석이 많이 들어있는 역사 소설이다. 시바 료타로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믿음이 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해석이 많이 들어가니 역사 소설이라는 소설적인 맛은 조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인 듯 하다.

사실 항우와 유방에 대해서 내가 기존에 읽은 책이나 사전 지식이 충분하다면 이러한 해석에 대해서도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을텐데 그게 아니다 보니 작가의 해석을 이해하는 차원 즉 단방향적인 해석 밖에 안 되는 게 좀 안타깝긴 하지만 처음부터 아는 경우가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에 나 자신을 위로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기 이전에 이리 저리 찾아본 바에 의하면 마치 삼국지에 조조를 재해석하는 것처럼 유방에 대해서도 요즈음은 재해석을 하는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조금은 문헌에 근거하여 많이 조사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작가적 해석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1편에서는

1편에서는 항우와 유방의 비중이 많다기 보다는 진나라의 시황제와 시황제 이후의 시대 상황, 그 속에서의 항우와 유방의 활동이 소개 되는 정도 수준이다. 항우와 유방의 인물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몇몇 보이기는 하나 그것이 1편 주내용은 아닌 듯 보인다. 이 책을 읽고서 몇 가지 내가 몰랐던 사실들을 알 수 있었던 부분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이 천하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시황제의 오류를 지적한 부분인데 이 오류가 그가 뛰어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최초였기 때문에 선경험 없는 데에서 오는 오류라는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그와 함께 언급된 왕권주의 속의 유교의 활용은 동남아 국가에서 중산층을 육성하지 않고 불교를 장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순수한 의미에서의 사상이 정치에서 이렇게 활용되는 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했던 부분이다.


시황제의 오류

처음 알았던 사실인데 천하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고 나서 중요한 사업으로 했던 것이 전국을 돌며 황제 자신의 얼굴을 백성들에게 보여주는 일이었다고 한다. 당시의 백성들은 이런 황제의 행렬이라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 황제를 보고 무릎을 꿇지도 않고 그냥 몰려들어 '저 사라이 황제야'라는 식으로 구경을 했다고 한다.

이 때 시황제는 '내가 황제라는 존재니 잘 봐두도록 해라'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하는데 백성들은 동등한 관정에서 '저놈만 쓰러뜨리면 나도 황제가 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것은 최초라는 경험없는 자의 오류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시황제는 유교를 배척하고 서적을 불태우고 유학자들을 산 채로 죽이는 일까지 했던 것이다. 백성들에게 예의 사상을 전파하고 황제라는 존재를 신격화 시켜 상징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었던 후대의 유교의 활용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렇게 유교는 신분의 차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정치에 활용된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불교 국가가 많다. 불교는 윤회 사상이라는 것이 있다. 지금 태어난 나의 신분이라는 것이 내가 전생의 업보로 인해 이렇게 된 것이라는 윤회 사상 말이다. 그리고 주어진 신분에서 열심히 살고 착하게 살면 다음 생에서는 더 나은 신분으로 태어난다는... 그래서 이러한 사상을 활용하여 중산층을 양성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 중산층이 많아지면 말이 많아지니까...

예나 지금이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그 어떤 것이라도 자기 이익에 맞게끔 해석하고 활용하는 데에 능한 듯 하다.


끝으로

1편에 대한 리뷰라 여기까지만 언급하려고 한다. 항우와 유방하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1번의 확실한 승리인데 그것은 3편이나 되어야 리뷰에 언급할 수 있을 듯 하다.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해 주신 분이 왜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래도 직접 읽어보고 느끼는 것과 단순히 안다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 해서 읽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