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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디지털

죽으면 3억인 세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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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체매매에 대해서 다룬 책을 보고 읽으려고 했다가 다루는 내용이 그리 탐탁치 않아 읽기를 꺼려했었다. 블로그에도 이미 소개한 적이 있는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란 책이다. 미국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그려낸 책이었는데 이게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얘기에 매우 충격적이었다.

지난주 일요일에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 449회 '인체(人體)시장 - 누가 시신에 가격표를 붙이는가?'에서는 한국의 인체매매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다. 기존에 올렸던 포스팅 내용도 있고 해서 예고편을 보고 관심을 갖고 있다가 보고서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삶의 질 vs 윤리와 도덕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게 마련이다. 그럼 왜 인체가 필요한가? 살아있는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왜 필요한가? 불의의 사고로 화상을 입은 사람은 피부가 필요하고, 인대가 파열된 사람에게는 인대가 필요하며 각막이 손상된 사람에게는 손상되지 않은 각막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듯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꼭 우리가 이해할 만한 필요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TV에 방영된 것에 의하면 한 때 강남에서 성형외과가 성행했을 때는 피부조직이 아주 많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결국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소리인데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기이한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공급이 부족하니 희소성의 원리에 의해 가격은 올라가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사람들은 비싸더라도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보니 인체를 찾는 데에 혈안이 된 브로커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인간의 죽음이라는 것이 더이상 고귀하고 숭고한 것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봐야할 점은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나쁘게 볼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장기매매나 배아세포, 줄기세포, 정자와 난자등의 매매등의 문제와도 일맥 상통하는 것인데 그것이 바람직한 삶의 질로 귀결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이 윤리, 도덕적인 부분에서는 해석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그것 자체가 무조건 나쁘다고는 보지 않지만 그로 인해 생긴 폐단은 우려치 않을 수 없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화장터로 간 아내, 남은 건 개뼈라니...

죽은 아내를 화장시키고 받아온 것이 사람의 뼈가 아닌 개뼈라는 것은 이런 폐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화장터에서 시체를 브로커들이 빼돌린 것이었다. 외국에서는 유명 MC가 죽고 나서 신체의 일부가 손상되었다던지(신체의 일부를 시체 브로커들이 가져갔다던지) 하는 사례가 매우 충격적으로 보도되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좋은 의도로 시신을 기증했지만 그 기증한 시신이 부분부분 잘려나가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은 멋모르고 고인의 마지막에 좋은 일 하자고 한 뜻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렇게 좋은 뜻에서 한 일이 시체 브로커들에게는 돈벌이로서 활용되는 것을 보면 이제는 함부로 시신을 기증한다는 말도 못할 듯 하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심해지자 그것이 어떤 시체이건 상관하지 않고 매매를 하는 경우가 생겨서 결함이 있는 조직 때문에 벌어지는 일은 심히 우려스럽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사례만 봐도 그러하듯이 급하니 우선 쓰고보자는 식으로 출처가 불명확한 조직들이 나돌고 있다는 점은 윤리, 도덕적인 문제를 떠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이식을 받은 사람은 결함이 있는 조직을 이식받아 부작용이 생기고 이로 인해 같은 수술을 두 번 받아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자기네들도 이식한 조직에 대해서는 책임 소재가 없다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다만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이식한 조직이 문제가 원래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모르지만 이식한 조직 때문에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은 알면서도) 의사들의 언행이 상당히 불쾌하긴 하지만...

의학이 발달하고 삶의 질을 추구하는 시대의 흐름을 생각한다면 없어질 현상이 아니기에 이것을 투명하게 체계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것과 함께 이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것을 알고서 우리가 불의의 사고로 다쳤을 때 어떻게 안심하고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도박판에 던져진 칩처럼 내 몸을 마치 도박하듯이 운이 나쁘면 잘못되는 확률 게임에 던져야 한다는 말인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암거래 되고 잘못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제도 마련과 체계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본다.


도대체 얼마나 하길래?

도대체 얼마나 하길래 이런 암거래 시장이 형성되었을까? 각 부위별로 가격이 있는데 이를 따져보면 시체 한 구당 3억이라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각 부위별로 가격을 자세히 소개해놓았다.

뇌 없는 머리 : 500~900달러
뇌 : 500~600달러
머리 : 550∼900달러

팔뚝 : 개당 350~850달러
어깨 : 개당 375~650달러
팔꿈치 : 개당 350~850달러
손목 : 개당 350~850달러
손 : 개당 350~850달러
다리 : 개당 700~1000달러
무릎 : 개당 450~650달러
발 : 개당 200~400달러
경부 척추 : 835~1,825달러
관자뼈 : 370~550달러
기타 장기들 : 개당 280~500달러

내장을 제거한 몸통 : 1,100~1,290달러
몸통 : 1,200∼3,000달러
몸통에서 발가락까지 : 3,650∼4,050달러
골반에서 발가락까지 : 2,100∼2,900달러
책이나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극단적인 얘기를 해보면 다음의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다.

살인을 하고서도 시체 브로커를 통해서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
조직폭력배들은 이제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돈을 벌기 위해서 사람을 죽이는 신흥 살인업자들이 나타나지도 않을까?
가족이 죽고 나면 고인을 두고 값을 흥정하는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극단적인 얘기지만 요즈음 같은 세상이라면 머지 않아 그런 날이 올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우려스러운 것이고 윤리와 도덕, 인간 존엄성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 또한 결국 완전한 시장 경제라는 것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가 분명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지금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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