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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성가시게 구는 아이는 이렇게 "미운 4살 막무가내 8살"

미운 4살부터 막무가내 8살까지 - 8점
크리스토프 호르스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 이훈구 감수/책그릇

2007년 11월 읽을 도서 목록에 있는 책으로 아들 나이가 4살이니 이 때부터 시작되는 행동에 대해서 미리 준비한다는 생각에 선택한 책으로 2007년 11월 12일에 읽었다.

총평

이 책은 내가 유아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서 읽은 세 번째 책이다. 지금까지 읽은 책은 저마다 특색이 제각각이라 내게는 다 도움이 되었던 책이었던 듯 싶다. 이 책은 기존에 읽었던 다른 책들에 비해서 분량이 매우 적다. 거기에 일러스트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작정하고 읽으면 30분 정도 밖에 안 걸릴 정도다.

그러나 책이 분량만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책 내용 모두가 다 새겨둘 말들로만 채워져 있으니 이 책은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도 잘 생각해야할 것이 나는 적어도 유아교육에 있어서는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아교육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얘기네 할 수도 있는 법이다.

이 책은 마치 유아교육에 대한 경험적 멘토를 얘기하는 듯 하다. 무슨 말인고 하니 기존에 읽었던 <부모와 아이 사이>는 심리학에 기반하여 얘기를 하고 있고,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뇌과학을 기반으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 책은 얼핏 보면 이러니까 애들이 잘 듣더라 하는 경험에서 오는 경험적 결과를 얘기하는 듯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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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코 그런 책은 아니다. 가정 상담 전문가, 아동 심리학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너, 유치원 교사, 어린이 행동 지도 강사 이 5명의 전문가가 모여서 공동 집필했고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개인 심리학>에 근거를 두고 하는 얘기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알프레드 아들러라는 분은 19C에 태어난 인물로 개인 심리학의 창시자라고 한다. 이 책이 그런 개인 심리학의 기본에 얼마나 충실한 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적어도 도움이 되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래서 추천한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이가 성가시게 구는 이유와 그 성가심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이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위에서 내가 경험적 멘토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고 했던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드는 생각은 그들은 그것이 업이기 때문에 항상 그렇게 대할 수 있겠지만 부모는 혈연이라는 강력한 관계 형성은 되어 있지만 업이 아니기 때문에 매번 잘해줄 수만은 없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게 부모의 입장에서 유아교육이 힘든 이유이다.

그러나 책에서는 매사에 이렇게 대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서 얘기를 하고 있다. 가끔씩 아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것도 아이들이 스스로 실망을 다스리는 법을 알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얘기한다. 그만큼 부모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쓴 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는 아이의 가장 중요한 교사는 바로 부모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알아야 한다. 전문 교육기관이나 치료사, 상담사보다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부모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치료사나 상담사가 있어봐야 집에서 부모가 제대로 하지 못하면 치료를 받아도 그게 치료가 아니고 상담을 받아도 그게 의미없는 짓이 되기 때문이다.


성가시게 구는 아이의 메시지

아이들이 성가시게 구는 행동의 유형으로는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귀찮게 굴기
지나치게 유쾌하거나 순진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인다.
만약 예쁜 짓으로 관심을 끌지 못하면,
대화에 끼어들고, 부모를 방해하고, 계속 바보같이 행동하거나,
고의적으로 못되게 구는 등 미운 짓으로라도 관심을 끌려 한다.

2) 힘겨루기
부모를 마구 조르고, 벌컥 화를 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상대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으며,
가끔 거짓말도 하고, 게으르고 성의 없는 태도를 취한다.

3) 앙갚음
성난 눈길로 부모를 바라보고, 모욕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부모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부모의 도움을 거절하거나, 난폭해진다.

4) 의기소침
말 그대로 의기소침해지고, 쉽게 포기하고,
못한다는 핑계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응석을 부리고, 자립성을 포기한다.

이런 성가신 행동을 고치기 위해서 가르치려고 하기 보다는 그런 행동의 이면에 담겨져 있는 아이의 메시지를 잘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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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나 또한 심리학을 좋아했기 때문에 어떤 행동에 대해서 아이의 심리를 해석하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근데 문제는 전제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는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 증거는 우리가 5살 이전에는 기억이 없는 것이라고 나는 해석했었던 것이다.

기존의 책을 통해서 왜 5살 이전에는 기억이 없는지와 아이도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이런 아이의 메시지가 그냥 그럴 듯 하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에게는 가정이 사회이며, 그 사회에서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존재라는 점은 여느 책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기도 한 부분이다.

이는 아이가 여러 명일 경우 갓 태어난 아이이기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큰 아이에게는 동생에게 관심과 사랑을 뺐겼다고 생각하고 자신은 소외 받았다고 생각하는 이유와도 똑같은 것이다. 결국 아이들은 가정이라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관심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성가신 행동을 부추키게 마련인지라 관심의 질을 높이라고 한다. 아이는 성가신 행동을 해서라도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하고 무시하는 부모의 태도에 더욱더 성가신 행동으로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무관심보다 그렇게 해서라도 받는 부정적인 관심이 더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란다.


성가신 행동을 하는 아이는 이렇게

책에서는 성가신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 대한 대처법으로 다음의 이리스(IRIS)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1. Innehalten : 멈춤
성가신 행동을 해서 화가 날 때는 그 상태로 대응하지 말고 일단 멈추자는 얘기

2. Respektieren : 존중
기본적으로 아이가 성가시게 구는 행동의 이면을 이해하고 인격체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얘기

3. Ignorieren : 무시
자칫 잘못하면 아이의 성가신 행동에 대한 대응이 아이에게는 그렇게 성가시게 굴어야만 부정적인 관심이라도 보일 수 있으니 행동에 휘말리지 말고 무시해라는 얘기. 단, 아이의 존재를 무시하라는 소리가 아니라는 점 주의.

4. Selbst handeln : 행동
단기적으로는 성가신 행동으로 야기되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행동하고, 장기적으로는 평소에 아이에게 관심을 보여주라는 얘기.

결국 한 문장으로 나타내면, 감정적인 순간 대응보다는 그 자리는 회피하고 아이도 인격체라는 이해에서 비롯한 관심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매우 쉽게 사례 중심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러 주옥같은 표현들도 많지만 리뷰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 중에서 가장 공감가는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다음의 표현이다.

자녀 교육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변화하고 발전하는 과정
내가 지금껏 살면서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다혈질 성격을 고쳐야겠다는 필요성을 알게 된 것도 아이를 보고서 갖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 문구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이런 표현들이나 리뷰에서 언급되지 않는 새겨들을 만한 내용들이 많다.

적은 분량이지만 참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표현 한 표현이 참 가슴에 와닿았다는 것 때문에... 그래서 추천하는 바이다. 지금까지 보았던 자녀교육서들과 함께 읽어보면 더욱 좋을 듯 하다. 같은 얘기라도 각각이 얘기하는 각이 다르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읽은 책들은 다 만족했으니...

부모와 아이 사이 - 8점
하임 기너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양철북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 10점
노경선 지음/예담Fri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