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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서예아카데미"를 배우는 월전미술문화재단 한벽원미술관

희한하게도 토요일만 되면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비를 싫어하는 나이긴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이 더 크기에 비가 문제될 것은 없다. 비오는 날에는 집 앞에 있는 헬스장도 안 가는 것에 비하면 배움의 힘이 크긴 한가 보다.

사실 "서예아카데미"라고 해서 서예를 실습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서예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연구 과정으로 평론가, 교수, 전공 재학생, 작가, 큐레이터등으로 서예와 직간접저으로 연계되어 있는 분들이 주를 이룬다. 거기다가 박사 분들이 좀 많다. ^^

그에 비하면 난 비전공자에 서예라고 하면 초등학교 시절에 대회에서 우수상 타본 게 다다. 이 우수상도 따지고 보면 초등학생들이면 누구나 다 입상 이상의 상을 주는 그런 대회였기 때문에(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큰 의미도 없다.

전문가들이 배우는 곳에서 비전문가가 그것도 비전공자가 있으니 이상할 만하기도 하다. 사실 나도 수업을 들으면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학습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내 역할이 하나씩 생겨나가는 듯 하다. 생각지도 않게 앞에 나가서 얘기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하고 말이다.

어쨌든 토요일마다 어김없이 내리는 비는 수강하시는 어떤 분의 말을 빌어서 표현하자면 "서예아카데미" 수강자들의 열기와 교수님들의 열성을 식혀주기 위함이란다. 확실히 감성적인 표현이다. 내가 많이 갖고 있지 못한... 예술 하시는 분들은 퍽이나 많이 감성적이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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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왼쪽편에 보이는 월전미술문화재단 한벽원미술관이다. 얼핏 보면 뭐하는 곳인지 알기 힘들다. 나도 처음 갔을 때는 여기가 맞나 하고 두리번 거렸던 기억이 난다. 촛불시위가 한창이었을 때는 미술관 올라가는 계단에 항상 전경 두 명이 서 있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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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아래쪽에 있는 것은 내가 "서예아카데미"를 처음 수강할 때는 못 보던 거였다. 그건 처음 사진에서 봐도 알 수 있다. 이번에 새로 단 간판같은데 친절하게도 이번 간판은 한글만 사용했다. 아마 이게 있었다면 초행길에서도 쉽게 찾았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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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미술관 들어가는 입구 쪽에 널찍한 정원이 있다. 희한한 모양으로 자란 소나무(소나무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도 있고 안쪽에는 조그마한 연못과 정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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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간 오른쪽에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분의 흉상이 있다. 아마도 월전 선생님이겠지만 사실 내가 예술 쪽에는 문외한인지라 어느 정도 유명한 분이신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좋은 장소에서 뭔가를 배우고 있다. 저번 시간에는 중국 역사에 대해서 Overview하는 시간이었는데 참 재미있었다. 서예를 배우지 않고 왠 중국 역사? 글을 보기 위해서는 그 글이 쓰여진 당대의 문화를 알아야 하기에 역사도 알아야 한다.

아직 2개월 정도가 남았지만 아마 금새 시간이 갈 듯 하다. 일주일에 한 번인지라 부담이 되지는 않지만 토요일에 약속을 잡지 못하거나 독서토론에 참석해도 일찍 나와야 하는 문제가 있다. 사실 처음에는 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랑 안 맞는 부분도 상당히 많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조금씩 그 간극이 좁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게 재미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