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이 시대를 사는 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아버지가 부탁한 거 알아보느라 조사하다가 안재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움에 8일 만에 블로그에 끄적거려봤다. 나랑은 죽이 잘 맞고 말이 통하는 누님의 메일 속에 요즈음에는 블로그에 글을 하도 올리지 않으니 글 좀 올리라는 강요(?)에 못 이겨 글 하나라도 올려야지 했었는데 마침 꺼리가 생겼던 것이기도 했지만...

사람이 태어나서 한 생을 사는 것이 어찌보면 축복이랄 수도 있는데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 가는 이 세상은 점점 그 시스템(룰? 규칙?) 속에 인간이 종속되어 가는 양 느껴진다. 인간을 위해 만든 것이 인간을 종속시키는... 인간이 만든 기계가 인간을 속박하려고 하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요즈음 많이 드는 생각은 이거다. 이 시대를 사는 데에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라는... 종교를 통해서 다스리든 단전 호흡을 통해서 다스리든 그런 형식은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을 통해서든 자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것이 중요한 법이다. 그러나 자기 스스로 다스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지인들과의 대화가 필요한 법이다. 제아무리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는 인간이라 하여도 때에 따라서는 기대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나 강해 보이는 사람과 같은 경우는 자신의 그런 스타일 때문에 남들에게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여도 혼자 있을 때는 스스로를 옭아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것을 안다면 주변에서 나서서 진솔한 대화를 해줘야 한다. 최근에 의동생 녀석이 아주 좋지 못한 일을 겪었다. 그 녀석 성격이나 코드가 나랑은 거의 흡사하기에 어떤 상태인지를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하느냐는 이성적인 판단이야 동생도 충분히 하겠지만 그런 때에는 같이 있어주고 얘기를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굳이 시간을 내서 찾아가서 술 한 잔 하고 조금이나마 심적으로 힘이 되기를 바랬던 것은 그런 것이 문제 해결과는 별개라 하더라도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는 몰랐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진솔한 생각들은 상대가 느끼게 마련이고 힘을 내는 원동력이 된다.

심리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자의 잣대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얘기를 꺼내게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점점 더 내면의 얘기를 꺼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심리 치료의 핵심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의 잣대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는 것이 그 사람에게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 내 생각을 얘기함으로 인해 상대의 생각을 끄집어 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이해로부터 상대의 얘기를 들어주는 데에서 비롯되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인간이 인간다웁게 살 수 있으려면 인간들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란 혼자서는 나약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더불어 살아라는 의미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가끔씩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질 때에는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주변에 그 사람을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구나 하고...

그게 사실 이 시대가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것만을 선호하는 일회성 시대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오직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고 그것만을 믿는 시대이기에... 그런 것이 인간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