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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전략적 HR 로드맵: ex libris

아래의 박스는 <전략적 HR 로드맵>의 책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내공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몇몇 부분을 인용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괜찮았던 부분들을 정리 겸해서 흔적을 남긴다.

그는 나에게 자신의 HR 조직이 훨씬 전략적으로 변모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 제안을 수락했다. 우리는 그 기업의 변화 가능성에 매우 낙관적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경영진의 핵심 임원들이 전술에 뛰어나고 내부 중심적이며 변화를 꺼린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들은 HR 조직이 변모해서 영향력을 더 많이 행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지만, 실제로 그들이 한 일을 살펴보면 현상을 유지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더 크게 떠들고 다녔다. 그 결과 변화가 지체되었을 뿐만 아니라 변화 그 자체가 고통이었다.

이 말은 정말 나에게는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 전술과 전략. 중요하다고 말로는 그렇게 해도 근시안적인 태도인 경우에 당해보면 정말 미친다. 일을 하고 싶어지지가 않게 된다. 나에게는 그런 것이 결국 회사의 비전으로 다가왔었다.

HR의 가장 큰 어려움직원과 조직을 동시에 옹호하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부 HR 집단은 HR의 역할을 주로 직원 옹호에 초점을 맞추는 태도를 취한다. 즉 한 집안의 가장처럼 경영진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런 경우 노동조합 역할을 모방하는 양상이 되기도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직원은 까맣게 잊고 비즈니스 성공에만 열중하는 HR 집단도 있다. 그런 경우 안타깝게도 십중팔구 분열을 야기하는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내 성향이 누구 편드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이 쪽으로 쏠리면 저 쪽에 서고, 저 쪽이 쏠리면 이 쪽에 선다. 그래서 어찌보면 줏대 없게 보일 지 모르겠지만 나는 밸런스를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남들이 나를 어찌보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가 HR관련 업무를 했을 때는 많은 직원들이 나를 거의 '공공의 적'으로 인식했었다. 신입사원이 나를 거의 회사의 감시자로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의 잘못된 생각을 반성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나는 오직 일이 잘 되기를 바랬을 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걸렸다. 비즈니스 성공에만 열중하는 HR이 되면 분열을 야기한다는 문제. 이 <전략적 HR 로드맵>의 저자는 고수다. 다 겪어보고 한 얘기니.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런다는 거다. 그것도 임원진에 있는 사람 마저 책임 소재을 언급하면서 자기 입지만 생각하는 거다. 난 이런 것을 타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바꿀 수 있다고 믿었고 노력했던 내가 바보 같았다. 몇 번의 교육도 하긴 했지만 교육만으로도 부족했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그 업무를 계속해서 내 주업무로 할 수 없었던 데에 있었다. 계속 하고 싶었지만 그렇지를 못했다. 아쉬울 따름이다.

예전에 어느 한 조직의 최고경영진이 새로운 접근방법을 인사에 도입하기로 결정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변화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비효율적이라고 평가받는 HR 리더를 해임하는 어려운 조치까지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을 찾는 과정에서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고 말았다. 다름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강력한 지지 세력을 가졌지만 HR을 전략적으로 변모시킬 의향도 기술도 없다고 자인한 후보자를 그 자리에 임명한 것이다. 이처럼 HR의 변화 노력이 HR 리더에 대한 정치적 압력과 타협함으로써 실패로 끝난 사례가 무수히 많다.

이런 조직이 꽤나 있을 듯 하다. 관료적인 부분을 타파하기 위해서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꼭 그 일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만을 두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리더를 선별하는 거니까 말이다. 오히려 그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사사건건 간섭하고 아랫사람 고생 시키는 경우도 많다. 리더가 우선이긴 하지만 그 일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도 필요하다. 라인리더니까.

또한 HR과 같은 경우는 HR이라는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해 더더욱 그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하기도 하고 말이다. 나야 회사 생활을 한 번 밖에 해본 경험이 없지만 이런 조직은 오래 있을 곳이 못된다. 비전 없다고 생각하니까. 뭐 대기업이 그렇다고 한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말이다.

요컨대 HR은 일관된 원칙이나 이론 토대를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데, 그러면 그 토대는 무엇인가?

- 심리학인가?
- 사회학인가?
- 법이론인가?
- 직원 옹호인가?
- 기업 옹호인가?

각각의 이론적 토대가 지닌 여러 측면은 HR 분야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통합적인 중심점이 부족해 그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역시~ 이 책의 저자는 뭘 안다니까. 통합. 책 속에서 저자는 그것을 능히 해나가는 HR 전문가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냥 내공이 있다고 하는 얘기는 나는 안 한다. 오히려 나는 내 눈에 내공이 있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하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다만 쉬이 읽히지는 않는다.(초반은 그래도 쉬이 읽히는 편이지만)

전략적 HR 로드맵 
랠프 크리스텐슨 지음, 김영기 옮김/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