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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지상 최고의 게임: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긴 감동 골프 실화. 강추!


나의 2,793번째 영화. <트랜스포머>으로 명성을 얻은 샤이아 라보프의 2005년도 작품으로 감동 실화이다. 대부분의 스포츠 휴먼 드라마가 그러하듯이 이 작품 또한 감동적이다. 물론 스포츠 휴먼 드라마라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불을 보듯 뻔하지만 영화에 몰입하다 보면 나 스스로도 주인공이 이기기를 바라게 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차가워보이지만 내가 나이 들어서 눈물을 흘리거나 하는 경우는 영화를 볼 때가 유일하다. 그만큼 나는 영화를 보면 영화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감동적인 영화 한편 강추하는 바이다.

감동적인 요소 세 가지

하나. 프로 vs 아마추어

1913년 US 오픈. 영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자존심) 당대 최고 프로 골퍼인 해리 바든이 참여하고 그를 보고 골퍼로서의 꿈을 키웠지만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 골퍼로서의 꿈을 포기한 프란시스 위멧이라는 아마추어의 경기가 이 영화의 메인이다. 물론 감동 실화기에 결과는 뻔하겠지만 팀 플레이가 아닌 골프이기에 초조함, 불안함, 떨림등의 심리를 견뎌내야만 하는 그 과정을 잘 묘사해서 그런지 꽤나 흥미 진진한 게임이었고, 이것이 실화였기에 당대에는 사람들에게 꽤나 회자가 되었던 경기가 아닐까 한다.

두울. 엘리트 vs 노동자

당시에는 엘리트만의 전유 스포츠로 인식되었나 보다. 뭐 지금만 해도 골프를 치려면 소위 돈 좀 있고 여유로운 사람들이 즐기는 사교 스포츠(?)로 인식되긴 하지만 말이다.(비록 계급만 없어졌지 여전히 이 시대에도 계급은 존재한다.) 그런 시대적 배경은 프로 대 아마추어라는 대결 구도를 한층 더 고조시키는 듯 했다. 골프가 팀 플레이가 아니기에 그런 주변의 인식들 속에서 노동자 계급 출신의 아마추어(그래서 우승을 해도 상금을 타지 못한다) 프란시스 위멧이 받아야 했던 부담감은 매우 컸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마지막 결승 경기에 나와서 격려를 할 정도이고 세계의 수많은 언론들이 골프 역사상 희대의 사건으로 기록이 될 US 오픈의 결승 경기였으니 전세계의 골프 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했던 프란시스 위멧. 문제는 이 아마추어 선수는 아직 그런 규모의 대회에 참가 경험조차 전무하니 얼마나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가졌을까? 상상하기가 힘들 정도다.

김연아가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한 것도 사실 그동안 꾸준히 기량을 쌓으면서 비슷한 규모의 대회에 출전하는 경험 속에서 나온 것이다. 프란시스 위멧은 그런 경험이 전무하다. 쉽게 비유하자면, 고등학교 갓 졸업한 국내 투수가 메이저리그 결승전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향해 투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 이렇듯 스포츠는 분위기가 매우 중요한 이유가 그만큼 심리적인 안정이 되어야만 최고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세엣. 휴머니즘

근데 프란시스 위멧과 해리 바든은 닮았다. 해리 바든도 엘리트 출신이 아니었고 실력으로서 그 자리에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자신의 스폰서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마지막 결승 경기를 앞두고서 프란시스 위멧을 두고 신분을 거들먹거리면서 상대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을 때 발끈하는 말이 무척이나 가슴에 와닿았다.(영화 속에서는 정말 전형적인 영국 신사인 듯한 인상을 준다.)

만약 위멧이 내일 이긴다면 그건 그 친구가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그 친구의 실력 때문이죠. 누가 그의 아버지냐 돈이 얼마나 있냐가 아니고 바로 그 친구의 실력이요. 그걸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신사라고 자부하신다면 승자에 대한 존경을 보여주세요.

물론 영화 속의 대사에는 감정이 섞여 있어서 어느 부분에서는 감정이 격해져서 말이 빨라지고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데 대사만 옮겨적다 보니 대사만으로는 그런 감정을 느낄 수는 없지만 직접 보길 바란다. ^^ 어쨌든 스포츠 정신에 비추어보아도 가슴에 와닿는 얘기이고 그렇게 얘기하는 해리 바든도 어릴 적 자신을 보는 듯 했기에 어쩌면 해리 바든은 프란시스 위멧을 보면서 자신의 과거를 생각했을 듯 싶다.

영화 속에서 이런 휴머니즘적인 요소는 출신에서 대부분 기인한다. 프란시스 위멧의 아버지의 대사들은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보았을 때 자식들에게는 그런 부당한 대우나 헛된 꿈을 키우지 않기를 바라는 아버지로서의 현실적인 얘기였다. 그러나 자칫 이러한 얘기가 꿈은 키우기만 하면 다 이루어진다던지 하면 된다라는 식의 그런 위험한 생각을 갖게 해서는 안 되는데 그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몫이겠거니...

프란시스 위멧의 아버지는 배우지 못해서 자신의 아들의 재능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즉, 상황이 다르다는 거다. 그냥 이런 영화를 보고 '그래,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오산이라는 얘기다. 일단은 자신을 스스로 냉정하게 돌아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 하겠다. 뭐든지 그런 마음만 가지고서는 되는 게 없다.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 중에서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니 말이다.

또 빼먹을 수 없는 하나. 바로 프란시스 위멧의 캐디를 했던 10살 짜리 꼬마 에디 로리다. 학교 수업을 다 빼먹으면서 프란시스 위멧이 우승을 하기 위해서 10살 답지 않은 조언을 했던 에디 로리를 마지막 결승 경기에서 다른 이로 대체하려고 했던 미국골프협회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끝까지 에디 로리를 믿어줬던 프란시스 위멧. 이런 요소들 또한 이 영화를 감동적으로 만들어주는 데에 큰 몫을 했다.


마지막 US 오픈을 1타차로 우승하고 나서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프란시스 위멧의 캐디였던 에디 로리를 위해 돈을 모으는 장면이다. 프란시스 위멧이 돈을 받으면서 모자에 담다가 누군가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그가 들고 있는 돈은 고작 1달러. 천한 신분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소용없다면서 골프를 포기하라고 윽박지르던 아버지였다.

원래 아버지란 이렇게 자신의 마음과 표현이 상반되는 것을... 비록 영화 속에서 아버지의 가르침을 들어보면 남자는 돈을 벌어와야 한다는 둥, 돈이 안 되면 하지 말라는 식으로 얘기하곤 하지만 이 세상 어느 아버지라도 자식의 덕을 보길 바라는 사람 없다. 단지 자식이 잘 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을 뿐.

나도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바라는 것이 그것이긴 하지만 자립하는 과정에서 온실 속의 화초와 같이 보호해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떤 어려움이라도 능히 견뎌낼 수 있는 강한 사나이로 키우고 싶을 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나라고 해도 영화 속의 아버지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해리 바든: Harry Vardon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자막을 보면 해리 바든이 세운 브리티시 오픈 6회 우승기록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영화 만든 이후에 깨졌을 수도 있겠지만. 골프는 내가 관심 밖의 종목인지라. ^^) 그래서 찾아봤더니 내가 골프를 처음 쳐봤을 때 배웠던 그립을 개발한 사람이 바로 해리 바든이란다. 대단한 선수인가 보다.

오버래핑그립 overlapping grip
골프에서 클럽을 쥐는 방법.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왼손 집게손가락 위에 올려 잡는 것으로, 영국의 프로 골퍼 해리 바든(Harry Vardon)이 유행시킨 방법이라 하여 바든그립(Vardon grip)이라고도 불린다.
<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


영화 속에서는 골프공에 이렇게 새겨져 있다. "Vardon Player". 최근에 유명한 골퍼가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하여 골퍼들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물론 요즈음에야 그렇게 하기 보다는 대형 스포츠 업체에서 마케팅의 일환으로 선수들을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100년 전에도 그랬나 보다.


프란시스 위멧: Francis Ouimet


이 또한 마지막 자막에 나오는 내용인데 프란시스 위멧은 후에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2회 우승하고 뛰어난 사업가가 되었고 프란시스 위멧의 캐디를 맡았던 에디 로리는 백만장자가 되었단다. 그 둘이 펼치는 경기 속에서의 대화를 들어보면 정말 그들은 사업의 맥을 정확하게 게임으로 표현했다고 본다. 지금 경기를 펼친다고 생각해보면 정말 20살 짜리 아마추어가 메이저 대회에서 결승까지 온 것만 해도 기이한 일로 여겨질 것인데 그 아마추어 선수의 캐디가 10살짜리 꼬마라니... 정말 골프 역사상 길이 기록될 만 하다.



인상깊었던 장면

세계 최고의 프로 선수인 해리 바든이든, 풋내기 아마추어 프란시스 위멧이든 영화 속에서 골프 경기 도중에 마인드 콘트롤이 매우 중요한 것을 알 수 있었는데, 해리 바든이 마인드 콘트롤 하는 장면이 내게는 퍽이나 인상 깊었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서 가볍게 연습을 하듯이 오직 멀리 있는 홀을 향해서 한 타를 신중하게 치는 모습을 표현한 장면이었는데 인상깊었다.


주변의 수많은 갤러리들을 둘러보면서 머리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그들을 지워나간다.


해리 바든이 어릴 적에 자신에게 신분이라는 것을 뇌리에 박히게 해준 4명의 인물들만 남는다.


그들 또한 하나씩 지워나갔지만 그 중에 유독 한 명(자신에게 동전 하나를 던져주면서 이거나 받고 가라고 했던 인물)만 남았다가 그 마저도 지워버린다. 이렇게 잘 쳐야한다는 주변의 부담스런 시선이나 자신의 의식 속의 강박관념을 주던 요소들마저 비워버리고 한 타를 치기 위해 집중을 한다.

단순하게 집중을 한다는 표현을 내기 위해서 해리 바든의 시선에서 자신이 쳐야할 골프공을 내려다본 화면을 보여주면서 그 골프공을 클로즈업을 하면 될 것을 이렇게 처리한 것이 인상깊었다. 해리 바든이라는 프로 골퍼의 의식 속에서 결승 경기에 임하면서 치는 첫 타에 집중하는 것을 잘 표현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골프 관련 영화


이 영화는 실화는 아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을 했고 윌 스미스, 맷 데이먼,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을 한 영화다. 아마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많이 봤을 듯. 개인적으로 <베가 번스의 전설>은 개인 평점 8점이고, <지상 최고의 게임>은 개인 평점 9점의 영화다. <지상 최고의 게임>보다는 감동적인 요소가 다소 적기는 하지만 그래도 꽤나 재밌는 영화라 추천하는 영화다. 둘의 공통점은 골프를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