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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생각이 직관에 묻다: 직관의 심리학? 난 동의할 수 없어


이웃 블로거인 월덴지기님의 북크로싱으로 받게 된 도서다. 말콤 글래드웰가 <블링크>를 쓰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책이라고 해서 읽었던 것인데 말콤 글래드웰이 이 책의 영향을 받았으니 <블링크>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는 추천하지도 않고 내용도 나는 맘에 안 든다. 말콤 글래드웰의 전작 <티핑 포인트>를 통해 기대하고 읽었던 <블링크>였지만 매우 실망했던 책이었다.

마찬가지다. 이 책 또한 직관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 실체를 제대로 얘기해주기는 커녕 생각을 버리고 느낌을 따르라는 띠지 문구처럼 그냥 내면의 목소리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저자가 유명한 심리학자인지라 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한 여러 실험을 통해 직관이라는 것에 대한 현상학적 접근을 하고 있는 듯 보이나 문제는 그는 직관의 실체에 대해서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있으며 그가 내린 결론조차 직관에 대해서 깊이 있는 조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유명한 심리학자다 보니 이 책을 읽은 수많은 사람들은 직관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직관에 관련된 책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직관을 믿으라.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식의 얘기인데 이와 같이 직관을 해석해버리면 오히려 직관은 믿어야할 게 아니라 믿지 말아야할 게 되어 버린다. 쉽게 얘기하면 꼴리는 대로 하라는 소리 아닌가? 직관은 결코 그런 게 아니다. 그건 이미 내 책에서 온전히 밝혀뒀다. 

어떤 결론을 내리는 데에 있어서 사고 체계를 보면 대부분 자신이 믿는 바에 편향된 결론을 내리기 마련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고력이다. 자신이 믿는 바를 부정할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은 듯 하다. 스스로의 판단을 부정해야 거기서 더 나은 판단이 나오는 법니다. <블링크> 이후 말콤 글래드웰을 내가 수준 낮다 평하는 이유도 말콤 글래드웰의 얘기는 다독(多讀)으로 기인된 앎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그 앎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재미있게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을 뿐인데 나는 재미있게 적는다고 하더라도 내용의 깊이가 없는 작가들은 수준 떨어진다 생각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니 돈은 많이 번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지식인이라 착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깊이 없는 울림은 단지 떨림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에 직관에 관련된 책들을 조금 보았는데 아마 이 책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은 듯하다. 하여간 유명한 사람이 책을 쓰면 정말 스스로에 대해서 많은 반성을 해봐야할 듯.

원제가 Gut Feelings다. 내 티스토리 블로그가 lsk.pe.kr 도메인으로 되어 있지만 원래 guts.tistory.com이다. 여기서 내 티스토리 주소의 guts는 배짱이라는 의미에서 사용했고, 이 책에서는 직감이란 의민데 이 책에서는 직감과 직관에 대한 구분조차 명료하지 않다. 두루뭉수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결론이 어떻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결론을 도출한 과정이 들어볼만해야 읽어볼 만한 것이다. 몇몇 사례는 재미있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추천하지는 않는 책이다.

덧) 정말 오랜만에 쓰는 리뷰다. 북크로싱으로 받은 책이라 월덴지기님의 뜻에 따라 북크로싱을 해야할 책인지라 리뷰를 작성하지 않은 도서들 중에서 우선적으로 작성한다. 바로 다른 이에게 북크로싱할 생각이다.

생각이 직관에 묻다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 안의정 옮김/추수밭(청림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