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집착
나의 2,855번째 영화. 주변에서 괜찮다고 했다. 친한 친구가 이거 보고 한 번 해석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언제 한 번 봐야겠다 생각했다. 보고 나서 다소 주변의 반응 때문에 기대해서인지 실망했다. 실망했다 해서 영화가 재미없거나 별로였다는 건 아니다. 단지 기대만큼 생각해볼 여지가 많았던 영화는 아니었다는 것일 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 때 사랑과 집착이라는 두 키워드를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사랑이 과하면 집착이 된다. 물론 집착도 사랑의 일종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이 두 개의 키워드 내에 포함하는 행동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보이는 사랑과 집착은 일반인의 상식 선에서도 충분히 가릴 수 있는 정도다.
김혜자가 보여준 모성애는 모성애가 아닌 집착이다. 아들이 일반인들과 달리 모자란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보살펴야 하긴 하지만 그 정도가 과하기에 집착이라 본다. 부모된 입장에서 충분히 수긍이 가는 부분도 없는 건 아니지만 영화는 다소 극적인 구성을 통해(김혜자가 아들의 살인혐의를 추적하면서 행하는 행위들) 그것이 모성애가 아니라 집착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녀교육과 똑같아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많이 들었냐면, 이 시대의 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부분이다. 자녀들을 위한 공부인지, 자신들을 위한 공부 시키기인지 모르겠다. 무엇이 더 중요한 지도 모른채, 자신의 자녀들이 미래에 잘 살기를 바란다는 마음에서 행하는 잘못된 교육들이 너무나 많은 요즈음 아닌가?
자녀들을 사랑해서 하는 행위라고 스스로는 생각한다 하더라도 그건 과도한 사랑 즉 집착에 가깝다고 본다. 이 영화를 본 수많은 부모들은 그걸 스스로 자각해야 한다. 똑같다고 보는데 이를 단순히 영화로만 보고 흘려 넘기기에는 아깝지 않나? 무엇이든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