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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특별조치(Extraordinary Measures): 로렌조 오일과 비슷한 내용이나 로렌조 오일에 비할 바는 아닌 영화


나의 2,938번째 영화. 괜찮다고 해서 봤는데 초반 내용 전개를 보다 보니 <로렌조 오일>이라는 영화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 보고 나니 <로렌조 오일>에 비할 바는 못된다는 생각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각색이 되었다 하더라도 큰 틀이나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같은 실화이면서 내용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전개되는 양상에 따라 감동은 달라지는 듯. 개인평점 6점의 영화.


로렌조 오일: Lorenzo's Oil


닉 놀테와 수잔 서랜든이 주연한 1992년작 로렌조 오일도 실화다. 현대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희귀병(ADL, 부신백질이영양증)을 고치기 위해 이리 저리 뛰어다니나 허탕만 하다가 의학 지식이 전혀 없는 부모들이 명의 원인이 되는 지방산을 없애는 기름을 발견한다는 얘기인데 부모의 무한한 자식 사랑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로렌조 오일이 모든 ADL 환자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로렌조에게는 잘 먹혔던 듯) 처음 발견했을 때처럼 많은 이들에게 희망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지는 못했고, 6살이었던 로렌조에게 2년 밖에 살지 못한다고 선고받았지만 30살까지 살다가 재작년에 사망했다.

그래서 혹자는 로렌조 오일이 너무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라고 얘기하긴 한다. 사실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모의 입장과 과학자로서 모든 이들에게 적용 가능한 약을 개발하는 것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겠지만 부모의 노력만큼은 높이 쳐줘야 할 듯 싶다.


브렌든 프레이저: Brendan Fraser


<로렌조 오일>과 같이 <특별조치>에서도 폼피병이라는 희귀성 유전병을 앓는 자녀들을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실존 인물인 존 크롤리 역을 맡은 건 <미이라>로 유명한 브렌든 프레이저. 그러나 <로렌조 오일>과 좀 다른 면이라고 한다면 <로렌조 오일>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스스로 뭔가를 발견했지만 존 크롤리와 같은 경우는 남을 활용하는 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기에 남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거다. 그것 때문에 <특별조치>가 <로렌조 오일>에 비할 바 아니라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다만 <특별조치>에서 보이듯이 그 과정이 너무 속세에 찌든 인간이라는 점이 많이 보인다.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로렌조 오일>에 비해서 <특별조치>가 비할 바 안 되는 점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리슨 포드: Harrison Ford


<특별조치>에서는 로버트 스톤힐 박사로 나오는데 실존 인물은 윌리엄 캔필드 박사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실제로도 비사교적이고 고집스런 인물이란다. 해리슨 포드의 이미지와는 그리 맞지 않는 듯 보이지만 꽤나 잘 어울렸다. 해리슨 포드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예전에는 해리슨 포드가 나오면 재밌는 영화라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는데 요즈음은 글쎄... 잘 가려서 봐야...


존 크롤리 & 윌리엄 캔필드: John F. Crowley & William Canfield


브렌든 프레이저가 맡은 역의 실존 인물인 존 크롤리와 해리슨 포드가 맡은 역의 실존 인물인 윌리엄 캔필드 박사. 존 크롤리는 원래 다국적 제약 회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ristol-Myers Squibb)에서 일하다가 자녀들의 폼피병을 고치기 위해 영화상에서는 로버트 스톤힐 박사, 실제로는 윌리엄 캔필드 박사와 Novazyme라는 생명공학회사를 차리고 CEO가 된다.

그 과정까지는 좋았지만 원래 비즈니스맨에다가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던 그였기에 그랬을까? 치료약을 개발하는 과정이 사뭇 비즈니스적이다. 이해는 하지만 또 나라도 그랬겠지만 감동적이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너무 비즈니스적이라 고집스런 과학자인 윌리엄 캔필드와 갈등도 빚는다. 정말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상인지라 실화다웠지만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이게 <로렌조 오일>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로렌조 오일>이 감동적인 이유는 어려운 과정 속에서 의학 지식이 전혀 없는 부모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는다는 거다. 그에 반해 <특별조치>는 다소 여유 있는 환경 속에서 자식을 위해 신약 개발에 노력하지만 그 과정이 매우 비즈니스적이다. 그래도 뭐라 할 수 없는 건 내가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나도 존 크롤리와 같았을 거라는 생각 때문.

다만 두 영화를 두고 비교를 해보면 <로렌조 오일>이 <특별조치>보다는 더 감동적이고 낫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아마도 이런 부분 때문에 많은 비평가들도 <로렌조 오일>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예고편: Trai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