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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로마(ROME): 줄리어스 시저에서 옥타비아누스까지의 로마


<스파르타쿠스> 때문인지 <로마>는 구해두고서도 지금껏 보지 않다가 지난 주말에 한달음에 시즌1과 시즌2를 내리봤다. 여기에 언급된 내용들이 모두다 Fact이지는 않겠지만 매우 사실성 있게 얘기를 전개하고 있는 듯 보였으며, 역사의 주인공인 시저와 옥타비아누스 보다는 그들의 부하인 루시우스 보레누스와 타이투스 폴로라는 두 로마 군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다소 관찰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한 점이었다.

역사는 강자에 의해서 쓰여지지만 항상 강자들에 의해 쓰여진 글만 남는 것은 아니기에 후대에서는 해석하기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얼마나 당시의 상황과 그 상황에 처한 인간의 심리를 그럴 듯 하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좀 더 나은 해석이 되지만, 아무리 그 해석이 그럴 듯 하다 하더라도 인간이란 항상 요지부동하지 않고 정해진 대로 행동하지 않으므로 꼭 그 해석이 맞다고 할 수는 없기에 재해석의 여지는 항상 남는다.

어찌보면 그런 재해석의 여지 때문에 내가 역사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싫어하는 나라고 하더라도 역사 소설은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 말이다. 그래도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을 바탕으로 해야 좀 더 나은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건 당연할 수밖에... 그래서 나는 철학을 가장 우선시 한다. 어쨌든 <로마>를 이틀 동안 한달음에 볼 만큼 내게는 재미있었던 미드였고 추천하는 미드다.


가이우스 줄리어스 시저: Gaius Julius Caesar


미드에서도 그렇게 보이지만 시저는 당대의 인물들과 견주어볼 때 난 사람이다. 그런 그의 뜻을 헤아리기 보다는 공화정 유지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운 이들의 손에 암살 당하는 게 참 가슴이 아팠다. 그걸 보면서 나는 손자병법이 떠올랐다. 아무리 자신이 좋은 뜻을 세워서 그것을 시행하고자 한다 하더라도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들은 제거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포용한 것이 문제였다고 본다.

시저와 같이 포용력 있는 리더가 더 나은 리더라고 얘기할 지는 모르겠지만 손자병법에서도 나와 있고 나 또한 경험을 통해서 얻은 가르침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내가 그렇다고 해도 상대가 그러하지 않기에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서 자신의 편에 서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훗날을 도모할 수도 있고 상활에 따라 자신에게 등을 돌릴 수 있는 법이다. 그러한 사람마저 감싸 안는 것은 독이 될 뿐. 그래서 권력을 쥐게 되면 반대파를 말끔하게 숙청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그렇게 하지 않아 나중에 화를 불러일으킨 일화들이 얼마나 많은가? 많은 이들은 항상 좋은 얘기, 바람직한 얘기를 하려고 할 지는 모르겠지만 난 현실을 도외시한 바람직한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로 치부하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 어쨌든 그런 면에서 시저는 모든 것을 갖추었지만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영웅이었다고 본다. 그런데 줄리우스 시저 역을 맡은 배우 해리 포터의 스네이프 교수 역을 맡은 배우랑 너무 비슷하다. ^^


아우구스투스: Augustus


어떻게 보면 아우구스투스가 권력자로서의 정석인 듯 보인다. 시저를 통해서 배워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로마>에서는 다소 영악스럽게 비춰지기도 한다. 어쩌면 그게 당연할 지도 모른다. 너무 어린 나이에 성공의 맛을 봤고 그것을 유지하려고 했기 때문. 어느 누구든지 첫 성공은 그만큼 독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도 그가 역사에서 비판을 받지 않는 이유는 그가 권력을 획득하고서도 국가를 잘 다스렸기 때문이다.

독재라는 것도 때로는 메리트가 있다. 한 사람의 판단에 모든 것이 좌우되지만 그가 다양성을 수용하여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현명한 사람이라면 독재가 오히려 더 낫다고 본다. 민주주의 시대인 현재를 보면 오히려 어줍잖은 사람이 선출되어(나는 선출시킨 국민들의 수준이 더 한심스럽다.)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결과만 낳는 것을 보면 말이다. 독재라는 말이 항상 나쁜 표현으로 쓰이지만 세상에 나쁜 점만 있고 좋은 점은 하나 없는 건 없다. 일장일단이 있는 법.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Marcus Antonius


2인자가 1인자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남의 옆에서 보좌를 하면서 성공을 하는 역할이 있는 반면에 자신이 직접 나서서 성공을 하는 역할이 있다. 누가 더 위에 있고 우열을 가리고자 하는 게 아니라 1인자의 역할이 있으면 2인자의 역할이 있다. 1인자가 2인자 역할을 하면 문제가 생기고 2인자가 1인자의 역할을 하면 문제가 생긴다. 고로 자신의 역할이 어디에 적합한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1인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참모 역할로 1인자가 되면 되는 것을. 2인자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법이다. 그러나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상황이 좀 달랐다. 시저 옆에서는 항상 그의 오른팔 역할에 충실했지만 사후에는 그가 1인자가 되고저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안타까운 면이 없지 않다. 그래도 남자로서는 매우 매력적이고 개인적으로도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클레오파트라: Cleopatra


실제로 볼 수는 없고 말만 무성한 클레오파트라인지라 실제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키는 작았다고 한다. 그래서 <로마>에서도 키가 작은 배우를 출연시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리 클레오파트라라는 이미지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물론 이 배우가 클레오파트라 실존 인물과 더 흡사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당시의 미의 기준과 지금의 미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나는 현대인이라서 그런지 1963년작인 <클레오파트라>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더 어울린다고 본다.


성적 매력이 물씬 넘치는 여성의 대명사로 불리운 클레오파트라였고 내가 본 <클레오파트라>의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이미지와 중첩되면서 너무 각인되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개인적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같은 얼굴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아무리 비교를 해봐도 나는 클레오파트라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어울린다는 생각 밖에는...


루시우스 보레누스와 타이투스 폴로


미드 <로마>에서 실질적인 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 나는 실존 인물이었을까 아니었을까 싶어서 찾아보았는데 시저가 쓴 <갈리아 전기>에서 한 줄 언급되었단다. 어쨌든 실존인물. 그런데 둘이 원래는 라이벌 관계였다가 전쟁 중에 루시우스 보레누스가 타이투스 폴로를 구해주면서 우정이 쌓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클레오파트라와 타이투스 폴로 사이에서 자식이 생겼다는 미드의 줄거리는 사실과는 무관한 허구. 뭐 문헌에서 언급된 게 아니라고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당시 귀족들이 자신의 노예를 성관계에 활용했던 것을 미루어보면 충분히 상상력을 발휘해서 시나리오를 만들 수는 있었겠거니. 미드 <로마>에 나온 캐릭터만 놓고 봤을 때는 루시우스 보레누스보다는 타이투스 폴로가 난 더 매력적인 남성상이었다.

*  *  *

<스파르타쿠스>도 그렇지만 실제 있었던 일을 미드로 제작한 <로마>이기에 더욱 흥미롭게 봤던 것 같다. 비록 시즌2로 마무리 되어 아쉽기는 하지만 시즌1, 시즌2 개인적으로는 다 재미있었다.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예나 지금이나 체제나 이념과 같은 시대 상황은 바뀌어도 인간의 본성은 변함이 없는 듯 하다. 단지 어떤 시대에 사느냐에 따라 같은 현상이라 하더라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부당하다고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추천하는 미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