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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악마를 보았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게임


나의 2,950번째 영화. 원래 <아저씨>를 보려고 했었는데 예매하고 간 게 아니라 극장에서 티켓팅을 한 것이라 보게 된 영화인데 마침 개봉일이었다는... 아무런 내용도 모르고 봤는데 초반에는 흥미 진진하다가 후반 가서는 씁쓸했다. 그래도 이 영화는 내게 매우 교훈적(?)인 영화인지라 개인 평점은 아주 후하게 9점을 준다.(네티즌 평점과 다소 차이가 많이 난다.)


얼마나 잔인한가?


나는 공포 영화를 보지 않는다. 공포 영화가 공포스럽지 않기 때문에 보지 않는다. 그런 내가 보기에는 이 영화가 잔인하다고 하는 이유는 우리가 충분히 겪을 수 있을 법한 고통을 잘 그려내서 그런 게 아닌가 한다. 괴물이 나와서, 사람이 죽어서, 유혈이 낭자해서가 아닌 듯.

차라리 칼이나 총으로 깔끔하게 죽이면 잔인하다 생각치 않을텐데, 돌로 손을 찍고 손바닥에 드라이버를 꽂고 아킬레스 건을 끊어버리고 망치로 사람 머리를 치고... 그 고통의 정도를 우리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보니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오늘은 화장실 가는 사람들 많네'라는 생각을 했다. 근데 화장실 가는 게 아니었다. 보다가 못 보겠는지 중간에 나가는 여성 관객들이었다. 그 정도였나? 밤 늦게 보는 지라 그리 많지 않은 관객들 중에서 눈에 띌 정도면... 나머지는 알아서 생각하시길...


승자 없는 게임


원래 복수라는 테마의 영화가 재밌다. <악마를 보았다>가 초반에 재미있었던 건 바로 이 때문. 게다가 내게 더 재미를 복돋워줬던 건 내 생각과 다소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서다. 먼저 건드리지는 않는다. 다만 건들면 배로 갚아준다. 뭐 그런 정신. ^^

그런 생각을 가진 내가 보기에도 중반을 지나면서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저 정도면 됐는데... 이제 그만 하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뭐든 과함은 모자람만 못한 법이라는데. 결국 그런 지나침 때문에 승자 없는 게임의 양상이 후반에 펼쳐진다.

최민식이나 이병헌 둘 다 패자다. 둘이 지는 게임을 서로 만들어갔을 뿐이다. 왜? 복수를 해야했고 자신은 배로 갚아줘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두 사람이 서로 이기려고 싸우다 보니 승자 없는 게임이 된 듯. 복수를 복수를 낳는다는 말을 잘 그려낸 영화다. 다만 과하게 그렸다는 것일 뿐.

아마도 감독은 그렇게 과하게 그려야 좀 더 어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한다. 적어도 나같은 인간에게는 아주 제대로 먹혔다. 배로 갚아준다는 그 생각을 떨쳐버려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단, 상대가 나와 같다면이란 전제조건만 둔다면... ^^


최민식 그리고 게리 올드만


연기파 배우 최민식. 나는 최민식 보면 게리 올드만이 생각난다. 광기 있는 악역에 참 잘 어울리는 배우다. 그런데 역시나 나는 또 한국 연기파 배우들의 고질적인 단점을 <악마를 보았다>에서 봤다. 설경구도 그렇고 최민식도 그렇다.

왜 화내는 표정이 다들 같을까? 이 영화에서도 같고 저 영화에서도 같다. 그건 그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 자신의 표정이지. 난 그런 점이 참 아쉽다. 그래도 연기는 참 잘 하긴 한다. 그래서 연기파 배우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 있는 연기파 배우.


이병헌의 캐릭터


이병헌의 캐릭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캐릭터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악마를 보았다>의 김지운 감독 작품 중에 <달콤한 인생>이란 영화가 있는데 여기서 이병헌이 맡았던 캐릭터와 비슷하다. <달콤한 인생>이란 영화도 복수를 테마로 한 영화지만 <악마를 보았다>와는 스토리 전개가 많이 다른 영화다. 이병헌은 이런 캐릭터가 참 잘 어울리는 배우다.


복수라는 테마의 영화


개인적으로 복수라는 테마의 영화를 좋아해서 즐겨 보는 편이다. 그런 영화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얻기도 하고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영화는 권선징악적인 면이 많다. 나쁜 짓을 하면 벌 받는다는 식의 끝맺음이라는 얘기다.

이에 반해 <악마를 보았다>는 그렇지 않다. 복수에 복수가 겹치면서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메시지가 다르다고 본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결국 승자 없는 게임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복수 영화와는 다소 각이 다른 면이 있다.


예고편



* * *

사람마다 보는 기준이 다르니 남의 평점을 두고 뭐라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볼 만하지 않은 영화는 아니었던 듯 싶다. 꼭 그렇게까지 표현해야만 어필이 될까 싶기도 한 부분이 분명 있지만 그렇기에 내게는 더 가슴에 와닿은 부분이 있었기에... 내가 만약 최민식이었다면, 내가 만약 이병헌이었다면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충분히 수긍이 가더라는... 나도 잔인한 거? ^^ 어쨌든 복수라는 테마의 영화치고는 독특하다는 생각이라 볼 만하다 평하고 싶다.

악마를 보았다
감독 김지운 (2010 / 한국)
출연 이병헌,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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