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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격투기

UFC 121: 브록 레스너 vs 케인 벨라스퀘즈



UFC 헤비급 챔피언인 브록 레스너. 언젠가는 쉽게 무너질 꺼라 생각했는데 브록 레스너의 팬들은 아니라고 했다. 그의 과거를 들추면서 이런 저런 얘기하는 팬들을 보면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이터라면 주먹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만큼 경험이 쌓이지 못했다는 걸 뜻하는 거다. 맞아도 보면서 맞을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 나라 선수 중에서 종합 격투기 무대에 올랐을 때를 생각해보면 된다. 유도 선수였던 윤동식도 그랬고, 씨름 선수였던 이태현도 그랬다. 맞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하는데 브록 레스너는 그렇지 않았다. 결국 좋은 하드웨어를 가진 브록 레스너의 한계를 이번 경기에서는 여지없이 보여준 듯 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쉽게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경기 후에 축하해주고 인정하는 모습은 참 멋져보였다. 생각보다 깊게 난 상처보다 이렇게 허무하게 졌다는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극복하는 게 더 어려울 듯 보였는데... 어떻게 다시 돌아오게 될 지 모르겠다. 이번 경기에서는 지난 경기들과는 달리 수염까지 기르고 나온 것을 보면 나름 굳은 각오를 하고 나온 경기인 듯 한데 말이다.


케인 벨라스퀘즈: Cain Velasquez



개인적으로 이번 경기에서는 브록 레스너보다는 케인 벨라스퀘즈의 경기 운영에 대해서 볼 수 있었던 점이 수확이었던 듯 싶다. 사실 나는 그 이전에 케인 벨라스퀘즈의 경기는 살짝만 봤을 뿐이다. 물론 헤비급의 신성이라는 건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이번 경기를 보면서 케인 벨라스퀘즈는 앞으로 더욱더 성장할 선수라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을 듯 싶다.

이는 헤비급 챔피언이 되어서 그런 게 아니라 경기하는 걸 보니 그렇다는 거다. 밸런스가 좋다. 타격 센스는 일품이고, 헤비급 파이터라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의 핸드 스피드도 갖고 있다. 이 정도 얘기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에밀리아넨코 효도르다. 그가 떠올랐다. 비슷하다. 그러나 한 가지 차이가 있다.


케인 벨라스퀘즈 vs 에밀리아넨코 효도르

케인 벨라스퀘즈는 로우킥을 잘 쓴다.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기술이다. 그게 케인 벨라스퀘즈는 킥복싱 기반이라서 그렇다. 예전에 효도르와 안드레이 알롭스키 경기를 잘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듯 싶다. 당시에 효도르와 싸우기에 가장 적합한 선수라고 명명되었던 안드레이 알롭스키였지만 카운터 펀치(개인적으로는 럭키성이 강하다고 본다.)에 무릎을 꿇긴 했다.

그렇지만 그 전의 경기 내용을 보면 효도르의 기술이 그리 유효하게 먹히지는 않았다.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겠구나 했었는데 경기는 정말 쉽게 끝났었다. 케인 벨라스퀘즈의 경기를 보면서 안드레이 알롭스키가 떠올랐던 건 안드레이 알롭스키도 킥복싱을 베이스로 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효도르와 비슷한 하드웨어(효도르보다는 아주 조금 나은 하드웨어라 비슷하다고 했다.)에 효도르만큼 빠른 핸드 스피드와 좋은 밸런스를 가진 케인 벨라스퀘즈.

둘이 붙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가 정말 정말 궁금하다. 최근 파브리시오 베우둠에게 어이 없이 져서 10년 무패 행진의 막을 내리긴 했지만 난 아직 효도르의 실력에는 추호도 의심이 없다. 다만 너무 경기를 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고 싶긴 하지만. 둘의 경기가 성사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경험치로 보자면 효도르가 우세지만 그것만으로 평가하긴 힘들다.

둘 다 빠른 핸드 스피드와 펀치력을 갖고 있으니 조심스러울 것이고 로우킥을 잘 쓰는 케인이기에 로우킥 시에 허점을 잡아서 그라운드로 몰고 가는 전략을 효도르는 생각할텐데, 케인 또한 밸런스가 좋아 그리 쉽게 그라운드로 가지는 않을 듯 하니 아무리 전략을 잘 세우고 온다고 하더라도 경기에서 직접 부딪혀보면서 어떻게 경기하느냐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10년 무패 행진이라는 효도르의 기록은 그리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그만큼 매 경기마다 효도르는 상황에 맞게 잘 대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에 비해 케인은 아직 젊고 효도르에 비해서 그런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누가 우세하다고 얘기하기는 뭐하기에 경기를 해봐야 알 수 있을 듯 싶다.

효도르와 비슷한 선수가 UFC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UFC 헤비급을 눈여겨 지켜볼 이유가 된다. 점점 재밌어지는 UFC 헤비급이다. 좀 더 효도르가 늙기 전에 매치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다 적고 sherdog.com 들어가봤더니 마침 케인과 효도르가 붙으면 누가 이길 지 예상하는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결과가 궁금해서 투표해서 결과를 봤더니 다음과 같이 나온다.


나는 누가 이길 꺼라고 투표했을까? 효도르다. 그러나 그건 효도르가 이길 꺼라 생각해서가 아니라 모르는데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그래도 효도르가 이겨주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경험치도 그렇고 나이도 그렇고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도 그렇고 무너지기에는 쌓아온 것이 너무 많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에서지 효도르가 이길 꺼라는 나름의 근거는 없다.

이는 마치 료토 마치다와 마우리시오 쇼군과의 경기 전 예상과도 같다. 누가 이길 지는 모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멋진 경기가 되기를 바랄 뿐. 그래도 내심 효도르가 이겨줬으면 하는 게 많은 종합격투기 팬들의 심정이 아닐까 한다. 그만큼 효도르는 부동의 1위 자리에 있으면서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쌓아온 것이 많아서다.

료토 마치다와 마우리시오 쇼군은 누구 편을 들지 않았지만 만약 케인과 효도르가 붙게 된다면 효도르가 이겨줬음 하는 바람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매치업이 성사되기는 힘들 듯 하다. UFC에서 돈 좀 많이 써서 특별난 이벤트로 진행해보는 것도 좋을텐데... 개인적으로 케인은 당분간 헤비급 권좌를 쉽게 내주지 않을 터이니 효도르가 나이 더 먹기 전에 경기했으면 한다. ^^

투표에 참여하고 싶다면, http://bit.ly/bnf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