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올해 바쁘게 지내느라 책과는 담 쌓고 지내다가 최근에 재밌는 책 두 권의 책을 들었다. 공교롭게도 동시에 출간된 이 두 책은 제목이 <위키리크스>로 같다. 비록 부제는 다르지만 말이다. 아직 두 책을 완전하게 다 읽어본 것은 아니고 무엇부터 읽어볼 지 발췌독을 하고서 적는 글이지만 발췌독만으로 두 책이 출간된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지식갤러리의 <위키리크스>
우선 지식갤러리의 <위키리크스>는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이하 다니엘)가 저자다. 책에서는 저자를 위키리크스의 대변인으로 2인자로 활약한 인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걸 잘 들어보면 2인자라고 명명하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모순이다. 왜냐면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는 수평적인 조직을 주장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을 2인자라고 하면 위키리크스의 다른 사람들(줄리언 어산지를 제외하고)은 No.3야? 2인자란 표현은 출판사에서 한 듯. 어쨌든 2인자라니까 2인자라고 해두자.
다니엘이라는 위키리크스의 2인자가 위키리크스의 내부를 고발하는 듯한 뉘앙스를 많이 풍기는 책이다. 이 때문에 뭔가 있을 듯 싶어서 이 책에 먼저 관심이 갔던 건 사실이다. 국가 기밀 문서를 인터넷에 폭로하면서 전세계를 뒤흔든 위키리크스의 내부를 고발한다? 어찌보면 고발, 폭로 전문 사이트의 내부를 고발하는 꼴 아닌가? 이것만으로도 내게는 이 책을 먼저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끔 하는 데는 충분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소비자 고발'과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이유나 '삼성의 생각한다'는 책이 많이 팔렸던 이유도 마찬가지겠거니. 아무리 책을 골라서 읽는 나라도 항상 꼼꼼히 비교하는 건 아니고 콘셉트를 보고 고르기 때문에 나름 이 책이 먼저 땡긴 게 사실이다. 그런데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와 함께 발췌독을 하면서 읽어보니 정말 내부에 있어야만 알 수 있었던 특출난 내용은 없었다. 다만 사적인 대화 내용이 좀 많았다.
그런데 그런 사적인 대화 내용 덕분에 오히려 반감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아주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다니엘 좀 재수없다. 뭐랄까? 마치 자신은 마인드 있는 양 얘기하면서 줄리언 어산지는 마인드가 틀렸다고 투정 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볼 때는 아무리 2인자(?)라고 해도 줄리언 어산지에 비할 바 못되는 인물인데 자신은 줄리언 어산지 급이라고 착각하는 듯한 느낌? 세상 살면서 이렇게 분수를 모르는 사람 꽤나 많이 봤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적인 내용들이 정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마치 내게는 "줄리언 어산지, 걔? 아냐. 걔는 정말 아냐!" 하고 투정부리는 어린 아이의 얘기처럼 들렸다. 책인데 이런 사적인 대화까지 언급해도 될까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좀 과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이 책을 적은 저자의 의도마저 왜곡시키는 듯 했다. 왜 이 책을 썼을까? 줄리언 어산지를 까면서 자신을 좀 부각시키기 위해서? 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물론 줄리언 어산지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쌓여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부분도 이해는 한다. 그건 그 사람의 문제라기 보다는 인간이면 누구나 다 그러니까. 정작 이 글을 적는 나마저도 그런 인간에 속하니 말이다. 그러나 책이라는 걸 그렇게 쉽게 생각해서 적는 건 아니라고 본다. 나도 블로그에는 공격적으로 적어도 책은 정말 어투부터 누그러뜨리는데... 다니엘은 그렇게 뭘 얻고자 했을까? 그건 조금 있다 얘기한다. ^^;
21세기북스 <위키리크스>
다음으로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의 저자는 마르셀 로젠바흐, 홀거 슈타르크라는 독일 <슈피겔>의 기자다. 참고로 <슈피겔>은 위키리크스의 언론 파트너로 독일에서는 위키리크스에서 정보를 독점으로 제공받는다. 영국에는 <가디언>, 미국에는 <뉴욕타임스>도 마찬가지. 이건 사실 발췌독을 하면서 안 것이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제3자가 적는 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긴 하다.
사실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보다 우선적으로 지식갤러리의 <위키리크스>를 먼저 읽으려고 했던 건 아무래도 내부자가 적은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는 외부인물이 적는 거니까 왠지 모르게 고리타분한 얘기나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뭐랄까? 이 시대에 위키리크스가 갖는 사회적 의미 뭐 그런 얘기를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발췌독을 해보니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가 좀 더 책답다. 정제된 느낌? 그래서 내게 궁합이 맞았던 것일까?
사실 위키리크스에 대한 책이 나왔다고 한다면 독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도대체 위키리크스는 어떻게 정보를 제공 받는가 하는 점과 위키리크스는 어디서 운영 수익을 얻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배후에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도 들테고 말이다. 물론 위키리크스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언론을 통해서 위키리크스는 정부 기밀 문서를 고발, 폭로하는 사이트다 정도만 알고 있다면 그런 데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식갤러리의 <위키리크스>나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 모두 다 보여준다. 보여준다는 점에 있어서는 같지만 다소 관점이 다르다. 지식갤러리의 <위키리크스>는 줄리언 어산지에 대해 사적인 감정이 좋지 않은 다니엘이 적은 것인지라 내용 중간 중간에 줄리언 어산지를 까는 내용이 많다. 읽다보면 얘 왜 이러나 하는 생각마저 들어 거부감도 든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게다가 책이라기 보다는 그냥 얘기를 전달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정제되어 있지 않은 듯.
그에 반해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는 기자들이 적은 것이라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객관적이다. 지식갤러리의 <위키리크스>를 보고 혹시나 싶어서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에는 줄리언 어산지에 대해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얘기는 없나 싶어서 찾아보기도 했는데 마지막에 언급되어 있다. 물론 그 부분은 이미 개선이 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어떻게 개선이 되었는지도 잘 보여준다. 이런 점만 봐도 지식갤러리의 <위키리크스>의 저자 다니엘은 좀 편파적으로 적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다니엘 이후로 개선되었기 때문에 다니엘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는 기자가 적은 책이라서 그런지 마지막에는 대중매체 그리고 정치와 연관지어서 위키리크스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에 반해 지식갤러리의 <위키리크스>는 다니엘이 위키리크스를 나와서 자신이 생각한 방식으로 구현한 오픈리크스로 마무리를 했다. 이런 부분에서도 사실 지식갤러리의 <위키리크스>는 반감이 든 게 사실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저자인 다니엘에 대한 반감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만...
위키리크스 vs 오픈리크스
다니엘이 적은 <위키리크스>의 의도는 분명하다. 줄리언 어산지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담아서 줄리언 어산지의 단점을 폭로하면서 자신을 부각시키고(자신의 생각이 더 바르지 않냐고 얘기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오픈리크스가 더 낫다는 걸 알리고 주목해달라는 의도다. 이에 반해 <슈피겔>의 기자가 적은 <위키리크스>는 <위키리크스>를 띄워주기 위해서 적었다기 보다 이거 쓰면 대박이다는 생각으로 적은 듯 하다. 그런 의도였지만 책은 기자 출신인지라 객관적으로 적은 듯. 그런데 사실 책 쓰면서 그런 생각은 누구나 하지 않나? 그건 다니엘도 마찬가지였을테고 말이다.
그런데 다니엘이 설립한 오픈리크스의 룰을 보면 좀 우습다. 민주주의라고 외치지만 만장일치로 해야 된단다. 만장일치가 안 되면 가위, 바위, 보라고 하겠단다. 배가 산으로 가겠네 그려. 모두 다 같은 생각을 해야만 한다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더 나은 걸 가리지 못하고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겠다고? 나는 다니엘에게 묻고 싶다. 만약 너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이들이 동의하지 않아 가위, 바위, 보로 해서 다른 이가 이겼다고 치자. 너는 그걸 용납하겠니? 내가 볼 때는 용납은 해도 감정이 쌓일 듯 하다. 적어도 책을 통해서 파악한 다니엘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볼 때 다니엘은 아직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풋내기인 듯. 그런 풋내기가 운영하는 오픈리크스와 비록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는 없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생리를 잘 아는 줄리언 어산지의 위키리크스는 비교하기가 힘들 듯 싶다. 게다가 오픈리크스의 프로세스를 보면 좀 어이가 없는 부분도 있고 말이다. 차별화 시키기 위해서 나름 엄청 노력했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전혀 의미없는 건 아니지만 이에 대해서는 차차 얘기하려고 한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
<위키리크스> vs <위키리크스>
어쨌든 제목이 같은 두 책이지만 의도가 다르다. 의도가 어떻든 간에 책 내용이 알차고 좋으면 된다. 의도를 떠나 책 내용만 두고 본다 해도 지식갤러리의 <위키리크스>보다는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가 좀 더 구체적이고 객관적이다. 실명을 언급하는 부분들도 그렇고, 제3자의 입장에서 크로스 체크하기 위해 취재한 부분을 보면 그렇다. 그래서 밸런스 있는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주지만 지식갤러리의 <위키리크스>는 좀 편파적으로 몰아가는 식이다.
두 책을 비교하면서 발췌독을 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는 좋은 내용을 갖고 포장을 잘못했고, 지식갤러리의 <위키리크스>는 상대적으로 좀 떨어지는 내용을 갖고 포장을 잘 했다. 포장을 잘 했다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당신이 만약 출판사라면 주어진 책을 잘 포장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당연한 거다. 그만큼 콘셉팅을 잘 해서 표현했다고 보는 게 맞겠다. 그래서 그런지 나 또한 지식갤러리의 <위키리크스>를 먼저 집어들고 차례까지 읽으면서 재밌겠다 했으니말이다.
책 내용을 모르고 얼핏 보면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는 좀 고리타분한 얘기가 가득하지 않을까 싶었다. 차례를 봐도 뭐 별 내용 없는 듯 보이고 말이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상대적으로 비교해봤을 때 알차고 객관적이다. 그러다 보니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 담당자 누군가 궁금해졌다. 왜 이렇게 구성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은 책의 내용으로 말해야 한다. 저자의 의도가 어떠하든 저자의 이력이 어떠하든 중요한 건 책 내용이다. 아무리 대단한 양반이 책을 적는다 해도 책의 내용이 개판이면 그 책을 좋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는 내가 책을 추천하고 고르는 기준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같이 출간된 두 출판사의 똑같은 제목의 두 책 <위키리크스>를 비교해보면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가 좀 더 낫다고 평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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