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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더 파이터: 간만에 강추하는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


나의 3,003번째 영화. 요즈음 영화를 그리 자주 보는 편이 아닌지라 좋은 영화를 그냥 못 보고 넘어갈 뻔했다. 가끔씩 영화를 볼 때면 아무래도 흥행했던 영화나 비쥬얼이 강한 영화를 선택하다 보니 국내 개봉 한참 전에 이 영화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잠자리에 누워서 볼 영화를 고르던 중에 선택해서 본 영화 <더 파이터>.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미키 워드의 실제 경기 영상을 찾아보는 수고를 더할 정도로 재밌게 본 영화다.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니 더더욱.

아마 실화를 스토리로 만든 게 아니라면 이런 스토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 듯 싶다. 자신의 앞길을 망치는 가족을 두둔하는 미키 워드라는 캐릭터가 이해가 안 가기 때문. 그런데 실화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만약 내가 미키 워드라면 저런 상황에서도 가족을 다시 두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실화이기에 더욱 감동적이고 실화이기에 지어내기 힘든 스토리인 <더 파이터>다.


크리스챤 베일: Christian Bale


<더 파이터>의 두 주역은 마크 월버그와 크리스챤 베일이다. 그리고 영화 내용상으로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마크 월버그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크리스챤 베일은 먼저 언급하는 건 마크 월버그 보다는 크리스챤 베일의 연기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크 월버그 연기가 별로라는 얘기가 아니다. 잘 했다. 그러나 크리스챤 베일의 연기가 너무 뛰어났다.

어떻게 이렇게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 배역을 완벽히 소화했다고 말하고 싶다. 진짜 연기자라는 생각? 우리나라 배우들과는 너무나 많이 비교된다. 어느 영화에서나 시종일관 똑같은 캐릭터를 보여주는 우리나라 명(?)배우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지 않나? 정말 인간 쓰레기라는 생각이 들게끔 너무 연기를 잘 했다. 그 결과는 역시나 다음의 상들이 말해주는 듯.

영화 속 실제 인물인 딕키 에클런드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제31회(2011) 런던 비평가 협회상 영국남우주연상 - 파이터
제83회(2011)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 파이터
제17회(2011) 미국 배우 조합상 영화부문 남우조연상 - 파이터
제16회(2011)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남우조연상 - 파이터
제68회(2011) 골든 글로브 시상식 남우조연상 - 더 파이터
제23회(2010)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남우조연상 - 파이터

특이한 건 런던 비평가 협회상에서는 남우주연상이라는 점. 나머지는 남우조연상인데 영화 내용을 보면 남우조연상이 맞다고 본다. 정말 상 받을 만하다. 영화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영화에 맞게 연기 변신을 참 잘 하는 배우인 듯. 그 좋던 몸은 어디 가고 뼈다구만 남았을꼬.


마크 월버그: Mark Wahlberg


주인공 미키 워드 역을 충실히 잘 수행했지만 상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캐릭터는 다소 무난하다. 연기를 못 한다는 게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특별난 점이 없다 보니 그에 맞는 연기를 했을 뿐. 주연인데 주연보다 주연급 조연의 연기가 빛나 빛을 보지 못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런데 실제 미키 워드가 마크 월버그보다 더 잘 생겼더라는...


미키 워드: Mickey Ward


<더 파이터> 엔딩 크레딧을 보면 미키 워드에 대해서 궁금해할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통산 52전 38승 13패 1무 27KO. 유명하다는 복싱 선수 치고는 그리 화려한 승률을 아니다. 게다가 그가 세계 챔피언이 된 타이틀은 WBU Jr 웰터급(위 사진에서의 챔피언 벨트)이다. MMA에서도 메이저와 마이너가 있듯이 복싱에서도 메이저와 마이너가 있는데 WBU는 마이너다.

97.04.12 미키 워드 vs 알폰소 산체스



<더 파이터>에 나온 경기 중에 알폰소 산체스와의 경기가 있다. 바디 샷 한 방으로 KO를 얻어내는 장면. 과연 사실일까? 위 동영상이 실제 경기 장면이다. 27분 30초부터 보면 알폰소 산체스가 어떻게 쓰러지는지 알 수 있다. 진행자도 한 마디 한다. "Oh~ See?"  "Unbelievable" 이런 넉다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00.03.11 미키 워드 vs 쉐어 네어리



<더 파이터>에서 마지막 경기로 나왔던 경기로 한 번도 진 적이 없고 한 번도 다운된 적 없는 쉐어 네어리와의 경기다. 32분 50초부터 보면 된다. 8R 40여초를 남겨두고 한 차례의 다운을 빼았고 이내 다시 다운을 빼앗아 KO승을 거두면서 챔피언이 된다. <더 파이터>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나름 싱크로율을 많이 맞추려고 노력한 듯.

02.05.18 아투로 가티 vs 미키 워드 1차전



<더 파이터>는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지만 실제로 많은 권투팬들은 엔딩 크레딧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아투로 가티와의 1차전을 명승부로 꼽는다. 이 명승부 덕분에 2차, 3차전까지 갖게 되기도 하지만 권투 선수로서의 투혼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줬던 경기라고. 내 기억에는 <더 파이터>에서 쉐어 네어리가 미키 워드를 얕잡아 보면서 아투로 가티 정도가 되어야 할 만하다 했던 기억이... 이 경기는 마지막 라운드가 멋지다.

02.11.23 아투로 가티 vs 미키 워드 2차전
03.06.07 아투로 가티 vs 미키 워드 3차전



1차전의 명승부를 다시 보고 싶은 전세계의 팬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6개월 뒤에 2차전을 벌이는데 여전히 명승부를 보여줬지만 아쉽게도 미키 워드가 판정패한다.



이 경기도 판정패한 미키 워드는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그래도 1차전 이후에 파이트 머니는 엄청 두둑 챙겼다는... 짧고 굵게. 그럼 아투로 가티라는 선수가 어느 정도 급의 선수인지 비교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오스카 델라 호야 선수랑 비교해본다.

01.03.24 오스카 델라 호야 vs 아투로 가티



미키 워드와 1차전을 하기 이전에 아투로 가티는 오스카 델라 호야랑 싸워본 적이 있다. 결과는? 오스카 델라 호야가 5라운드 KO승이다. 아투로 가티의 실력이 못해서가 아니라 워낙 오스카 델라 호야라는 복싱 선수는 몇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정도의 선수기 때문에 그렇다.

오스카 델라 호야 정도로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복싱 역사상 손꼽히는 명승부 중에 하나인 아투로 가티와의 1차전, 그리고 미키 워드가 링 위에서 보여줬던 복싱 선수의 물러섬이 없는 투혼(오직 전진만 있을 뿐)은 복싱을 하는 이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었던 것.


에이미 애덤스: Amy Adams


<더 파이터>에서 미키 워드의 연인으로 나오는 배우 에이미 애덤스. 어디서 봤다 싶어서 <박물관이 살아 있다 2>에 나왔던 배우다. 참 희한한 게 외국 배우들의 개인사를 보면 결혼도 하지 않고 애를 낳는 경우가 꽤 있다. 어제 포스팅한 <월드 인베이전>의 브리짓 모나한도 그렇고. 에이미 애덤스는 6년동안 사귀었던 남자와 약혼을 했고 임신하게 된 케이스. 그래도 둘의 애정전선에는 이상무라는 게 다행. 겁도 없이 그냥 애 들여놓기만 하면 쓰나. "그라마 안 돼에~"(<바람> 버전)


예고편: Trailer


파이터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2010 / 미국)
출연 마크 월버그,크리스찬 베일,에이미 아담스,멜리사 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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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개인 평점 10점 만점의 강추 영화다. 내가 좋아하는 휴먼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감동과 재미 두루 갖춘 영화라 누구든지 재밌게 보면서도 감동을 얻을 수 있을 듯. 가족들이 같이 봐도 좋다. 가족이란 의미에 대해서 조금은 엿볼 수도 있으니. 잘못된 애정은 집착일 뿐이라는 교훈도 담겨 있다.

<더 파이터>의 실제 인물. 왼쪽부터 딕키 에클런드, 감독 데이빗 O.러셀, 미키 워드

참고로 사진을 보면 딕키 에클런드와 미키 워드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닮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은 형제이긴 하니 이복 형제다. 그런데도 우애가 좋은 건 참... 희한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