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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인코그니토: 신경과학자가 얘기하는 뇌 이야기


'나라고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부제가 맘에 들어 샀는데 나는 그닥 재밌는 책은 아니었다. 여러 권을 한꺼번에 사서 직원 중에 한 명이 나보다 먼저 읽고는 재밌다고 해서 기대도 했는데 말이다. 기대가 커서 실망을 한 게 아니라 나는 뇌에 관심을 두고 이런 저런 책을 읽으면서 나름 많은 생각을 해본지라 여기에 언급된 내용이 그닥 신선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솔직히 다른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 내가 바라보는 시각과 갭이 많이 존재할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대부분 뇌 관련된 책이라고 하면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뇌과학류나 우리의 행동 패턴에서 오는 심리학류의 책이 일반적이지만 이 책은 조금은 다소 각이 다르다. 나름 의식과 무의식에 대해서 신경과학자의 입장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고는 있지만 사실 나는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보면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얘기가 설득력이 없다거나 동의하기 힘들다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깊이 있게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얘기는 사실 과학과 철학을 접목시켜서 얘기하면 좋다. 실상 둘은 같은 목적을 갖고 있지만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너무나 보이는 현상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진 게 사실이다.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은 깊이 있게 보다 보면 알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토그니토>의 저자가 환원주의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철학으로 치자면 유물론이 되겠다.) 이런 얘기는 과거에도 많이 있었고 과학만이 아니라 철학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과학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무엇인가가 더 증명(?)이 되긴 하겠지만 아무리 발전된다 해도 증명되기 힘든 영역은 분명이 존재할 것이다. 그것은 과학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한다. 그걸 믿는 사람들도 더러 있던데 말이다. 공상과학 소설 쓰는 것도 아니고. 그 답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철학의 영역을 들여다 보다 보면 왜 그런지 어느 정도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인토그니토>는 여느 다른 책들에 비해서 신선한 사례와 의식과 무의식에 대해서 설득력 있게 얘기하고 있어서 볼 만한 책은 되지 않을까 싶다.


보통 나는 뭘 적을 때 약간 비판하는 식이면 왜 그런지 이유를 분명히 제시해주곤 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냥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갔는데 그 이유는 얘기해주려면 참 많은 것들을 얘기해줘야 해서 그렇다. 이걸 설명하려면 저걸 설명해야 하고, 저걸 설명하려면 그걸 설명해야 하고. 그래서 그냥 과학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철학도 들여다 보면서 과학도 들여다보면 좀 더 낫다는 얘기만 하고 싶다. 그래도 글간이 시원시원해서 읽는데 부담이 없고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


ex libris

01/ 찰스 보넷 증후군(Charles Bonner Syndrome)
시각을 상실한 사람들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꽃, 새, 사람, 건물 등을 보게 되는 현상

02/ 본능
본능은 배울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자동화된 행동(타이핑, 자전거 타기, 테니스 서브)과는 다르다. 본능은 처음부터 물려받는 것이다.

03/ 바소프레신 호르몬
바로프레신에 영향을 미치는 변이 유전자 'RS3334'를 가진 남자들은, 이 유전자가 없는 남자들에 비해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비율이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에 따르면 이 유전자를 2개 가진 사람들은 결혼을 안 한 경우가 많았으며, 설사 결혼했더라도 위기를 더 자주 겪었다. -2008년 스웨덴 카롤란스카재단 연구팀, 남녀 552쌍을 대상으로 한 바소프레신 수용체에 대한 유전자 검사 결과

* ex libris라고 해서 중요한 내용을 옮긴 게 아니라 내 나름대로 이런 거는 정보니 체크해두자 또는 이런 거는 나중에 내 블로그에서 검색할 필요가 있겠다 싶은 내용이다는 걸 옮기는 것이지 중요하다고 해서 옮기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