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독서

재작년 전에 탈고한 원고를 꺼내들고

오늘 에코의 서재에 근무하는 주현욱 팀장(예전에는 21세기북스, 그 다음에 지식노마드에서 근무)님이 사무실로 찾아와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에코의 서재에 대해서 이리 저리 잘 알게 되기도 했고, 에코의 서재 조영희 사장님에 대해서도 좀 더 알게 됐고. 나름 이런 저런 얘기 속에 내가 재작년에 탈고했던 내 원고 얘기를 꺼냈다.

사실 내 원고 탈고한 그 시점 이후로 보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에 지난 주말에 원고를 찾아서 다시 보기 시작했다. HWP 파일인데 없어진 줄 알고 엄청 찾았다. USB며, 백업 드라이브며 아무리 찾아봐도 없길래 메일을 뒤적거렸는데 다행히 내 원고를 검토해준 정성진 이사님(현재 북이십일 이사, 21세기북스 총괄)에게 보낸 메일 첨부 파일에 있더라는 거.

나름 자신있게 집필을 했었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1달이라는 시간을 올인해서 적었던 건데 내 책 내용 얘기를 하면서 관심을 보인다. 재밌겠다면서. 물론 난 자신이 있지만 그래도 주현욱 팀장님에게 에코의 서재 조영희 사장님이 한 번 검토해봤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얘기 드려보겠단다. 나름 콘텐츠를 보는 각이 있는 사람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가 궁금했기에.

물론 북이십일의 정성진 이사님이 콘텐츠를 보는 각이 덜하다는 게 아니다. 절대로. 그건 주현욱 팀장님도 고수라고 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분이고 나 또한 그렇다고 생각하니까. 그 정성진 이사님은 내게 호평을 해주셨다. 내가 이런 글을 쓸 줄 몰랐다고 하면서. 전혀 다른 눈빛을 줬었다. 그렇지만 그게 흡족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나름 확인받고 싶은 부분이 있는 거다.

*  *  *

사실 내가 그 원고를 집필하고 탈고할 때는 베스트셀러 후속작으로 집필을 하고 있었다. 전작이 20만부의 대작이었던 지라 적어도 내가 후속작을 쓰면 기본적으로 판매 부수는 보장이 되는 아주 좋은 조건이었고, 전작의 퀄리티가 떨어지기 때문에 후속작만큼은 퀄리티 있는 책을 바랬던 출판사 사장님이 지인의 추천을 받아서 내게 제안을 했던 것이다.

내 블로그의 글을 보면서 이 사람이면 되겠다 싶어서 그랬단다. 유명 작가도 많을텐데 왜 하필 나에게 왔을까 싶었지만 책 자체가 생각에 관련된 부분이고 유명 작가라 해도 사실 글필이 뛰어난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내가 글필이 뛰어난 건 아니다. 단지 나는 생각을 많이 하고 나름 콘텐츠에 대한 각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정도일 뿐.

그러나 문제는 내 책이 대중화되기에는 어렵다는 거였다. 아무래도 좀 아는 사람이 적으면 그렇게 된다. 그래도 나는 많이 팔리기 위해서 쉬운 책을 적고 싶은 생각 없었다. 쉽게 적는 게 오히려 내게는 어렵다. 물론 내 책은 어려운 얘기들을 하고 있지만 술술 잘 읽히고 이해하기는 쉽게 적혀 있다. 다만 다루는 게 좀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서 그렇지.

그 때문에 이 책은 후편으로 하고 좀 더 쉬운 방법론적인 책을 주문해서 그걸 적으려고 했다. 그러다 내가 바빠진 것이고. 사실 방법론은 나에게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다. 그 방법론이 유일무이한 방법론이 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방법보다는 원리를 중시한다. 원리는 바뀌지 않으니까. 나는 그 원리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싶었다.

사실 나는 <생각의 탄생>을 염두에 두었었다. 그러나 <생각의 탄생>은 내가 보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읽어볼 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정말 핵심은 빠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 이상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에 집필을 했던 거다 보니 아무래도 조금은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누가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었다.

그건 북이십일 정성진 이사님도 동의를 한 부분이고. 나름 설득력 있고 재밌게 술술 읽히면서 어렵지 않았지만 읽고 나면 생각을 안 해볼래야 안 해볼 수가 없는 즐거운 독서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기존 출판사 사장님의 뜻이 그러하여 사실 올해 계약금을 돌려줬다. 그 당시에는 그래도 내가 시간적 여유는 많았고 경제적 여유가 별로 없어서 일단 쉬운 책을 써서 유명해지고 난 다음에 이 책을 내야지 했었는데 말이다. 책 제목도 정해졌었고.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유명세를 위해서, 경제적으로 좀 더 낫기 위해서 책을 쓰고 싶지는 않다. 그냥 나는 내 책을 내 생각을 온전히 담은 책을 내고 싶다. 내가 적고 싶은 책을 적어서 말이다. 돈이 벌리든 아니든. 그거 안 벌어도 나는 전혀 지장을 받지 않으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무조건 내가 적고 싶은 책이 아니라 대중들도 원하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거다.

나름 출판계에 있다거나 콘텐츠를 보는 눈을 가졌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기존 출판사 사장님은 베스트셀러가 될 책을 많이 염두에 두셨던 거 같다. 즉, 책 잘 안 읽는 사람이라도 읽을 수 있는 책을 말이다. 그러나 나는 스테디셀러를 바랬고 그런 각이 다소 틀렸던 거다. 그래서 계약금 돌려주고 다른 출판사를 찾기로 한 거다.

실상 나는 기존 출판사 사장님의 제안을 받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책을 적기에는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정말 내가 적은 이 책 내용이 그러한가 싶은 생각에 한 번 더 확인도 받고 싶고(에코의 서재 조영희 사장님도 남다른 안목을 갖고 있기에) 그 분은 뭐라고 얘기하는지 듣고 싶은 부분도 있다. 에코의 서재에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건 모른다. 나름 나는 내 원고 그 자체에 집중해서 다시 재검토한 다음에 출판사를 찾아볼 생각이지만 그 전에 나름 체크해보고 싶은 생각이 강한 거다. 아무에게나 줄 수는 없고 말이다. 그래도 주현욱 팀장님이 자리를 마련해보겠다고 하니(단순히 원고를 검토하는 게 아니라 한 번 미팅을 해서 대화를 하는 자리를 원했다.)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내 원고를 에코의 서재에 내고 싶다는 의향을 비추는 게 아니다. 전혀. 주현욱 팀장님에게 얘기 들어보니 에코의 서재 조영희 사장님도 책을 많이 보고 또 콘텐츠를 보는 눈이 남다르기 때문에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일 뿐. 그러면서 원고 검토 부탁도 하고 검토한 피드백을 받고 싶다. 에코의 서재에 내 책을 내고 싶다는 검토가 아니라 책 내용에 대해서 말이다.

*  *  *

올해 지나가기 전에는 책 내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그게 쉽게 되질 않는다. 이런 저런 일들로. 그래도 이젠 준비를 해야지 올해 넘기지 않을 꺼라는 생각에 준비를 하나씩 해나가야겠다. 일단 내 탈고한 원고를 다시 들추어 보면서 나름 시간이 흘러 수정해야할 부분이 눈에 보인다면 과감히 수정하면서 재탈고를 할 생각이다. 그리고 나면 출판사 섭외하러 다녀야겠다.

출판사 섭외가 안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나름 내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나랑 맞는 출판사를 섭외하는 게 관건이라고 본다. 올해는 꼭 내 책을 내보자. 아직도 적을 책들 많이 있는데 스타트를 빨리 해야 그래도 생각해둔 책들 적지 않을까? 아무리 내 일이 있어도 책 적을 때는 다 제쳐두고 집필에만 매달릴 생각인데...(이래서 오너가 좋긴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