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때의 사진이다. 사실 이 사진을 찍을 때는 흑백으로 해서 뭐랄까 광복이 된 날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는데 전혀 아니다.
그 때의 느낌을 간직하려고 사진을 찍었다.
사실 그 날 본 여러 모습들은 거의 광란이었다.
16강 진출이라는 대단한 사실이 감격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때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해소할 곳 없는 고등학생들이 이 때다 싶어서
(아마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경사라 할 만 했으니)
별의별 난동을 벌인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이 된다.
사실 누가 그렇게 했다면 그것이 촉진이 되어 너나할 것 없이 남녀노소 모두
한반도가 흥분한 때라 그럴 만도 했긴 했지만...
그 날 본 몇몇 장면 중에서 기억 나는 것은,
차량 위에 올라가서 뛰어 놀던 모습 (차주인은 정말 가슴 아팠을 듯)
버스 양 사이드에서 이리 저리 밀던 모습
차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면 여기 저기서 대한민국을 외치던 모습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차에서 손 내밀면 다 악수를 하던 모습
나 또한 차에서(내 차는 아니었지만) 썬루프 열고서
허리를 썬루프에 걸치고 태극기를 들고 지랄 발광을 떨었던 기억도 있다.
어쨌든 16강, 8강, 4강 모두 극적이라 한 편의 드라마로 밖에 생각이 안 든다.
내 기억으로 도로에는 엄청나게 많은 폭주족(오토바이)들이 난무했고
그 날은 내 기억으로 우리나라에 경찰이란 없었다...
위 사진 모두 천호동에서 찍은 것인데 아래 사진은 어느 미친 X이
16강 진출했다고 옥상에서 물을 뿌리고 물풍선을 사람들한테 던져서
모든 사람들이 위를 쳐다봤던 모습을 찍은 것이다.
어쨌든 그 날은 심하게 부딪혀도 그냥 웃고 마는 분위기였으니
별다른 일은 없었지만 상식 외의 행동들을 많이 봐서
군중심리가 이렇게 무섭구나 하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