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122번째 영화. <피에타>를 본 이유를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정리하자면 네 가지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부터 언급하자면 적어도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색채를 띈 영화를 제작하면서 거둔 수익을 공유할 줄 아는 감독이고 거기서 수익을 얻어서 다음 작품에 재투자를 한다는 데에 있다. 쉽게 얘기해서 오락 영화도 돈 내고 보는데 이런 영화 돈 내고 못 보겠냐는 생각이었다. 좀 보태주자는 그런 생각? 이게 가장 큰 이유지만 이 이유만 가지고서 영화관에서 그의 작품을 접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나머지 이유도 필요한 법.
궁금했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 중에 가장 대중적이라는 작품이 어떤지 말이다. 또한 네티즌 평점이 상당히 높다. 참여자도 상당히 많고 말이다. 사실 이 점이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대중의 지혜를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참여자가 1500명에 육박했고 8점 중반의 평점이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니까. 사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이라는 데에 대해서는 큰 의미가 없었다.
왜냐면 사실 나는 베니스영화제 수상작 치고 내게 잘 맞는 영화는 드물기 때문에 말이다. 어찌보면 김기덕 감독이 유럽의 영화제에서 먹히는 게 그네들의 시각에서의 작품성이라는 거와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인데 문제는 그네들의 시각이 나랑은 사뭇 다르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피에타> 그리 높은 평점을 주지는 못하겠다. 개인 평점 6점의 영화. 그래도 영화관에서 봤다고! ^^;
비상업적인 예술 영화만 선택하는 베니스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Venice Film Festival)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매년 개최되는 영화제로 가장 오래된 국제 영화제다. 그만큼 영화인들에게는 매우 의미있는 영화제이긴 하나 사실 베니스 영화제 수상작이 우리나라 대중들의 정서와는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 이유인즉슨, 베니스 영화제는 비상업적인 예술 영화만을 선택하는 게 전통인지라 대중적이지 않은 작품들이 많다. 영화인들에게는 의미 있을 지 모르겠으나 비영화인인 대중들에게는 어필하기 힘들 작품들이 많다는 얘기. 그래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이라고 해서 나는 그 작품을 고르지는 않는다. 매우 조심스럽게 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는 게지.
베니스 영화제의 대상 황금사자상
김기덕 감독의 이번 작품 <피에타>가 받은 상은 황금사자상(Golden Lion for Best Film)이다. 베니스 영화제의 최고상이라는 얘기. 지금까지 우리나라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적은 없다. <씨받이>의 강수연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서 세계적인 배우라는 칭호를 얻었던 적이 있지만 말이다.
이러니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한 건 분명 의의가 있다 하겠다. 그래도 황금사자상 수상작들 중에서 잘 고르면 꽤 괜찮은 영화들도 있는 건 사실이니까. 그래서 나도 조심스럽게 볼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작품을 살펴보고 선택하는 거고.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들 중에서 그래도 알려진 영화들 소개하자면(내가 아는 영화들만 정리하자면) 오늘 점심에 올린 포스팅을 참고하길.
배우들의 연기 나쁘지 않아~
김기덕 감독 작품의 영화에 출연을 한다고 하면 김기덕 감독의 명성(?)에 순수한 의도로 참여하는 배우라고 해야 하나? 뭐 여튼 그런 이미지다. 이번 영화 <피에타>에는 이정진과 조민수가 나왔는데, 그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이정진의 욕설이 어울리지 않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글쎄 나는 모르겠더라고. 다만 내가 평점을 낮게 준 거는 다른 이유 때문이다.
보고 나서 뒷맛이 결코 좋지 않아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이런 류가 많긴 하다만 <피에타>를 통해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했느냐? 효과적으로 전달했느냐? 라는 부분에서는 나는 글쎄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예를 들어 보자. 나는 예전부터 컨설턴트라고 하는 인간들이 하는 말이나 글 속에서 보면 나름 지식을 얻는다고 그네들이 보는 책이나 외국 글에서 쓰는 용어를 갖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뭐냐? 나름 지네들은 안다 이거거든. 근데 안다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거든? 응? 정말 이해하고 있다면 그렇게 얘기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최근에 페이스북에서도 책도 많이 내고 나름 경영 컨설턴트로 인기도 있는 친구 하나 삭제했다. 왜? 도대체 경영을 하자는 거냐? 아니면 직원들이 듣기 좋은 소리를 해대면서 인기몰이 하는 거냐? 모르겠더란 거다.
마찬가지다. 굳이 이렇게 표현을 해야만 좀 묵직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웃으면서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더욱더 어렵다. 자칫 잘못하면 오락 영화가 되기도 쉽고 말이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비록 그만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할 지언정 그 메시지가 대중들에게 어필이 되려면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이다. 즉, 김기덕 감독은 그만의 시선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란 말이다. 주제 넘은 얘기인 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매스 미디어의 효과를 톡톡히 본 평점
<피에타>를 보면서 넘 잔인한 설정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설정했어야만 좀 더 리얼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게다가 결말 또한 비극적이다. 꼭 그렇게 끝맺음을 했어야 여운을 남기고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피에타>를 보고 나오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결코 기분이 좋지가 않다. 결코! 그래서 좋은 평점을 못 주겠다는 거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 그리고 고집 나는 존경한다. 남자라면 저래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나 그건 그거고 영화에 대한 평은 별개라는 얘기다. 내 생각에 현재의 <피에타> 평점은 여러 다른 요소들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김기덕 감독은 분명히 대중 매체의 효과에 대해서 <피에타>를 통해서 인지를 했을 것이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자신의 영화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란 것도 충분히 알 것이다. 과연 김기덕은 추후에도 그렇게 할 것인지 아닌지 궁금하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는 게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해도 상관없다. 단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렇듯 대중은 수준이 낮다는 걸 얘기하고 싶은 거다. 그런 대중의 눈으로 영화를 보길 바란다는 얘기지. 여론 조작이 가능한 이유도 다 거기에 있고 말이다. 과연 <피에타>를 보고 평점을 높게 준 네티즌들은 정말로 감동 받아서 그렇게 줬을까 궁금하다. 나는 평점 줄 때 내가 지금껏 본 다른 영화들에 매겨진 평점을 고려해서 상대적으로 주는데.
예고편
내가 리뷰를 <피에타>나 김기덕 감독 까려고 하는 거 아니다. 김기덕 감독의 고집과 신념은 매우 높이 사고 존경하는 바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피에타>를 보고 들었던 나의 생각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그냥 들었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적었을 뿐이다. 누가 나에 대해서 <피에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를 모른다 얘기해도 난 상관없다. 그런다고 해서 내 생각이 달라지진 않으니까. 참고로 피에타(Pieta)란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다. 근데 <피에타>에서는 자비란 없었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