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123번째 영화. 최근에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역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들을 정리해본 적이 있다. 그거 보고 아무래도 <요짐보> 빨리 봐야겠다 해서 냉큼 봐버렸다.(그렇다고 해서 <요짐보>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는 건 아니다.) 그래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몇 편 봤는데 유명하다는 영화 중에서 <요짐보>는 <라스트 맨 스탠딩>이나 <황야의 무법자>를 봐서 그런지 왠지 안 보게 되더라는 거. 그러다 이번에 봤는데 역시 괜찮다. 다만 워낙 오래전 영화인지라 이와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황야의 무법자>나 <라스트 맨 스탠딩>이 좀 더 나을 듯 싶다. 그래도 그러한 영화들의 원안이 되었던 영화였으니 후하게 평점을 줘서 개인 평점 8점 준다.
독특한 캐릭터의 사무라이 이게 매력
사실 나는 영화제에서 수상했다고 해서 또 유명한 감독이고 워낙 다른 이들이 대단하다 칭해서 대단하다 얘기하는 게 아니다. 나는 영화를 볼 때 스토리에 충실하고 영화를 본 감동에 충실해서 매우 대중적으로 평할 뿐이다. 물론 내가 그렇게 평한다 해서 내가 대중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관점에서 보려고 한다는 거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는 반세기 전의 영화이지만 지금 봐도 충분히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영화라는 점을 나는 매우 높게 산다. 사실 <러브 스토리> 보고 내가 얼마나 많은 실망을 했는데. '이게 명작이야?'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정말 내가 볼 때는 유치한 러브 스토리였거덩. 참고로 <러브 스토리>는 개인 평점 6점이다.
근데 <러브 스토리>는 1970년도 영화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는 그 이전의 영화고. 물론 1980년대에 나온 <카게무샤>, <란>이 있긴 하지만. 여튼 <요짐보>라는 영화는 1961년 영화로 흑백 영화다. 그래서 옛날 영화를 볼 때는 이걸 감안하고 봐야 한다. 어떤 걸? 특수효과. 허접하다. 그냥 스쳐가도 윽~ 하고 죽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 건 눈감아주고 스토리에 집중해서 봐야 하는데 <요짐보>의 캐릭터는 참 독특하다. 뭐랄까? 야인? 아웃사이더? 뭐 그런... 어디에 속해 있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움직이는 그런 캐릭터다. 처음에 보면 사무라이인데 돈만 밝히는 그런 검술이 뛰어난 사무라이로 나오지만 보다 보면 느낀다. 아~ 돈만 밝히는 사무라이는 아니구나. 그래서 매력이 있는 거다.
이런 캐릭터의 독특함은 훗날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만든 영화인 <황야의 무법자>에서 현상금 사냥꾼으로 둔갑하고, <라스트 맨 스탠딩>에서 브루스 윌리스의 쌍권총잡이로 분신하기도 한다. 그런 영향을 미친 영화가 바로 <요짐보>라는 거고.
왜 우리는 그런 캐릭터에 매력을 느낄까?
이렇게 생각해보자. 세상이 잘못되었어. 세상이 돌아가는 시스템 자체가 잘못 설정되어서 아무리 대의를 외치고 명분을 외쳐도 어차피 세상은 바뀌지가 않는단 말이야.(난 이런 거에 대해서 얼마든지 얘기를 해줄 수가 있다. 최근의 사례를 갖고도 말이다.) 역사 속에서 보면 좀 나은 때도 있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악한 사람이 잘 살지 않는 건 아니란 말이지. 그런 세상 속에서 세상의 시스템을 이용하고 누구에게 종속되지 않으면서 자신이 믿는 바를 묵묵히 지켜나가는 게 바로 이런 캐릭터가 아닐까? 그래서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닌겠냐고. 어찌보면 대리 만족일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못 하지만 저런 사람 하나쯤 있었으면 한다 하는 그런 생각에 말이다.
나와 같은 경우는 나 또한 주류가 아닌 비주류고, 야인이나 아웃사이더가 잘 어울리는 캐릭터다 보니 그런 캐릭터를 볼 때면 묘한 동질감을 느끼곤 한다. 내가 그렇게 살고 싶어서 그렇게 사는 게 아니라 어찌보면 내가 바꾸지 못하는 나의 기질이 주류와는 맞지 않으니 비주류를 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더러 해보곤 한다. 그러나 그렇든 아니든 중요한 게 아니다. 어차피 난 비주류니까. 다만 한가지 잊지 않고 사는 게 하나 있다. 비록 비주류이나 주류와 맞닦드렸을 때 주류를 뛰어넘을 수 있는 내공을 가진 비주류. 나는 그렇게 살고 싶고 그렇게 되려고 꾸준히 정진할 뿐이다.
내가 <007 카지노 로얄>에 나왔던 다니엘 크레이그 캐릭터를 좋아했던 이유도 매한가지다. 당시 007 캐릭터와는 이질감이 있어서 어울리니 안 어울리니 말이 좀 있었던 캐릭터였는데 나는 상당히 동질감을 느꼈던 캐릭터였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말이다. 기존의 007 캐릭터와 다른 그만의 매력을 가진 캐릭터였으니까. 나만 그런가? ^^;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 미후네 토시로
유명한 감독과 항상 짝을 이루는 유명 배우가 있다. 보통 유명 배우가 되기 전에 감독이 발굴하여 대박을 터뜨리고 난 다음에 항상 그 감독의 영화의 주연은 도맡아하는 그런 식이 되는 경우가 꽤 있는데 그 중에 한쌍이 바로 구로사와 아키라와 미후네 토시로다. <요짐보>에서 미후네 토시로를 보면 멋있다. 깎지 않은 수염에 껄렁껄렁하면서도 위엄이 있는 듯한 포스가 정말 잘 어울렸던 배우.(이런 게 <황야의 무법자>에서 수염 깎지 않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캐릭터로 변신하지만) 다른 영화의 사진들을 봐도 <요짐보>에서의 캐릭터만큼 어울리지는 않는 듯 싶다.
비록 1965년에 둘 사이의 불화로 결별을 하지만 그 이전에는 작품을 많이 찍었는데(무슨 문제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만) <요짐보>라는 작품으로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타는 영광을 얻은 배우가 미후네 토시로다. 우리나라로 치면 <씨받이>의 강수연 꼴이란 게지. 강수연은 <씨받이>로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하고 우리나라 언론에서 세계적인 배우라는 칭호를 얻지 않았던가? 이런 관계의 감독과 배우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로버트 드 니로(요즈음은 마틴 스콜세지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눈을 돌린 듯 하지만 ^^;), 뤽 베송 감독과 장 르노, 장예모 감독과 공리 정도? 뭐 생각하면 더 있겠지만 여기까지~
요짐보, 황야의 무법자, 라스트 맨 스탠딩
<요짐보>는 1961년작이고, 이에 영감을 얻어서 만든 서부극인 <황야의 무법자>는 1964년작이다. 한가지 재밌는 게 <황야의 무법자>하면 웨스턴 무비니까 미국에서 만들었겠지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유럽에서 만들었다. 이탈리아에서. 웨스턴 무비 이제 뭐 한물 갔다 했을 때 이탈리아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불러서 만든 게 <황야의 무법자>. 대박났지? 클린트 이스트우드 뜨고~ 개인적으로 <요짐보>, <황야의 무법자>, <라스트 맨 스탠딩> 중에서 가장 재밌다고 한다면 <황야의 무법자>가 아닐까 싶다. 10점 만점에 10점. 뭐 워낙 토요일 TV에서 많이 나오기도 했고. 어렸을 적에 보면서 '우와~ 졸라 멋지다' 했던 추억도 있고. ^^;
<라스트 맨 스탠딩>(1996년작)은 이상하게 네티즌 평점이 박하네. 나는 8점 정도 줬는데... 내가 이런 캐릭터를 좋아하긴 하나 보다. ^^; 사실 나는 <요짐보>를 <라스트 맨 스탠딩> 때문에 알게 됐다. 원안이 <요짐보>라고 해서. 그 당시만 해도 일본 영화는 접해본 적이 없어서 <요짐보>를 보려는 생각 자체가 없었지. <라스트 맨 스탠딩>에서는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았는데 꽤나 잘 어울렸다. <황야의 무법자>에서는 한 손으로 해머를 내리면서 쏘는 장면이 연상되는 반면 <라스트 맨 스탠딩>에서는 쌍권총이 연상된다. 아마 이 쌍권총은 홍콩 느와르에서 차용한 듯 싶다. 쌍권총 하면 주윤발이 정답! ^^; 근데 <요짐보> 보고 나니까 <황야의 무법자>, <라스트 맨 스탠딩> 다시 보고 싶다. 다시 봐야할 듯. 너무 보고 싶네 그려~
예고편
+
요짐보(用心棒, ようじんぼう)란 보디가드를 뜻한다. 영화에서는 살인청부업자로 해석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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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참에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들 정리해봤다. 내가 본 영화들만 골라서 영화 소개와 함께 말이다.(내일 아침에 포스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