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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비즈

앞서 나가는 건 쫓는 게 아니다

나는 예전부터 마케팅은 급이 낮다고 생각했다. 그거 하면 되는 거 아냐? 중요한 건 전략 아닌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마케팅을 전략의 하위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거다. 물론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상/하위의 개념이 아니라 마케팅 속에 전략이 있을 수 있고, 전략 속에 마케팅이 있을 수도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얘기다. 회사 전체의 전략 속에 마케팅도 있는 거고 그 마케팅 속에 마케팅 전략도 있는 거기 때문에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걸 인식하게 된 건 참 웃긴 얘기지만 우연찮은 계기로 마케팅을 하게 되면서부터다.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을 때만 해도 나는 마케터가 아니라 전략가라 그런 일 따위는 안 한다는 입장이었다.


마케팅 속으로 들어간 전략

미국의 도로명을 보면 애비뉴(Avenue, Ave.)와 스트리트(Street, St.)가 있다. 애비뉴도시의 남북을 가르는 도로고, 스트리트동서를 가르는 도로다. 마케팅을 애비뉴라고 하면 전략은 스트리트다. 마케팅을 스트리트라고 하면 전략은 애비뉴다. 즉 둘은 개별적인 전문 영역이고 교차점(마케팅 전략, 전략 마케팅)도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마케팅과 전략은 상/하위의 개념이 아니라 개별적인 전문 영역이라는 인식을 하고는 있지만 예전의 내 논리는 이랬다. 큰 회사에서 가장 핵심 부서라고 하면 어디? 마케팅 부서냐? 기획조정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아냐? 왜 그럴까? 뭐 그런 식이었다.

물론 전략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어서 그런지 그것만 전문적으로 하는 전문 영역이 있으면 마찬가지로 마케팅도 전문 영역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지금은 마케팅이라는 바운더리 내에서만 전략적으로 생각한다. 예전에는 사업 전체를 보고 전략을 생각했던 데에서 바뀌었다.


전략은 돈이 안 되고, 마케팅은 돈이 된다

누구나 다 생각을 한다. 그래서 기획이나 전략 따위로는 돈이 안 된다. 회사 내부에 있으면 기획이나 전략이 좀 남다르면 두각을 나타내기 쉽지만 회사의 바깥에서는 그걸로 돈을 만들기 쉽지가 않다. 누가 회사의 중차대한 문제를 외부에 맡기겠느냐고.

그래서 외부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별정직처럼 별도로 움직이면서 크로스체크하는 데에 내 머리를 빌려주는 식이었다. 이른 바 컨설팅이라고 하는 말로 포장되어서 말이지. 그런데 그게 큰 돈벌이가 안 되더라는 거다. 내가 이렇게 얘기한다고 돈벌이에만 급급한 수준 낮은 생각을 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지 말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돈벌이는 필수 불가결한 행위라고 생각해라.

근데 마케팅은 돈이 된다. 모든 회사에서도 필요한 부분이고 이러한 부분을 회사 내부에서 다 소화할 수 없어 외부에 맡기다 보니 그렇다. 그래서 나는 전략을 마케팅 속에 포함시키기로 한 거다. 즉 사람들이 마케팅을 보고 있으니 나는 마케팅이라고 쓰고 전략이라고 읽는다. 다른 사람들은 마케팅이라고 읽고. 그래서 나는 내 방식대로 한 템포 앞서 나갔을 뿐이다.


앞서 나가는 건 결코 쫓는 게 아니다

앞서 나간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다. 특히나 나와 같은 경우는 돈버는 데에는 타고난 기질 자체가 안 맞다. 그러나 앞서 나간다고 얘기하는 건 시장의 흐름보다 한 템포 빨리 움직이고 그걸 읽어내는 나만의 타이밍이 있고, 그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근데 많은 사람들은 어떤 걸 앞서 나간다고 생각하느냐 그것도 마케팅 분야에서 그게 재밌다는 거다.

마케팅 분야에서 앞서 나간다고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나는 그들이 정말 앞서나가는 건지 이해가 안 가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그들은 뉴 미디어만 쫓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소셜 미디어를 만나 나름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거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새로운 게 나올 때마다 요즈음의 트렌드는 이겁니다 외치고 분위기를 몰아간다. 나는 그런 게 싫었다. 왜냐면 내가 볼 때는 그게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만 볼 수는 없는데 돈이 되니까 그렇게 떠드나? 이런 생각이었다. 물론 나도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수익이라는 걸 도외시할 수 없다. 먹여 살여야할 식구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회사가 힘들거나, 상대가 내 얘기를 이해할 수준도 안 되고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걸 하고 싶어한다면 해주지만 내가 먼저 그렇게 의미없는 걸 제안하고 하지는 않는다. 내가 볼 때 의미가 없는 걸 들이밀어서 하는 건 돈 벌자고 하는 행위 밖에 안 된다. 그나마 원하면 해준다는 것도 어떤 계기로 인해서 바뀐 거지 그 전에는 그거 뭐하러 하냐 하면서 안 해줬었다.(이 사례는 나중에 내가 언급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더이상 뉴 미디어가 나오지 않고 소강 상태다 보니 이제는 콘텐츠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건 앞서가는 게 아니라 쫓아가는 거 아닌가? 근데 왜 많은 사람들은 앞서 나간다고 생각할까? 몰랐거든. 그런 미디어가 있는 줄 말이다. 뉴 미디어잖아. 그러다 보니 외국 사례들만 디립다 보고 공유하는데에 급급하거든. 외국에서는 이렇게 하잖아. 신선하니 관심을 얻게 된 거고 그러다 보니 입지를 굳히게 된 거지. 보통 이렇게 쫓는 걸 2등 전략이라 한다. 그래도 제대로 하면 돈은 번다.

삼성이 애플을 쫓아가듯이 말이다. 그러나 삼성 돈 많이 벌지? 마찬가지다. 그네들도 그렇게 돈을 버는 거다. 그래서 나처럼 너무 깊게 생각하고 너무 많이 알다 보면 돈을 많이 못 버는 거다. 허나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는 내게는 큰 우선순위는 아니다. 나는 오히려 돈이 안 되도 실력으로 밀린다거나 존심이 상한다 하면 그건 용납 못하는 사람이니까. 알면서도 내가 아무 말 안 하면 돈이 되는데 내가 그렇게 안 하거든. 솔직하게 다 얘기하니까. 대신 그만큼 신뢰를 가져다 주는 장점도 있지만 그러다 보니 돈은 그리 안 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다. 내 기질이 말이다.

내가 콘텐츠 마케팅이라고 명명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나름 의미를 부여한 거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걸 함축적으로 피력한 거지. 다들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럼 그네들이 말하는 콘텐츠에 대해서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 요즈음은 누구나 다 글을 쓸 수 있다 보니 그게 뭐 대수냐고 할 지 모르겠다만 누구나 다 생각할 수 있으니 기획이나 전략은 누구나 다 하는 거라는 것과 매한가지 얘기라고 본다. 내가 전략이라는 걸 서두에 얘기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앞으로 내가 하는 일 그리고 내가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내 의견을 하나씩 피력할 생각이다. 미디어만 바라보는 이들과 시각이 분명 다르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얘기다. 갑자기 어렸을 적에 회사 운영하면서 내 회사 사이트에 이런 문구를 올려두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 문구를 올려두고 이 글을 마치는 게 좋을 듯 싶어 올린다.

"따라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넘어설 수는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