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박근혜, 문재인, 이정희 후보의 TV 대선토론 시청평

일단 나름 재밌는 평들을 보면 이렇다.

이정희: 잃을게없다
박근혜: 읽을게없다
문재인: 낄데가없다

박근혜: 김정일 개새끼 해봐!
이정희: 박정희 개새끼 해봐!
문재인: 거 여기 캬라멜 팝콘이랑 콜라 좀 주세요 콤보로

재밌지 않나? 그래도 이런 얘기들이 거침없이 쏟아지는 세상이 된 걸 다행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TV 대선토론이었는데 보고 나니 나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하는 TV 대선토론

초반에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난 이 시간 아깝다고 본다. 이미 준비된 답변을 갖고 와서 읽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그런 시간은 뺐으면 싶다. 그냥 공개해주면 찾아서 읽던지 아니면 대변인들이 낭독하게 해서 동영상 퍼뜨리던지 하면 되지 그 아까운 시간에 그런 준비된 답변을 대선 후보들이 읽어야만 했는가 싶다는 거다. 나름 외워서 얘기한다고 대선 후보들은 외우는 시간도 필요했을 듯 싶은데 말이다. 

그리고 형평성 때문에 질문자는 1분, 답변자는 1분 30초의 시간을 할당해준 거에 대해서는 이해한다만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확하게 해야하는데 질문의 요지에 벗어나는 답변을 하거나 하면 뭐 이건 내가 볼 때 진정한 토론이 될 수가 없다. 이런 거다. 질문자가 이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면 이거에 대해서 얘기해야지 두루뭉수리 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 해버리면 뭐 질문을 하나 마나 아닌가? 즉 이런 토론 방식을 역이용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거다.

미국에서 TV 대선토론할 때도 이런 식으로는 안 한다. 무조건적으로 바꾸자는 게 아니라 좀 그런 부분을 보완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이정희 후보의 득과 실

이정희 후보는 이번 TV 대선토론으로 자신의 존재감은 확실히 알린 듯 하다.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정희 후보가 토론을 잘 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볼 때는 충분히 토론을 잘 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는 후보인데 이번 TV 대선토론에서는 아예 작정을 하고 나온 듯 하다. 근데 나는 그게 오히려 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함은 덜함만 못하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게지.

만약 자신의 목표가 뚜렷하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 자신이 악역을 맡았다고 하더라도 TV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수준에 맞춰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TV 대선토론 시청하면서 아버지 입에서 간만에 육두문자 나오더라고~ 어허~ 내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웠다. 꼭 저렇게 해야만 됐을까 싶었다는 거다. 처음에는 좀 괜찮았다. 어떤 점이 맘에 들었냐면, 공약은 이렇게 내세우면서 국회에서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사례들을 제시한 거.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걸로 아는데, 이런 거는 공개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말로만 이런다 해놓고 실제 정책 결정을 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득권에게 유리한 정책에 손을 드는 게 다 이런 이유 때문이고 그러다 보니 이미지 정치하는 거 아니냐고. 선거 때만 좋은 이미지로 기만 행위를 하면 되거든. 정책 결정 과정에서 누가 어느 정책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여부를 공개해야 한다고 예전부터 나는 생각했기에 그런 사례들을 지적하고 공격을 하는 거에 있어서는 좋았다고 본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렇게 하기 보다는 이러 저러한 해석이 가능한 여지가 있는 부분을 들어서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는 건 좀 안타까웠다. 그런 거는 자신의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데에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상대가 답변하기에 따라서 오히려 상대에게 득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공격을 해도 너무 표독스럽게 했던 부분도 보이고 자신에게 하는 공격에 대해서는 짤막하게 답변하고 다시 공격성 발언으로 마무리를 하는 건 내가 볼 때 적당함이 아니라 과함이었다.

난 솔직히 이렇게 본다. 이정희 후보 덕분에 박근혜 지지자들은 더욱 단결을 할 거라고. 그래서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꼭 투표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 TV 대선토론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는 거다. 내가 볼 때 이번 대선처럼 누가 대통령이 될 지 모를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나는 대선은 없다고 보는데, 이렇게 되면 얼마나 자신의 지지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게 만드냐의 문제로 귀결되고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정희 후보가 TV 대선토론에서도 얘기한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거다.

게다가 나 또한 TV 대선토론을 보면서 이정희 후보 너무 급진적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스스로를 보수나 우파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이정희 후보를 보면 극단적인 복지국가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게 되더라는 거다. 물론 이정희 후보가 서민들 속에서 생각하고 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는 거는 인정한다. 그리고 그렇게 대통령 후보가 서민들 사이에서 진심으로 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지금의 시대가 치우친 건 사실이다. 그래서 이정희 후보가 그렇게 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나도 한 때는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니 반대쪽으로 치우쳐야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러나 그건 과정이 차근 차근 진행될 때의 얘기지 한 번에 되는 게 아니다. 그렇게 되면 또 많은 문제들이 생겨난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 면들도 고루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자 3호는 여자 1호를 싫어한다

내가 본 TV 대선토론을 한 마디로 요약한 거다. 여자 3호는 여자 1호를 싫어한다. 아주 많이. ^^; 다른 후보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TV 대선토론에서의 주인공은 이정희 후보였으니. 그게 긍정적이었든 부정적이었든. 적어도 이번 TV 대선토론에서는 각 후보들의 캐릭터는 잘 보여준 듯 하다. 그러나 토론을 잘 한다고 생각되는 후보는 없었다. 단지 이정희 후보가 튀었을 뿐. 좀 다듬었다면 충분히 좋은 반응을 얻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그렇다고 내가 이정희 후보 지지자는 아니다. ^^;)

고로. 이후에 아마 이정희 후보에 대해서는 종북 문제를 거론할 거 같고,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친일 문제를 거론할 거 같다. 근데 인터넷 뒤적거리면 알겠지만 종북세력이라고 얘기하는 논리와 친일파라고 얘기하는 논리가 다소 비슷하다. 이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하기 시작하면 할 게 너무 많은 문제기도 하고 내가 깊이 있게 알지도 못한다. 근데 박근혜 후보의 그런 문제는 그래도 많이 알려져 있는 반면에 이정희 후보의 그런 문제는 덜 알려진 듯. 그래서 오히려 이정희 후보가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왜? 관심을 얻긴 했는데 그 관심이 죄다 종북으로 쏠릴 거 같단 말이지.

문재인 후보와 같은 경우는 이번 TV 대선토론으로 주목도 못 받았고, 관심도 못 끌었어. 무난하다는 얘기지. 그러니 이후에 우째야 될지 고민 좀 될 듯 싶다. 무난한 게 좋을 때도 있지만 이번 대선처럼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면 좀 더 어필할 뭔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토론을 잘 하고 못 하고로 대통령을 결정하는 건 아니다. 허나 이미지 정치가 아직까지도 통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중계되는 TV 대선토론을 무시하지는 못할 듯 싶다.

+
끝으로 혹시나 싶어서 얘기하는데 덧글에 종북이니 친일이니 얘기 나오면 그냥 지워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