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197번째 영화. 이란 혁명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샤(Shah)를 귀환시키라는 요청으로 이란 민중들이 미국 대사관을 점령하자 대사관을 탈출한 6명 직원들을 구출하기 기상 천외한 CIA의 탈출 작전이 <아르고>의 내용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고는 하나, 역시나 영화는 극적 구성을 위해 허구를 많이 가미할 수 밖에 없다.(찾아보니 그렇더라는) 그래도 이렇게 탈출 작전을 했다는 거 자체가 참 재밌다. 초반에는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진 않지만 중반 이후로는 다소 긴장감도 있고 괜찮다. 개인 평점 8점 준다.
<아르고> 속, 허구의 인물
1) 제작자 레스터 시겔
CIA가 아닌 두 명의 영화 관계자가 나온다. 한 명은 존 챔버스로 <스타 트렉> TV 시리즈와 <혹성 탈출>이란 영화의 특수 분장을 담당했던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다.(근데 왜 난 존 챔버스하면 이 사람보다는 Cisco의 회장이 생각나지? ^^;) 그는 <아르고>의 작전에도 참여했고, CIA 요원들 변장 메이크업에도 암암리에 관여했다고 한다. 그 외에 다른 한 명. 제작자로 나오는 레스터 시겔은 허구의 인물이다. 실제는 로버트 시델이라고 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는 당시의 SF 영화 <아르고>의 포스터에도 잘 나와 있다.
1980년 당시 제작된 아르고의 실제 포스터. 여기에 보면 스튜디오 식스라는 제작사도 나와있다.
2) 이란 가정부
사실 <아르고>를 보다 보면 다른 사람들은 뭐 실제 인물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캐나다 대사의 집에서 근무하는 이 이란 가정부가 정말 실제 인물일까 하는 데에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숨어있는 미국 대사관 직원들을 살리기 위한 인류애가 조국을 등 돌리게 했다 뭐 그런 뜻으로 그러는 게 아니다. 격변의 상황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여인네로서,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목숨을 걸고 거짓말을 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겠냐고?
꼭 그런 면을 떠나서 이해타산적으로 생각해봐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고용주인 캐나다 대사의 말을 듣는 게 자신에게 이득이겠어? 아니면 이를 이란 정부에 얘기하는 게 이득이겠어? 거짓말 했다는 게 들통나면 이란에서는 살기 힘들텐데. 이런 상황 속에서 거짓말을 한다? 내가 볼 때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아르고>에서는 이 이란 가정부 이라크로 탈출해서 그나마 목숨은 부지했겠구나 생각하게끔 만들긴 하지만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이란다. 그럼 그렇지.
실화와 다른 점들
1) 가장 긴장감이 감돌았던 공항 검색
공항 검색 과정에서 비행기 이륙까지의 과정이 <아르고>에서 가장 긴장감이 감도는 부분인데 이거 허구란다. 극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스토리란 얘기. 실제 CIA의 탈출 전문가로 활약했던 토니 멘데즈의 얘기를 빌어서 얘기하자면 공항 검색 과정은 "smooth as silk" 비단과 같이 매끄럽게 진행됐다는 거다. 이런 극적인 탈출이 아니었다는 얘기. 실화와 다르다고 해서 <아르고>라는 영화 자체를 폄하하는 거 아니다. 단지 실화와 다른 부분이라는 거.
2) CIA 탈출 전문가 토니 멘데즈는 별거 하지 않았다
<아르고> 영화 속의 CIA 탈출 전문가인 토니 멘데즈(Tony Mendez)는 실존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아들을 한 명 두고 있고, 아내와 별거 중이라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두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이 있었고, 토니 멘데즈가 이란으로 출국할 때 마중까지 나갔었다고. 이 또한 극적인 구성을 위해서 사실과 다르게 한 부분인 듯 싶다.
토니 멘데즈는 실제로 CIA에서 탈출 전문가로 활약을 했는데 미국 대사관 직원 6명을 탈출 작전 7개월 전에는 미국으로 망명한 샤(Shah)의 핵심 정보원이었던 사람을 탈출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탈출에 있어서는 전문가면서 또 변장술이 뛰어났다고. 구글링으로 찾아보다 보면 실제 토니 멘데즈의 사진들 중에 그라고 하기에는 설마 하는 그런 사진들이 있다.
3) 가짜 총살 장면 실제는 발가벗기고
<아르고> 속에서 크레인에 교수형한 사람을 매달아 두는 거 모두 다 사실이란다. 당시에 그만큼 이란 내부는 혼란스러웠던 때. 미국 대사관을 점열한 후에 미국 대사관 지하실에서 가짜 총살형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 또한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거다. 다만 한 가지 영화와 다른 거는 발가벗기고 했다는 거. 영화가 오히려 현실보다 낫네.
스튜디오 식스, 제작사명은 잘 지었네
스튜디오 식스. 알고 나서 보면 제작사명 잘 지은 거 같다. 6명의 미국 대사관 직원들을 탈출 시키기 위해 만든 제작사니까 스튜디오 식스. 실제로 헐리우드에서 당시에 제작 발표회 같은 걸 열었는데 그 때 스티븐 스필버그도 거기에 참석했다고 한다. CIA 탈출 작전을 위해 헐리우드도 속이고 이란도 속이고.
원래는 <아르고>란 영화가 아니었다
원래는 <아르고>란 제목의 영화가 아니라 <로드 오브 라이트>란 영화였다고 한다. 로저 젤라즈니(Roger Zelazny)란 SF, 판타지의 거장이 적은 SF 소설이 원작이고. 그런데 이걸 토니 멘데즈가 <아르고>란 이름으로 바꿨다고 한다.
왜 미국은 샤를 내놓지 않았을까?
<아르고>를 보면 그런 생각 안 드나? 미국의 입장에서 미국 대사관 직원을 구출하기 위해서 CIA를 동원해서 작전을 펼치는데, 사실 <아르고> 초반에 이란 혁명에 대해서 잠깐 나오지만 샤란 녀석 잘못 했잖아~ 근데 왜 미국은 그러냐고? 원래 미국이란 나라가 그렇다. 일단 자국의 이해관계가 우선이다. 뭐 내막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워낙 그런 면을 많이 봐와서 아마도 중동 지역의 석유 이권에 뭔가 개입되어 있지 않나 싶다. 안 그러면 미국이 그럴 리가 없지. 우리가 너를 밀어줄께. 대신 우리 말 잘 들어. 하면서 독재정권을 뒤에서 도와주는 뭐 그런 모종의 딜이 있었겠지. 아닌가? 아님 말고~ 난 미국이란 나라가 뭐라 하면 별로 믿기지가 않아~ "범인은 이익을 얻는 자"거든. ^^;
다재다능한 벤 애플렉
주연이자 감독이 벤 애플렉이다. 벤 애플렉을 표현할 때는 영화배우라고 하는 게 가장 우선이겠지만 그러기에는 좀 모자란 감이 있다. 각본도 쓰고, 감독도 하고, 제작도 한다. 그리고 영화배우라고 해도 주연만 하는 게 아니라 단역이나 조연도 마다하지 않는 배우고. 캐릭터 살아있네~ 난 이런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한 사람이 좋더라고. <아르고>로는 여러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기도 한다.(가장 유명한 영화제가 제7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인데 여기서 감독상과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다.)
예고편
<아르고> 제작에 조지 클루니가 참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