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를 다시 배우겠다고 맘 먹고 난 다음에 참 많은 동영상을 본다. 마치 아버지께서 바둑을 보시는 것과 매한가지. ^^; 그러다 알게 된 터키가 낳은 세계적인 당구 선수 세미 세이기너. 사실 프로 당구 경기만 보면 토브욘 브롬달이 멋지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매력적인 선수라고 하면 세미 세이기너다. 일단 외모가 멋지잖아. 게다가 재치도 있고. 들은 바로는 예술구를 잘 친다 해서 3쿠션을 잘 치는 건 아니라는데 세미 세이기너는 예술구도 잘 치고, 3쿠션도 잘 친다. 그래서 당구 천재라고 하는 거고.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에는(물론 잘 모르겠다만) 예술구는 포지션이 정해진 공을 지속적인 연습을 통해서 숙달하는 거지만, 3쿠션과 같은 경우는 샷, 두께, 힘조절 등등이 조합되어 계속해서 공의 포지션이 바뀌다 보니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해야 해서 조금은 다른 면이 있는 거 같다. 그런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내가 알던 예술구와는 차원이 다른 예술구를 구사하는 세미 세이기너. 어느 정도길래 그럴까는 직접 동영상을 보면 알 거다. 공이 어떻게 저렇게 갈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
예술구라고 해도 이런 예술구는 처음 본다
위의 동영상을 보라. 우리가 보통 예술구라고 하는 수준을 넘어선 예술구다. 어떻게 공이 이렇게 갈 수 있을까? 과연 이렇게 공이 가도록 계산을 하고 치는 것일까? 만약 이 정도로 공의 회전을 콘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3쿠션에도 이런 걸 적용하면 3쿠션도 잘 칠 수 있지 않을까? 근데 아까도 말했듯이 예술구는 정해진 포지션에 공이 놓여 있지만 3쿠션 경기에서는 예술구 칠 때의 포지션과 똑같이 공이 위치하지는 않으니 문제인 듯. 그래도 세미 세이기너 3쿠션 경기에서도 마세를 하는 모습이 종종 띄더라고.
프로들의 경기를 보다 보면 정말 신기한 경우 많다. 뭐 연습을 그렇게 해서 각이 잘 안 나오는 공인데 각을 만들어 치는 공 같은 경우는 "야~ 잘 친다" 뭐 그런 생각이 들 정도지만 "우와~ 저걸 어떻게 저렇게 치지?"라고 생각되는 공들도 있다. 그런 공들이 보면 자신의 샷으로 공의 회전을 극대화시켜서 치는 공인데 그만큼 자신의 샷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 거 아니겠냐고. 고 이상천 선수의 경기 동영상도 많이 봤는데 고 이상천 선수도 그렇게 변칙(?)적인 3쿠션을 경기에서 구사하더라고. 정말 놀랬다. 어떻게 하면 저 정도 경지에 오를 수 있는지. 이런 게 3쿠션의 매력인 듯.
2007년 이후 국제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선수
세미 세이기너는 3쿠션 월드 챔피언 출신이다. 물론 예술구 챔피언이기도 하고. ^^; 2003년, 2004년 그 때가 3쿠션으로는 세미 세이기너가 물오른 때가 아니었나 싶은데 그 때 토브욘 브롬달 선수가 세계 랭킹 2위였고, 세미 세이기너가 1위였다는 거. 한 이닝에 최고 득점은 무려 31점. 내가 다니는 당구장에서 최고수라고 하는 사람이 33점인디 이걸 뭐 한 큐에 다 끝낼 정도 수준이라니.(프로 선수 제외하고 말이다. ^^;) 근데 죽은 것도 아닌데 2007년 이후부터 국제대회에서는 볼 수가 없다.
그 이유가 터키 당구연맹과 불협화음 때문이라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위의 동영상 인터뷰에 자세히 나와 있다. 요약하자면 국제대회 국가대항전 출전을 앞두고 세미 세이기너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파트너(이 파트너가 유명한 타이푼이란 선수다. 아담 무사시 큐에도 타이푼이란 큐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선수)를 터키 당구연맹에서 아무런 상의 없이 교체하는 바람에 이에 대해 불만을 품고 출전 거부하면서 시작되어 활동에 제약이 가해지게 되었다는 거.
참 아쉽지만 세미 세이기너의 경기 동영상은 유투브에도 많이 올라와 있다. 보면 알겠지만 그의 명성에 걸맞는 경기 운영을 못 보여주고 있다. 뭐랄까 다른 선수들은 한 샷 한 샷을 모두 집중해서 치는 거 같은데 세미 세이기너는 동네 당구장에서 치는 듯 그닥 성의있게 샷을 날리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미스도 많고, 기복도 심한 듯. 내가 본 경기 동영상 중에서 신중하게 치는 건 2003년 월드컵 우승할 때 밖에 읍따~ ^^;
롱고니 더 프린스(Longoni The Prince, 세이기너 큐)
3쿠션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요즈음에는 개인 큐대 장만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주일 정도 큐대를 이리 저리 둘러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알게 된 큐가 롱고니 더 프린스. 세미 세이기너 큐다. 실제로 봤다. 이쁘다. 아무리 큐대가 좋다 해도 나는 이쁘지 않으면 눈에 안 들어오더라고. ^^;
VP2 조인트 정말 편하더라고. 다른 큐대들은 상대와 하대 연결하려면 몇 바퀴를 돌려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롱고니 더 프린스는 2바퀴만 돌리면 땡~ 근데 들은 얘기로는 이건 중고로 팔게 될에 가격이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렇다더라고. 들은 얘기임. 딴지 걸지 마셈.
근데 생각보다 주변에서 롱고니 큐를 사용하는 이들이 별로 없더라. 좋은 큐대 하면 무사시를 최고로 꼽고, 일반적으로는 한밭을 사용하고. 그래도 난 롱고니 큐가방이 가장 뽀대나던디. 여튼 요즈음 큐대 보면서 눈만 높아져가고 있다. 근데 내 스타일 자체가 뭐 사서 팔고 다시 사고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 처음에 살 때 몇 년을 두고 보면서 좋은 거 사서 오래 쓰는 타입인지라 대대 15점이라는 하수지만 큐대는 좋은 걸로 살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