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232번째 영화. 영화 평점을 보다 보면 보통의 경우가 이렇다. 네티즌 평점은 8.5 이상이 되지만 기자나 평론가의 평점은 6점~7점 정도 수준. 근데 <스토커>는 네티즌 평점과 기자, 평론가 평점이 비슷하다. 둘 다 7점대. 오히려 기자, 평론가 평점이 더 높다. 이런 영화는 보통 내게 잘 안 맞다. 내가 누차 얘기하지만 나는 영화를 예술의 한 장르로 보기는 하지만 거기에 담긴 스토리를 중시할 뿐이다. 가끔씩 영상미가 있다고 느끼는 그런 영화는 예술은 감성 즉 느낌이 중요하기 때문에 영화에서 그렇게 표현된 걸 나름 느꼈을 뿐인 거다.
거기에 영화적인 기법이나 의미를 찾아내는 건 영화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영화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이들 즉 그들만의 리그인 거다. 나도 한 때는 그런 걸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해석해야지 하는 생각을 안 했던 거 아니다. 제대로 보지 못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어느 순간에 느낀 건 이거다. 내가 영화를 업(業)으로 할 거냐? 아니면 그건 내게는 의미가 없다. 영화는 보면서 감흥을 느끼는 데에 집중하겠다. 그러다 보니 내게는 스토리가 가장 중요했던 거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해석이라고 하더라도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스토리 속의 상황과 함께 설명하는 건 볼 만하다. 또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가 휴먼 드라마인 이유가 여기에 있고 말이다. 그 외에 영화적인 기법이나 의미에 대한 해석은 난 잘 안 본다.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기법을 썼다 어떠한 의미가 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보는 이가 어떻게 느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했느냐? <스토커>가 그런 류의 영화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설정한 부분들도 많이 보인다. 예를 들자면, 주인공인 인디아 스토커가 지하실을 갈 때 전등을 밀면서 지나간다. 굳이 지하실 가는데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 싶지만 그렇다. 뭐랄까 한 장면 한 장면에 참 많은 생각을 하고 촬영을 한 거 같다. 그러나 내게는 어떻게 보였느냐면 스토리에 집중하지 못하고 컷에만 집중한 느낌이다. 스토리만 보면 그닥 재미 없다. 그래서 나는 평점 6점 준다.
니콜 키드먼이 나온 영화 중에 <도그빌>이라는 영화가 있다. 난 이런 영화에는 8점을 줬다. 왜? 영화라는 장르가 연극과는 달리 시공간을 초월해서 제작할 수 있는데, 연극과 같이 한정된 공간에서 그것도 아주 단순화시킨 공간 안에서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이런 스토리와 느낌을 전달한다는 게 참 신선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작품성? 나는 모르겠다. 단지 나는 내가 느낀대로 점수를 줄 뿐. 그런 의미에서 <스토커>는 내게는 영 안 맞는 작품이라 하겠다.
박찬욱 감독이 헐리우드 진출하면서 맡은 첫 작품인지라 나름 많은 영화인들이 보게 될 테니 실력 한 번 보여주자 해서 스토리보다는 다른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떠올리면서 영화를 봤는데 말이지. 핀트가 어긋났던 거 같다. 영화를 몰라서 그러는 지도 모르겠다만 알고 싶은 생각도 없다. 영화 외에 알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예술이라는 장르는 알고서 보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거든.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