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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商道 1 : 천하제일상

商道 1
최인호 지음/여백

재밌게 읽은 소설이긴 하다. 그러나 재미를 넘어서 아래 내용의 정리를 보면 알겠지만
깊은 깨달음이 있는 구절들이 꽤나 있다. 내가 불교를 종교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철학으로서 보면서 공부해볼 만하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논어>의 이인(理仁)편에 나오는 구절

"사람이 이익대로 한다면 원망이 많다. 이익이란 결국 나 자신을 위하는 것이니 필히 상대방에게 손해를 주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이익을 쫓으면 원망을 부르기 쉬우니 결국 '의를 따라야 한다.' 따라서 '군자가 밝히는 것은 의로운 일이요, 소인이 밝히는 것은 이익인 것이다."

理 : 다스릴 이
仁 : 어질 인

결국 어떤 형태의 '옳은 일'은 크건 작건 그냥 사라지는 법이 없이 반드시 좋은 열매를 맺게 되어 있다. 그와는 반대로 어떤 형태든 '옳지 않은 일'은 크건 작건 그냥 사라지는 법이 없이 반드시 나쁜 열매를 맺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한 진리이다.

2.
위기를 위기로서 직감할 때는 헤어날 방법이 반드시 있는 법이다. 그러나 위기를 위기로서 인식하지 못할 때에는 자신도 모르게 멸문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3.
불교에 있어 남에게 은덕을 베푸는 일을 보시라 한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남에게 베푼 선행을 기억하고 항상 이를 자랑한다. 때문에 은덕을 베풀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한 인간은 그 베푼 사람에 대해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되며 또한 섭섭해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햇빛은 인간에게 베푼다는 생각 없이 내리쬐어 곡식을 익히고 과일을 맺게 한다. 비는 인간에게 베푼다는 생각 없이 마른 대지를 적시어 강을 이루어 바다를 완성한다. 이 세상 만물 중에 오직 인간만이 남을 위해 은혜를 베풀었다는 생색을 낸다.

남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는 생각조차 없이 하는 베풂, 이를 불교에서는 무주상보시라고 한다. 문자 그대로 머무름이 없는 보시인 것이다. 불교의 핵심은 바로 무주상보시에 있는 것이다.

4.
하찮은 선이라 할지라도 그 선은 선으로서의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 악은 악대로 하찮은 악으라 할지라도 반드시 그 대가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만약에 인간이 남에게 베풀었다는 집착 없이 베푼다면 그 공덕은 마치 헤어릴 수 없는 허공(虛空)과 같아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