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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당구

당구 동호회 내 토너먼트 8강 진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은 당구 동호회 정기모임이 있는 날이다. 이 때문에라도 지난 번에 언급했듯이 난 수요일에 일을 잘 안 한다. 그렇다고 아예 안 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이리 저리 전화와도 거의 받지 않는다. 받을 수가 없지.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데 말이다. 나중에 확인이야 하겠지만서도. 여튼 어제 수요일 정모에서 첫 게임은 16강전으로 치뤘다. 보통의 경우, 연습 좀 하고 치는데 나는 요즈음에 연습구 잘 안 친다.


내가 게임 전에 연습구를 잘 안 치는 이유

연습구 때는 잘 되다가 정작 경기에서는 잘 안 되는 경우 겪어보면 알 것이다. 당구도 멘탈 게임인지라 연습구 때와 경기 때는 마음이 많이 다르다. 상대가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 그만큼 부담감을 갖고 치게 된다는 게지. 그래서 나는 연습구 같은 거 안 치고 바로 경기한다. 연습구를 쳐야 샷감을 알 수 있다? 너무 오랫동안 안 치면 얘기가 좀 틀리겠지만, 꾸준히 치는 경우라면 나는 그렇게 생각치 않는다. 게임에서 정작 중요한 거는 샷이 아니라 경기 운영 능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멘탈 게임이잖아. 그럼 경기 운영 능력이라는 게 뭔가?


내가 얘기하는 경기 운영 능력이란?

내가 최근에 경기 운영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참 많은 게임을 해봤었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테스트를 해봤는데 고수들과 같은 경우, 디펜스를 하기 때문에 내가 칠 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 내가 잘 치면 상대인 고수라 하더라도 부담을 갖기 마련이다. 말린다고 보통 얘기하지. 그렇게 어려운 공을 치고 나서 또 득점을 하게 되면 상당히 부담되는 거다. 역으로 입장이 바뀌면 나도 마찬가지가 되지.

그래서 나는 경기 때는 상대편이 어떻게 공을 치는지 안 본다. 득점 카운트만 하고, 상대가 앞서 나가면 나도 굉장히 신중하게 집중해서 천천히 친다. 인터벌이 길다고 뭐라할 사람 없다. 그래도 경기가 내 맘대로 안 풀리면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일부러 난구를 치거나 샷을 자신있게 뻥뻥 날린다. 그렇게 해서라도 분위기를 전환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러나 내가 볼 때 가장 좋은 경기 운영 능력은 상대가 치는 만큼 똑같이 치는 식이다. 상대가 고수라고 할 경우에는 상대가 오히려 말린다니까.


그렇게 연습했는데도 부담은 되더라

그렇게 경기 운영 능력을 길러왔다. 정말 많은 게임을 소화하면서. 친선 게임의 경우에는 이렇게 집중력이 높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당구장에서 60명이 참여하는 리그 전을 소화한 거다. 리그 전은 35이닝 내에 내 점수를 다 뽑아야 되는데 알겠지만 35이닝에 자기 점수 다 뽑는 게 그리 만만치가 않다. 그러다 보니 한 이닝 한 이닝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거고 말이다. 그렇게 리그 전을 치르면서(나는 리그 전 게임수가 많지가 않아 부지런히 쳐야 게임수를 채울 수 있다.) 연습했다.

그런데도 동호회 내 토너먼트 16강의 경우에는 부담이 되긴 하더라. 아니 지면 그만이지만 그렇게 편한 마음이 안 되더라고. 게다가 초반에는 내가 못 치고 상대가 치고 나가길래 여기서 내가 말리면 질 수 밖에 없는 식이었는데 야금야금 따라잡고 역전하다가 결국 못 따라오게끔 쐐기를 박았다. 물론 상대가 나중에는 못 쳐서 그런 건데 그건 게임 도중에 자기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고 말려서 그렇다. 그게 경기 운영 능력이라니까.

상대는 16점. 나는 17점. 토너먼트는 35이닝 내에 자기 점수 다 빼지 못해도 자기 점수에서 얼마나 쳤는지 %로 승부를 내는 게 토너먼트 방식이라 나는 무조건 상대보다 1점만 더 치면 이기게 되는 거다. 원래 내가 점수를 올리기 이전에 15점이었고 상대도 15점이었던지라 조별 예선할 때만 해도 동점이 되면 무승부가 되곤 했지만 지금은 내가 더 고점자라 무조건 1점을 더 쳐야만 이긴다. 근데 초반에 상대가 한 이닝에 4점을 치네. 1/4을 한 큐에 다 뽑아버린 거다.

물론 중대에서 2점제로 치는 경우에는 빈쿠션 같은 경우 2점이지만 대대에서는 모두 다 1점으로만 계산을 하니까 4점 치는 게 그리 쉬운 건 아니다. 게다가 16점 치는 사람이 말이다. 그 때 말릴 뻔했지. 그러나 나름 믿고 있는 게 있었다. 초반에 내가 이렇게 안 되면 분명 중반부터 내가 치고 나갈 거라고. 왜냐면 내 에버리지가 있으니까 말이다. 35이닝 경기를 하게 되면 평균적으로 내가 몇 점을 치는지에 대한 에버리지.

결국 상대는 10점을 쳤고, 나는 13점을 쳤다. 승리. 만약 이게 리그였다면 둘 다 자기 점수를 못 뺐기 때문에 양패(둘 다 패란 소리)가 되겠지만 토너먼트는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경기 중간에도 매우 긴장된다. 상대가 앞서나가면 상당히 부담되고 말이다. 그런 마인드 콘트롤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래서 당구는 멘탈 게임이라고 하는 거지. 이 때문에 난 경기 운영 능력을 기르려고 했던 거고 말이다. 배운 샷을 실전에 써먹는다? 그건 완전히 내 샷이 되었을 때의 얘기지.

현재는 배우고 있는 샷은 실전에 안 써먹는다. 다른 방식으로 치지. 그 샷으로만 가능한 공이라고 한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굳이 부담되게 확률이 적은 샷을 구사하지는 않는단 얘기다. 적어도 나는 17점 올리기 이전인 15점 때도 내 샷으로 각 다 생각하면서 재고 쳤거든. 정확하게만 치자는 식으로 말이다. 여튼 중반에 따라잡았다가 엎치락 뒷치락 하다가 후반 들어서 치고 나가서 결국 이겼다. 8강 진출.


8강 상대는 24점으로 나보다는 고수다

내 상대가 될 사람을 결정하는 또 다른 16강전에서는 내가 심판을 봤었다. 14점과 24점의 승부였는데 결국 24점 형이 이겼다. 근데 경기 내용이 별로 좋지 못하다. 둘 다 부담이 되어 자기 실력을 맘껏 발휘하지 못하고 둘 다 못 쳤다는 얘기다. 둘 다 못 쳤는데 마지막에 24점 형이 몰아쳐서 이겼다. 확실히 고점자들은 이런 게 강해~ 결국 내 상대는 24점 치는 형이다. 근데 웃긴 건 내 상대를 결정하는 16강전에서 붙은 14점과 24점은 스승과 제자다. 보통 스승이 제자한테 지는 경우 많은데 이번엔 스승이 이겼다는 거.

담주 수요일에 8강전을 치르기로 했다. 그리고 담주 토요일에는 4강인데, 4강전부터는 풀이닝제다. 35이닝 내에 친 점수로 따지는 게 아니라 점수 다 뺄 때까지 친다는 얘기지. 나는 4강 진출에 자신 있을까? 자신 있다 없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난 단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고점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하점자와 치는 게 더 부담스럽다. 내가 잘 치면 고점자가 오히려 말린다니까. 나름 힘조절해서 치면 공도 잘 안 주게 되고 말이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기면 좋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