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하는 마케팅을 콘텐츠 마케팅이라고 명명했을 정도로 나는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 추후에 할 비즈니스들도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고 말이다. 그래서 책 제목을 보고 구매를 결정했었던 거다. 그러나 책을 읽다가 포기했다.(정확히 99페이지까지 읽고서 포기했다.) 대부분의 내용이 방송용 콘텐츠에 국한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포기한 건 아니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히트 시키는 데에는 남다른 재능을 가진 저자다. 뭐 지식적으로 뛰어나고 어쩌고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물들이 분명 뭔가 있다는 걸 대변해준다.
그래서 방송용 콘텐츠에는 그닥 관심이 없는 나라고 해도(내가 유일하게 보는 TV 프로그램은 뭐? 내 지인들은 다 알지? SBS의 <짝>이다. 그 외에는 일절 TV를 보지 않는다.) 뭔가를 얻기 위해서(그 뭔가가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읽었는데 내 판단에는 일단 내가 얻을 건 없고, 책 내용이 나랑은 안 맞다는 생각에서 읽다가 포기한 거다. 내가 보기에는 저자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히트 시키는 데에는 분명한 재능이 있지만 뭐랄까 다소 지식이 담겨 있는 책을 적는 데에는 재능이 없는 듯 보인다.
내가 판단하는 기준으로 봤을 때, 저자는 지식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읽기에는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이 저자는 뭘 제대로 이해하고 적은 건가? 내가 볼 때는 이해하고 적는 게 아니라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를 그냥 접목시킨 듯 한데? 책을 적을 때 콘셉팅을 한 게 아니라 그룹핑을 하고 그냥 자신의 경험을 끄적끄적 댄 거 같은데? 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포기한 거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거 저자가 직접 적은 글인가? 그런 의구심도 들었다. 솔직히 나는 그랬다고.
콘텐츠 플랫포머?
저자는 스스로를 콘텐츠 플랫포머라고 부른다. 나름 신조어를 만들어내어 자기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려고 한 것인 듯. 그게 잘못되었다거나 척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런데 콘텐츠 플랫포머가 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하고 스스로를 그렇게 명명했는지가 궁금하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플랫폼이라는 것과(소위 말해서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요즈음 많이 일컫는 용어에서 말하는 플랫폼) 플랫포머의 관계가 뭘까 싶었다. 플랫폼에서 플랫포머가 하는 역할이 뭐지?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 일단 나는 그 정도로 이해하고 읽기 시작했다.
콘텐츠와 플랫폼
K팝이라는 플랫폼(물론 이 부분에서는 유투브라는 동영상 플랫폼의 역할도 중요하다)이 그와 그의 콘텐츠를 세계로 확산시켰다. - '콘텐츠로 세상을 지배하라' 24p
인트로를 읽기 시작하고 세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이 문장을 읽고서 저자가 스스로를 지칭한 플랫포머라는 표현을 떠올렸다. K팝을 플랫폼라고 얘기하는 저자. K팝이 플랫폼인가? 플랫폼이라는 걸 어떠한 기준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실 해석의 여지는 있다. 두 명의 다른 사람이 제각각 플랫폼을 다르게 해석한다면야 이해할 수 있겠지만 동일인이 플랫폼을 이 때는 이렇게, 저 때는 저렇게 해석하면 기준이 뭔지가 궁금할 게 아니겠는가? 뒤에 보면 유투브도 플랫폼이라고 되어 있다. 동영상 플랫폼.
K팝도 플랫폼, 유투브도 플랫폼(정확하게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동영상 플랫폼). 내 기준에서는 유투브는 플랫폼. K팝은 한국 음악 콘텐츠를 총칭하는 표현. 나는 저자가 플랫폼이라는 표현을 쓰는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 그리고 나서 뒤에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그의 콘텐츠라고 표현하고 있다. '강남스타일'은 K팝 아닌가? 그렇다면 저자의 기준대로 따르면 K팝은 플랫폼 아닌가? 그렇다면 '강남스타일'은 플랫폼이네? 도대체 콘텐츠와 플랫폼의 구분이 뭔지 모르겠다.
세번째 페이지에서 이랬으니 나는 저자가 콘텐츠와 플랫폼이라는 걸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궁금했고, 저자 스스로를 지칭하는 콘텐츠 플랫포머가 뭘 말하는지도 모르겠더라고. 결국 저자는 콘텐츠와 플랫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고 나는 결론을 내렸다. 히트를 치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있는 저자지만 지식인은 아니라는 생각이어서 이걸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을 잠깐 했었던 거다.
콘텐츠 콘셉팅
이 책은 경험화, 체계화, 제작화, 편집화, 진화화로 나누어서 저자가 얘기를 펼치고 있다. 이 단어들만 보면 이런 얘기가 되겠다. 경험을 하고, 이를 체계화해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수정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낸 후에 반응을 보고 다음 번에는 더 발전을 시킨다. 근데 내용을 보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면, 어떤 깊이 있는 생각에서 나온 다섯 단계가 아니라 그냥 책을 적기 위해서 나름 그룹핑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리고 책 구성을 보면 알겠지만(내가 읽은 경험화 부분만 놓고 볼 때) 경험화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 그냥 옴니버스 식으로 끄적끄적 댄 듯 하다는 느낌이었다. 어떤 체계적인 사고의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책은 적어야 하니 나름 이런 저런 조언도 듣고 해서 단계를 나누었고 거기에 맞는 얘기를 생각하면서 글을 적은 거다 보니 단계별 연결 고리가 엉성하다. 즉 이전 단계와 다음 단계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그냥 끊어진 듯한 느낌? 병렬로만 늘여놨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거다.
이건 적어도 글이라는 콘텐츠에 있어서 내가 직원들에게 가르치는 콘텐츠 콘셉팅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누구나 적을 수 있는 수준의 글이라는 거다. 입으로 말을 해도 그게 말이 아니라 소리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글을 적어도 그게 글이 아니라 글자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내 기준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적어도 콘텐츠를 중요시 여기는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보인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더 읽을 이유가 없어졌다. 대부분의 사례도 내게는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 방송 프로그램 사례고 말이다.
이러한 기획을 하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분야가 예술 쪽이다. 나랑은 조금 잘 안 맞는 영역이지. 그래서 읽다 포기한 거라고. 콘텐츠에 일가견이 있는 이의 얘기라고 하길래 솔깃했는데(뭐 하나라도 건져보자는 생각에) 다소 실망을 많이 했다. 내가 이렇다고 해서 이 책이 다른 이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책이다 할 수는 없다. 저마다 읽는 목적이나 보는 기준이 다르니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나랑은 안 맞더라는 얘기지.
콘텐츠로 세상을 지배하라 전진국 지음/쌤앤파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