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330번째 영화. 간만에 기분 좋은 영화 한 편 봤다. 특출난 기법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화려한 CG가 들어간 것도 아니다. 뭔가 의미 심장한 상징성을 부여하지도, 몇몇 씬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해서 메시지를 담아두고서 관객들 보고 찾아보라는 식으로 괘씸한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바웃 타임>을 보는 중에는 즐거웠고, 보고 나서는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내가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요즈음은 그런 걸 느낀 경우가 별로 없어~
정말 강추하는 영화다. 영화 많이 보는 편에 속하는 나도 이런 류의 영화를 찾으라고 하면 손에 꼽을 정도다. <인생은 아름다워> 정도가 떠오르네. 단순한 로맨스 영화로 생각해서 보지 않았었는데 괜찮다는 얘기 듣고 네티즌 평점이 9점 이상이길래 뭔 이유가 있겠지 해서 봤다. 그제서야 제목이 <어바웃 타임>(시간에 대하여)라는 걸 인지했다. 그만큼 나도 무관심했던 영화였는데, 이걸 왜 이제서야 봤나 싶을 정도다. 개인 평점 9점의 추천 영화. 꼭 보길 권한다.
<어바웃 타임>의 시간 여행
시간 여행은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 중에 하나라 이제는 그닥 신선하지도 않다. <어바웃 타임>에서의 시간 여행은 다른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시간 여행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자신의 과거에만 한정되어 여행할 수 있다는 점. 그러나 이런 설정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친 않는다. 그냥 설정이 이렇네. 다른 영화에서는 못 보던 설정인데 뭐 그 정도. 그러나 지금까지 보았던 시간 여행보다는좀 허술한 구석이 많이 보인다.
우리는 이미 많은 시간 여행 관련 영화를 봤기 때문에, 경험치가 쌓여 있다. 과거의 한 사건을 바꿔놓으면 현재에 엄청나게 많은 변화가 생긴다는 건 뭐 워낙 다른 데서도 많이 다뤘던 거고, 지금 현재 시점에서 과거로 돌아갔다면, 현재 시점의 육체적인 나는 어떻게 되어 있다는 소린가? 하는 궁금증도 들고. 뭐랄까. <인셉션>에서 볼 수 있는 앞뒤가 딱딱 들어맞게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는 얘기지. 그래도 <어바웃 타임>을 좋게 평하는 이유는 그게 핵심이 아니거덩.
<어바웃 타임>의 로맨스
나도 처음에는 포스터만 보고 <어바웃 타임>도 로맨스물이구나 생각해서 그냥 패스했었다. 그런데 로맨스가 핵심이 아니더라고. 로맨스는 <어바웃 타임>을 통해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이끌어 나가기 위한 부속물일 뿐이더라고. 그렇기 때문에 <어바웃 타임>에서는 로맨스가 아주 멋지다거나 하지 않다. 오히려 로맨스라고 부르기도 뭐할 정도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하나일 뿐이다. 근데 그게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을 잘 표현해주는 거라 생각한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잊고 지낸
Today is a gift and that's why we call it present
많이 본 문구일 거다. <어바웃 타임>은 이 하나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게 해주는 영화다. 누구나 알지만 잊고 살았던 걸 다시금 일깨워주는 영화란 얘기다. 그래서 <어바웃 타임>의 로맨스도 그렇게 평범할 수 밖에 없었다. 평범해야만 의미 전달이 되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이라도 매 시간이 의미 있는 시간이고 그 속에 행복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말이다. 근데 나는 그런 지극히 평범한 로맨스도 못 한 인물이니... <어바웃 타임> 보면서 자기 반성의 시간이 되었던 듯. ㅠㅠ
예고편
<어바웃 타임>의 감독 리차드 커티스는 <러브 액츄얼리>의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