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례 감독의 작품 중에 좋아하는 거 많다. 그래서 임순례 감독이 맡은 작품이고 또 연기 잘 하는 배우 박해일이 나와서 믿고 봤다. 재미는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편파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임순례 감독한테 실망했다. 이렇게 민감한 대국민 사건을 다루는 영화라고 한다면 적어도 진실 여부에 대해서는 나름 검증을 해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임순례 감독이 각본을 적은 건 아니다. 각본, 각색을 맡은 사람들 왜 이렇게 스토리를 구성했는지 모르겠지만 흥행을 위해서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를 하는 건 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만, 자칫 사실과 다른 내용이 전달되어 곡해될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 당신네들이야 그렇게 시나리오 적어서 돈 벌면 그만이지만 말이지. 게다가 임순례 감독 정도 되면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는데 그런 거를 점검해보지 않고 감독을 맡았다니! 나는 좀 많이 실망했다. 임순례 감독에 대해서 말이다.
내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는 유의깊게 보는 편이다. 왜냐면 감독의 눈에 투영된 역사적 해석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해석이 들어간 것을 관객들은 사실로 보기 쉽기 때문이다. 무비 저널리즘? 그런 얘기를 하려면 스토리에 대해서 진중한 검토를 하고 나서 그런 얘기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리들리 스콧 감독과 같은 경우도 흥행을 잘 시키는 감독이긴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 때는 별로거든. 역사 의식이 없어요. 그냥 사람들이 좋아하는 많이 아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해서 멋지게 만들 줄만 알아. 내 기준에서는 사실 의식없는 양반, 좀 무식한 양반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얘기하지 않아. 영화잖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이해를 해줘야 한다고 보니까 그런 거지만, 임순례 감독은 나름 의식 있는 감독이라 생각했는데 <제보자>를 보고서는 좀 실망을 했단 말이지.
물론 내가 리들리 스콧 감독을 그렇게 생각하듯이 임순례 감독도 스토리가 정말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서 일일이 검토하고 감독을 맡고 그럴 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스스로도 얘기했듯이 민감한 사안이기에 영화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그래서 무비 저널리즘이란 얘기도 나오곤 하지 않겠냐고) 그렇게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문제였다고 본다. 그럼 나는 뭘 근거로 <제보자>의 내용이 곡해되어 있다고 하는 걸까? 구구절절 설명하려면 너무 힘들 거 같아서 사실 <제보자>는 감상평을 안 적으려고 했었다. 그거 일일이 다 풀어서 얘기를 하려면 언제 감상평을 다 적노? 뭐 그런 생각에. 그런데 아주 잘 만들어진 동영상이 있더라는 거지. 1시간 36분 정도 되는 영상이라 이거 다 볼 사람 있을까 싶긴 하지만 보길 바란다. 이건 경기방송에서 특집으로 5부작으로 한 방송이다. 이걸로 내 얘기를 대신하고자 한다.
고로 <제보자>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라고 받아들여선 안 되고, 부분 부분만 편파적으로 내용을 구성한 거라 생각하고 보길 바란다. 아닌 건 아닌 거고, 맞는 건 맞는 거다. 잘 한 거는 잘 한 거고, 못 한 거는 못 한 거다. 과연 위에 내가 올린 방송을 임순례 감독이 본다면 뭐라 할까 싶다. 나 같으면 정말 부끄럽겠다. 그래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 영화 만들 때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만드는 영화일 경우에 유의깊게 살펴보고 맡길 바란다. 만약 내가 황우석 박사라고 한다면 <제보자> 보고 피가 거꾸로 솟을 듯 싶다. 게다가 영문 제목이 Whistle Blower다. 내부 고발자란 뜻. 영화 같은 경우에는 번역이 되면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는 콘텐츠인데 이렇게 만들면 참 우짜노.
예고편
나의 3,421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5점 준다. 이런 식으로 영화 만들면 안 된다. 응? 요즈음은 개나 소나 저널리즘이래. 깊이 없는 울림은 울림이 아니라 소리다. 근데 그 소리가 사실과 다르다면 그건 개소리야~ 개소리. 응? 영화는 재밌지만 내가 평점을 낮게 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