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오래된 영화이기에 사운드 효과가 옛스럽긴 하지만(왜 오래된 영화 보면 총소리가 피융~ 하면서 똑같잖아. 총구에서는 불꽃 나오고) 1960년대 영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크게 거슬리지는 않을 듯. 그래도 스토리는 괜찮다. 사실 스토리야 뻔하고 틀에 박혀 있지만, <알제리 전투>가 좀 다르게 느껴지는 건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이 여겨지는 구성이 눈에 띄기 때문. 그게 감독인 질로 폰테코르보(아따 이름 어렵다)가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이란다. 어쩐지.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몇년 몇월 몇일 몇시란 구체적인 시간이 자막으로 나오고 일련의 사건이 벌어진다. 마치 첩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같은 날 9시 53분에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10시 12분에는 어떤 사건이 벌어진다. 그런 구체적인 시간 명시가 긴장감을 일으키는(그렇다고 대단한 긴장감은 아니지만) 요소가 되는 듯.
<알제리 전투>의 배경
<알제리 전투>를 보기 위해서 필요한 몇 가지만 언급할 필요가 있을 거 같다. 우선 알제리란 국가. 들어본 적 있나? 알제리?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아는 사람? ^^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와 리비아 사이에 있다. 1830년부터 프랑스가 점령하여 1954년부터 민족해방전선(FNL)을 중심으로 민족주의 운동이 일어나, 1962년 독립하게 된 국가다. <알제리 전투>는 이 민족해방전선(FNL)의 독립을 위한 투쟁을 그린 영화로 알리 라 쁘왕뜨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알리 라 쁘왕뜨란 인물은 민족해방전선(FNL)의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민족해방전선 내에서도 다소 과격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알제리 전투>의 극중 전직도 권투 선수로 나오는데 알리 역을 맡은 배우도 정말 권투 선수처럼 생겼고, 단순하면서 과격한 스타일에 잘 어울리는 외모를 갖고 있더라.
그러나 알리는 독립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 민족해방전선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투입된 공수부대의 작전(고문을 통해서 조직 계보를 추적하여 죽이는)에 희생양이 된다. 이 과정 속에서 볼 만했던 건 공수부대를 지휘하는 대령의 정치다. 당시에는 소셜 미디어가 없었기 때문에 언론을 통제하면서 언론을 이용하여 UN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대령의 행태가 볼 만했던 부분. 프랑스에게는 영웅이지만 알제리에게는 공공의 적인.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건, 프랑스가 제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침략에 맞서 그네들도 저항운동을 했다는 거다.
영화 보면서 나는 프랑스의 레지스탕스가 생각났다
저항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보통 독일 침략에 맞선 프랑스의 저항운동으로 많이 해석되는 용어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에 프랑스의 저항운동이니 1940년대거든. 지네들은 독일 침략에 맞서 저항하면서 다른 나라는 식민지화시키고. 뭔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안 드나? 입장의 차이다? 인종 우월주의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유럽인들끼리는 침략에 대해서 뭐라 하면서 유럽이 아닌 아프리카 국가에 대해서는 서로 식민지를 인정해주는 듯한 분위기? 아직까지도 아프리카나 남미 국가 중에는 프랑스령인 데가 있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장미정씨가 갇혔던 감옥이 있는 데가 마르티니크인데 여기도 프랑스령이라는. 이렇듯 역사를 보면 참 모순된 점이 많다. 비슷한 사실을 두고도 입장이 달라지니 말이다.
해방 운동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매한가지
비록 <알제리 전투>는 우리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의 해방 운동을 그리고는 있지만 일제 강점기를 겪은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운동을 역사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런 걸 보면서 드는 두 가지 생각. 하나는 전쟁은 일어나면 안 된다, 다른 하나는 독립을 위한 투쟁은 정말 힘들다. 과연 내가 저런 시절에 태어났다면 나는 저렇게 투쟁할 수 있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게지. 남들보다 나서기를 좋아하는 경향이라고 해도 목숨을 담보로 한다고 하면? 글쎄... 그런 상황에 처해보지 않아서 뭐라 말을 못 하겠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담담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이겠지만 내가 나서서 그렇게 하기에는 쉽지 않을 듯.
그렇게 힘든 투쟁을 하고서 얻어낸 독립이지만, 우리나라는 친일파가 다시 기득권을 형성하는 뼈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일제 강점기 하에서는 일본에 빌붙어 호의호식하면서 같은 민족을 숙청하더니 해방되고 나서는 또 뭔가를 맡아서 다스리려 드네. 그런 뼈아픈 과거가 이 나라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다 생각한다. 왜? 그네들의 자식이 또 잘 먹고 잘 살고 있거든. 독립유공자의 자녀들은 힘들게 살면서 말이지. 게다가 친일파 자손들은 역사를 왜곡하려고 한다. 이 역사 왜곡이 왜 중요한 문제냐면 앞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게 되면 그네들은 잘못된 역사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니까? 이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라 하면서 자기네들 땅이라고 하는 것과 매한가지거든.
내가 정치 얘기를 잘 하지 않는 이유가 얘기해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다. 그래도 선거 때만 되면 꾹꾹 참아뒀던 얘기 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선거 결과가 바람직하게 나왔으면 했는데 벌써 두번이나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적어도 누가 됐으면 좋겠다는 건 인정해도 누가 되면 안 된다는 걸 가려서 볼 줄 알아야 하는데 말이다. 한 국가의 리더는 그 국민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는 얘기가 있다. 나는 그래서 대한민국이 비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야 된다고 보고 있다. 적어도 내가 죽기 전에는 내가 바라는 국가가 되지는 않을 거라 본다. 그래서 이민을 가려고 하는 거고 말이다. 영화 얘기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네 그려. ㅠㅠ 여튼 <알제리 전투> 고전이긴 하지만 볼 만! ^^
예고편
나의 3,440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8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