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일찍 호텔에 들어와서 좀 쉬고 싶었지만 아들은 전혀 그런 내색이 아니다. 호텔에 짐만 풀고 나가기를 바랬던 녀석. 사실 일정 중에 ATV를 타는 거 외에는 일정을 다 소화했는데도 말이다. 첫날 일정을 이렇게 잡은 건 내가 전날 밤을 새서 몸상태가 안 받쳐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첫날은 좀 쉬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래도 너무 이른 시각인지라 제주신라호텔에 마련되어 있는 안내문에 쉬리벤치 근처에서 매일 8시부턴가?(이건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 별자리 관찰을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거기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요즈음 스마트폰으로 교체한 이후에 객실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게 스마트폰 체크. 조금 쉬었다가 호텔 구경도 할 겸해서 시간 맞춰서 나갔다.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창을 통해서 본 제주신라호텔 실외수영장. 오늘 이용할까는 생각도 했지만 피곤해서 내일 이용하기로 하고 패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다. 엘리베이터 버튼 이쁘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엄청 빨라. 내가 있는 604호 객실은 리셉션 데스크가 있는 층이다. 즉 신라호텔 도착해서 체크인하는 곳이 6층이라는 거. 1층에서 밖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나갔다.
쉬리 벤치가 어디로 가야 되는지 몰랐기도 하거니와 밤이라서 이 길인가 저 길인가 모르겠더라고. 중간에 직원분한테 물어서 대충 방향만 알고 이동.
가는 길에 찍은 사진. 소니 카메라가 어두운 데에서 밝게 나오는 게 특징인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 밖에 안 나오네. 그렇다고 플래쉬를 터뜨리면 사진 망가지고. 뭐 플래쉬는 없기도 했지만...
대충 방향대로 가다 보니 이런 길이 나온다. 춥지만 않았다면 둘러보면서 운치가 있었던.
가는 도중에 있었던 흔들 의자.
이윽고 도착한 쉬리 벤치. 영화 <쉬리>의 마지막 촬영 장소란다. <쉬리>의 마지막 촬영 씬을 캡쳐해서 보여주고 싶은데 귀찮아. 패스.
쉬리 벤치 너머로 보이는 해안. 음... 역시 야경에는 삼각대가 필수인 듯. ㅠㅠ 쉬리 벤치를 둘러봐도 별자리 관찰 어디서 하는지 모르겠더라고. 오늘은 날씨가 안 좋아서 안 하는겐가 싶었는데, 뒤쪽을 보니까 희미하게 사람들이 있는 게 보이더라고. 쉬리 벤치 근처에서 별자리 관찰을 하던데 어두워서 잘 안 보였다는.
별자리 관찰
이건 다른 길로 가야 볼 수 있다. 쉬리 벤치로 가는 길이 여러 개인데 우리가 갔던 길로 가면 쉬리 벤치에 갈 수는 있어도 별자리 관찰하는 장소는 다른 데더라는.
이 날 아쉽게도 많은 별자리를 볼 수는 없었다. 왜? 날씨가 좋지 못해서 말이다. 이 때 눈치 챘어야 했다. 내일 날씨가 좋지 못할 거라는 걸. 그리고 확인했어야 했다. 날씨 예보를 말이다. 담날 비가 오는 바람에 좀 고생했거든. ㅠㅠ 별자리 관찰을 위해 마련된 천체망원경은 총 3대. 크기별로 있더라고. 클수록 더 크게 확대해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구경한 거는 달 밖에 없다는. ㅠㅠ 그래도 달 보고 신기해 하는 진강이. 나는 예전에 천문대 가서 엄청 큰 걸로 본 적이 있는지라 그닥 신선하지는 않았었지. 사실 진강이 천문대 데리고 가서 그런 경험 하게 해주고 싶어서 천문대 간 적이 있는데, 그 날은 안 하더라고. ㅠㅠ 홈페이지에 미리 공지를 하던가. 헛걸음하게 하고. 홈페이지라고 만들어도 관리 잘 하는 경우는 드물지.
거기 보니까 별자리 관찰 진행하는 분이 계시던데, 초록색 레이저 빔을 쏘면서 별자리에 대해서 알려준다. 그 초록색 레이저 빔 신기하대. 뭐랄까? 우리가 PT할 때 쏘는 레이저 빔과 같이 하늘에다가 쏴서 이 별이랑 저 별이랑 하면서 설명하는데 난 첨 봤심. 마치 밤하늘이 PT 화면인 듯. 문제는 그 분한테 내가 그랬다. "뭐 별자리를 알아야 봐도 이게 뭐다 알지 일반 사람들은 보면 하늘에 그냥 반짝이는 점 몇 개 있다는 거 밖에 감흥이 없어요" 맞는 말이라고 그러신다. 게다가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별자리 관찰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하고. 그러면서 알려준 쥬피터. 곧 개봉할 영화 <쥬피터 어센딩>의 그 쥬피터. 목성. 다른 별들 보다 유난히 반짝이더라. 가까워서 그런가?
그렇게 별자리 관찰을 하고 돌아왔다. 수영장은 내일 이용하자고 진강이한테 얘기하고 말이다.
플레이스테이션 룸
각 플레이스테이션에는 한 개의 게임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건 그란투리스모 5. 근데 거기는 이미 누가 자리를 잡고 하고 있었다는 거. 진강이가 좋아하는 게임이 레이싱 게임인지라 꿩 대신 닭이라고 이런 게임을 잠깐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란투리스모 5를 하던 부자가 일어나서 나가는 거였다. 재수~ 바로 자리를 옮겼지.
그래서 하게 된 그란투리스모 5. 진강이랑 대결 모드로 했는데, 난 Z4 M Coupe 2008년식 모델. 확실히 그란투리스모 5는 실제 차 운전하는 걸 모델링해서 만든 거라 운전하기가 쉽지가 않네 그려. 게다가 핸들로 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 조작기로 하다 보니 영 운전하는 맛이 안 나. 그래도 하다 보니 요령은 생기더만.
그렇게 게임을 어느 정도 하다가 다시 객실로 돌아왔다. 더 놀고 싶어하는 진강이지만 내일 일찍 일어나서 일정 소화하려면 일찍 자야된다고 설득. 내일 하루 종일 놀아야 돼 그러면서. 근데 진강이가 하나 걱정하는 게 있지. 과연 내가 일찍 일어날까 하는 거다. 깨워도 안 일어나는 나니까. 과연 나는 담날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나 스스로도 자신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어나야만 한다는 생각만은 강했다.
흡연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객실 내부에서는 금연이다. 객실 뿐만 아니라 제주신라호텔 내부에서는 금연이다. 그래서 흡연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물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내 객실에서는 가까이 있더라고. 여기는 제주신라호텔 카지노 들어가는 입구인데, 이 쪽에 재떨이가 마련되어 있다는. 다른 데도 있겠지. 그러나 내가 묵었던 604호에서 가장 가까운 데는 여기. 객실에서 20~30초 정도 거리? 근데 이 자리 바람이 많이 불어서 옷 두툼하게 입고 나가지 않으면 추워서 담배 빨리 피게 되는 자리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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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주도 첫째날 일정은 모두 끝마쳤다. 다음날은 일찍 일어나서 움직여야 하는 날인데(제주도 동부에서 동북부까지 이동해야 하니 제주신라호텔이 위치한 데서 정반대인지라) 일찍 못 일어나면 하루 망칠 듯 싶어서 사실 걱정은 됐다. 제주도 오기 전날 밤샘해서 피곤하기도 피곤했지만 다음날은 운전을 많이 해야 하고 많이 돌아다녀야 되기에 체력 보충을 해둬야 할 필요가 있어서 일찍 잔 것. 진강이가 뭐라 해도 내일을 위해서는 일찍 자야했다. 아마 10시 30분 정도에 잔 걸로 기억한다. 맞나? 아님 말고. 그리고 다음날 7시 30분 정도에 일어났다는. 그래도 9시간은 잔 거 아녀. 근데 아침잠이 많은 나는 이 시간에 일어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거든. 근데 일어나지더라고. 하루 망치기 싫다는 생각이 강했던 모양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