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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버드맨: 2015년 오스카 4개 부문 수상작에 빛나는 마이클 키튼을 위한 영화


2015년 아카데미 최다 노미네이트, 4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수상에 빛나는 <버드맨>이다. <버드맨>은 마이클 키튼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화 내용이 마이클 키튼의 삶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마치 <더 레슬러>의 미키 루크를 보는 듯한 느낌과 비슷했으니까. 원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에 수상작 중에 볼만한 영화들 중심으로 리뷰하려고 했던 첫번째 작품이 <버드맨>이었는데(필자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버드맨>이 작품상을 탈 것이라 예상했던 바였기에)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잡지 오픈이 다소 늦어지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부분이다. 무엇이든 적절한 시기가 존재하는 법이거늘. 그래도 2015년 아카데미 수상작이 달라지는 건 아니니 이제라도 올해 아카데미 수상작 중에서 볼만한 작품들만 골라 하나씩 리뷰해본다. 이번엔 <버드맨>이다.



버드맨 vs 배트맨 Birdman vs Batman



영화 제목이기도 한 '버드맨'은 <버드맨>의 주인공(마이클 키튼)이 잘 나가던 시절의 영화 속 캐릭터다. 근데 왜 하필 '버드맨'이라고 했을까 싶은데, 우리나라 말로 '새'가 상징하는 바를 생각해보면 영화와 잘 들어맞는 면이 있다. 날아다니는 새를 비상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과거 전성기 시절의 주인공을 뜻하고, 완전히 새됐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현재 추락한 주인공을 뜻하니 말이다. 더 재밌는 건 마이클 키튼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거다. 실제로 마이클 키튼은 원조 브루스 웨인 그러니까 '배트맨'이니까.


주인공이 영화 속에서 전처와 대화하는 도중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비행기를 탔는데 자신의 앞자리 앞자리에 조지 클루니가 타고 있더라는 거다. 그런데 비행기가 폭풍을 만나 흔들리자, 주인공이 문득 들었던 생각. 딸이 내일 아침 신문에서 보게 될 얼굴은 내가 아니라 조지 클루니라고. <버드맨>에서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 배우들은 실제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 주인공이 조지 클루니라고 얘기한다. 근데 재밌는 건, 마이클 키튼은 팀 버튼 감독과 함께 <배트맨>, <배트맨 2>에서, 조지 클루니는 조엘 슈마허 감독과 함께 <배트맨 4 - 배트맨과 로빈>에서 브루스 웨인을 맡았다는 것.


자신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의 다음 다음 편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조지 클루니. 그래서 <버드맨>에서는 이를 비행기 앞자리 앞자리라고 표현한 듯. 게다가 자신도 똑같은 배역을 맡았는데, 현재는 조지 클루니가 훨씬 잘 나간다는 걸 은유적으로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배트맨 3 - 포에버>도 있지만, <배트맨 3 - 포에버>에서는 브루스 웨인 역을 발 킬머가 맡았고, 발 킬머는 조지 클루니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니까 조지 클루니를 언급했던 게 아닌가 싶다. <버드맨>을 보다 보면 놓치기 쉬운 부분인데, 마이클 키튼이란 배우에 대해서 잘 아는 관객들이라면 이 부분에서 피식 하고 웃을 만했던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버드맨 vs 맵 투 더 스타 Birdman vs Map to the Star


작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했던 영화 중에 <맵 투 더 스타>가 있다. <버드맨>을 보다 보면 <맵 투 더 스타>와 공통 분모가 많다. 우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 외에 언급되는 배우들은 실제 이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위에서도 언급되었던 조지 클루니와 같이 말이다. 그 외에 헐리우드의 이면을 풍자했다는 점 또한 비슷하다. 그런데 왜 작품상 후보에는 <버드맨>만 올라갔을까? 그건 <맵 투 더 스타>를 보면 알 수 있으리라 본다. <버드맨>은 보면서 이건 헐리우드에서 좋아할 만한 영화라는 생각에 <버드맨>이 이번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을 때, 아마도 <버드맨>이 수상하지 않을까 필자는 생각했었다. 사실 필자는 남우주연상까지 마이클 키튼을 밀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이클 키튼 나이도 있고 하니)도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는 않았다.



버드맨 vs 아메리칸 셰프 Birdman vs American Chef


<아메리칸 셰프>를 본 관객들이라면 <버드맨>을 보는 중에 <아메리칸 셰프>를 떠올릴 만한 장면이 있다. 바로 비평가에게 따끔한 얘기를 하는 장면. 필자 역시 <아메리칸 셰프>를 보면서 통쾌하다는 생각을 했던 장면이었는데, <버드맨>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자막 설정하면 영문으로 볼 수 있어서 어지간한 내용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 장면에서 쏟아지는 대사들을 듣고 있노라면 비단 비평가만을 꼬집는다고 할 수가 없다. 주인공(마이클 키튼)이 비평가에게는 낙인을 찍어야만 사물을 볼 수 있고, 머릿속의 잡음을 지식으로 착각한다고 비꼬는 반면, 비평가는 주인공에게 예술을 한다면서 배울 노력도 안 하고, 만화나 포르노로 상을 나눠 갖고, 흥행 기록으로 성공을 측정한다고 비꼰다. 아마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사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원작이 만화인 SF 영화(최근 흥행하는 대부분의 SF 영화들이 여기에 속한다)로 돈 잘 번다고 그게 예술이냐?는 비꼼의 시선을 헐리우드에 던지면서도 비평가들에게는 너네들은 뭘 얼마나 안다고 그렇게 낙인을 찍고 보느냐?고 얘기하는 듯 하다.



환상 vs 현실 Fantasy vs Reality


<버드맨>의 첫 장면. 주인공이 공중 부양을 하고 있다.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버드맨>을 접한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 SF 영화야? 주인공이 초능력자야?'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 <버드맨>에서는 이렇듯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연스레 연결시키는 장면이 많다. 그렇다고 환상과 현실이 구별되지 않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마지막 장면. 이 장면 또한 현실에서 환상으로 자연스레 연결이 되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장면이 환상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하는 이유는 사람이 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공의 나는 모습이 직접적으로 나온 건 아니지만 주인공 딸의 시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되었으니까. 



주인공은 그가 바랬던 바를 이뤄냈다. 그걸 버드맨으로 유명했던 그였기에 새처럼 날아다니는 환상으로 표현한 게 마지막 장면이다. 비록 연극 도중에 자살 시도도 했지만 그런 행동을 한 건 그가 바랬던 걸 이뤄내기 전이니까 이해할 수 있는 일면이 있고, '필생즉사 필사즉생'이라고 했듯이 그의 그런 행동 덕분에 연극은 이슈화되어 대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다시 자살을 한다는 건 개연성이 좀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창문가로 가기 전 주인공은 버드맨에게 "잘 있어. 그리고 엿 먹어."라고 하면서 지금껏 자신을 괴롭히고 옭아매었던 내면의 또 다른 자아를 극복까지 한 판국에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그가 다시 비상하게 되는 걸 환상으로 표현한 장면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는 <버드맨>의 다른 장면에서도 잘 드러난다. 주인공이 고층 건물 위에 서 있자 자살하려는 줄 알고 말리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 사람과 주인공이 대화하다가 주인공이 느닷없이 건물 밖으로 뛰어내려 도시 속을 누비면서 날아가는데, 이 또한 환상이지만 그럼 현실은 어땠는지에 대해 관객들은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냐면 날아서 극장에 도착하는 장면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즉 마지막 장면의 경우는 그 다음 장면이 없다 보니 이런 저런 여지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아니다는 별로 중요치 않다. 이렇든 저렇든 마지막 장면은 환상이고 그 환상이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경우라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어떤 해석이 맞느냐가 아니라 <버드맨>을 본 자신은 무엇을 느꼈냐는 거다. 어떤 누구의 해석이 그럴 듯 하여 그 해석을 따라할 필요도 없고, 그 해석이 맞다고 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해석이 좋다 해도 그 해석이 정답일 순 없으며, 그 해석을 보는 이들에 따라서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다. 고로 여기서 필자가 한 해석은 하나의 견해에 지나지 않으며, 해석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영화는 수학이나 과학이 아니라 예술의 영역이기에 머리로 해석하려고 하기 보다는 가슴으로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 본다. 다만 필자는 어려운 용어 써가면서 척하는 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배우들 Actors & Actresses


전성기가 지난 배우인 마이클 키튼을 돋보이게 만드는 조연들이 소위 잘 나가는 배우들이었으니 <버드맨>은 마이클 키튼을 위해 만든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① 에드워드 노튼



전라의 연기를 선보인 에드워드 노튼은, 유능한 배우이긴 하지만 다소 또라이 기질이 다분한 마이크 역을 맡았다. 그의 데뷔작인 <프라이멀 피어>를 본 사람이라면 그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기 힘들 듯. 필자 또한 <프라이멀 피어>를 보고 그의 소름돋는 연기에 "이 배우 누구야?' 해서 뒤적거렸던 기억이 있을 정도다. 근데 그 작품이 그의 데뷔작이라니! 그 때 필자는 에드워드 노튼은 뜬다는 걸 확신했다.  많은 이들이 모르는 에드워드 노튼에 대한 한 가지 사실. 그는 에일대학교 석사 출신의 인텔리라는 것. 똑똑하고 잘 생기고 연기도 잘 한다.


② 엠마 스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히로인 엠마 스톤은 주인공 리건(마이클 키튼)의 딸, 샘 역을 맡아 쿨한 여성의 면모를 잘 보여주었다. 국내에서는 영화 속 대사 중에 하나인 김치 비하 발언 때문에 논란이 있기도 했는데, 이는 엠마 스톤의 문제라기 보다는 각본을 쓰는 사람 중에 김치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런 대사가 나온 게 아닌가 한다. 한국 비하라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겠지만, 김치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이 분명 있긴 한 듯 싶다.


③ 나오미 왓츠



필자가 좋아하는 영국 여배우 중에 한 명인 나오미 왓츠는 연극 무대에는 처음 서보는 레슬리 역을 맡았다. <버드맨>에서는 그리 비중 있는 역이 아니라 언급할 게 별로 없긴 하지만, 널리 알려진 배우인지라 언급한다. 필자가 팬이라 언급하는 건 결코 아니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매력적인 배우인 나오미 왓츠에게서 중년의 매력을 만끽해볼 수 있는 영화라 하면 <투 마더스>가 아닐까 한다.


④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놓치기 쉬운 배우 하나 있다. 이혼한 주인공 리건과 연인 사이로 나오는 로라 역의 안드레아 라이즈보로란 영국 배우다. 물론 <버드맨>에서 그리 비중 있는 역도 아니고, 눈에 띄지도 않지만(나오미 왓츠와의 동성애 장면은 눈에 띈다) 그녀의 2013년도작 <오블리비언>에서 하늘에 떠있는 바닥 투명한 풀장 신으로 뭇 남성들을 설레게 했던 배우가 바로 안드레아 라이즈보로다. 어떤 장면인지 아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을 듯. 이래서 배우는 배역을 잘 맡아야 한다고 본다.




예고편 Trailer



필자의 3,470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8점.


- 이 글은 스티코 매거진(http://stiblish.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