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언론을 통해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전의 대전료에 대해서 들어봤을 거라 생각한다. 아무리 유명한 두 선수라고 해도 한 번의 경기에 그렇게 많은 돈을 받는다는 게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선수들에게 그렇게 돈을 주고도 이 경기가 속된 말로 남는 장사가 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 글은 그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했다. 더불어 계약 사항의 소소한 부분까지 함께 다룬다.
* 환율은 글 쓰는 시점에서의 환율을 적용하되, 소수점에서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하여 표시했다.
대전료
Fight Money
① 2억 5천만 달러는 추정치? 개런티?
대전료라 함은 수익에서 배분받는 것이고, 수익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PPV 수익이기에 이러한 수익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정확한 대전료를 얘기할 순 없다. 그래서 언론에 소개된 대전료 2억 5천만 달러(한화로 2,675억원 정도)는 최소한 그 정도는 받을 거라는 추정치를 말하거나, 방송 중계권, 입장권, PPV, 광고 등의 예상 매출을 따져보니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다는 기본 개런티를 말하거나 둘 중 하나다. 실상 계약서에는 얼마를 받고 경기를 하겠다는 금액이 기입된 게 아니라 대전료를 두 선수가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해서만 적혀 있다.
② 메이웨더 60, 파퀴아오 40
계약서에 명시된 대전료 배분은 메이웨더가 60%, 파퀴아오가 40%다. 만약 위의 2억 5천만 달러란 대전료가 확정이라는 가정 하에 계산하면, 메이웨더는 1억 5천만 달러(1,605억원), 파퀴아오는 1억 달러(1,070억원)의 대전료를 챙기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해외 매체들의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이 대전료는 최소 금액이라는 게 중론이다. 더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 그러면 이 두 선수가 기존에도 이 정도의 대전료를 받았을까? 그들에겐 이 경기가 평소의 다른 경기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 걸까?
③ 직전 경기까지의 기록
- 직전 경기에서 번 금액: 메이웨더 3,200만 달러(342억), 파퀴아오 2,300만 달러(247억)
-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이 번 금액: 메이웨더 7,500만 달러(802억) vs 알바레즈, 파퀴아오 3,000만 달러(321억) vs 마르케스와의 3차전
- 지금까지 번 누적 금액: 메이웨더 4억 2,000만 달러(4,493억), 파퀴아오 3억 3,500만 달러(3,584억)
지금껏 한 경기로 가장 많이 받았던 금액으로 따졌을 때, 스포츠 스타 중에서 수익 1위를 달리고 있는 메이웨더에게도 2배나 되고, 파퀴아오에게는 3배 정도 된다. 경기에서 맞붙게 될 두 선수 모두에게도 이 경기는 여느 경기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상상해보라. 내가 받고 있는 연봉의 2~3배를 준다는 제안이 들어온다면?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위의 자료는 포브스 지를 참고했다.)
④ 받은 대전료는 선수 몫이 아니다
이 어마어마한 대전료를 받는 두 선수지만 대전료를 받는다고 하여 선수가 다 챙겨가는 건 아니다. 계약 조건에 따라 선수의 프로모터(쉽게 얘기해서 기획자), 매니저, 선수가 나누어 가진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는 어떻게 계약이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프로모터가 35~50%, 매니저가 10~20%, 선수가 40~45% 정도 가져간다. 대전료 자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선수 이외의 관계자들도 많이 벌어가는 셈이다.
예상 매출
Estimated Sales
어마한 액수의 대전료를 준다고 하더라도 이익이 남기 때문에 그 정도를 주는 것 아니겠는가? 역대 최고 액수를 자랑하는 경기이기에 경기가 끝난 후에도 경기 결과와 함께 어느 정도를 벌었는지에 대한 보도가 나올 듯 싶다. 현재 시점에서 예상되는 매출은 4억 달러(4,279억) 정도가 중론이다. (어떤 매체에서는 5억 달러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이런 얘기들이 대부분 여론 몰이, 판 키우기의 일환이라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럼 그 매출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PPV 수익
PPV(페이퍼뷰, pay-per-view)는 쉽게 얘기해서 보려면 돈을 내라는 얘기다. 케이블 유료 채널을 보면 이 채널을 보기 위해서는 돈을 내라고 하는 것과 매한가지로 이 경기 중계를 보려면 돈을 내라는 얘기. 그럼 얼마를 내면 볼 수 있을까? 책정된 금액을 보면 일반 화질은 89.95 달러(96,000원), HD 화질은 99.95 달러(107,000원)다. 이 또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럼 이 가격으로 얼마나 팔릴 거라 예상하고 있을까? 4억 달러의 예상 매출 중에서 PPV 매출을 3억 달러 정도로 보고 있다. 일반 화질, HD 화질로 나뉘어져 있지만 100달러라고 하고 어림 계산하면, 300만 PPV를 예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 역대 가장 많은 PPV 판매는 어떤 경기였을까? 메이웨더와 오스카 델 라 호야 전으로 240만 PPV를 기록했다. 당시의 PPV 가격은 메이웨더와 파키와오 전에 훨씬 못 미치는 55 달러 정도 수준. 고로 300만 PPV 예상치에 조금 못 미친다고 하더라도 모든 부문에서 역대 최고 기록 갱신을 뜻한다. PPV 가격도 최고, PPV 판매도 최고(얼마나 많이 판매되었는가), PPV 매출도 최고(가격 * 판매된 수)를 다 갈아치우는 셈. 일각에서는 380만 PPV를 기록할 거라는 예상도 하고 있다. 이 정도의 PPV라면 매출이 4억 달러가 아니라 5억 달러 가까이 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대전료로 2억 5천만 달러가 아니라 더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가 되니 두 선수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인생 한 방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니. 그러나 포브스 지에 실린 분석가들의 견해를 보면, 315만 PPV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다만 아무리 못해도 315만 PPV 정도 될 거라는 것. 그래도 초기 예상치인 300만 PPV는 거뜬히 넘는다는 거 아니겠는가! 보통 PPV 판매 수익에서 55~65%가 파이터들에게 돌아가니, 예상 매출 3억 달러에 60%라 가정하고 계산해보면, 대전료 2억 5천만 달러 중에서 1억 8천만 달러가 PPV 수익에서 나오게 되는 셈이다.
참고로 얘기하자면, 지금까지 두 선수가 번 누적 PPV 수익은 메이웨더가 8억 6천만 달러(9,200억), 파퀴아오가 7억 5,500만 달러(8,077억)이다.
② 다음으로 높은 비중은 입장권 수익
예상 매출 4억 달러 중에서 PPV 매출이 3억 달러이다 보니 나머지 영역에서의 매출을 다 합친 게 1억 달러란 소리다. 그 1억 달러 중에서도 7,200만 달러(예상치)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입장권 수익이다. 경기가 열리는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는 16,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MGM 호텔 부설 경기장인데,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표는 불과 1,000개가 안 되었고, 이 표들은 단 60초만에 매진되었다. 나머지는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측 관계자, VIP, 스폰서 등에게 할당되었는데, 가장 싼 입장권은 3,500달러(374만원)이고, 좌석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한 가지 재밌는 건 가장 싼 입장권의 자리 배치다. 과연 가장 싼 입장권을 사면 어디서 관람하게 될까? 사각의 링에서 코너쪽 가장 끝자리로 망원경이 없으면 보기 힘든 자리다.(위의 사진에서 219번 자리에 해당) 야구라면야 플레이어도 많고 그라운드도 넓으니까 볼만할텐데, 복싱 경기는 둘이서 펼치는데 이런 자리에서 관람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 지 필자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위의 자리 사진에서 색상이 표시된 부분이 현재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는 좌석인데, 필자가 가장 명당 자리인 링 바로 앞자리를 선택해보니 35만 달러(3억 7,400만원)까지 나온다.
PPV 가격도 역대 최고 수준인데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갱신할 거라는 기현상을 보이듯이 입장권 또한 매한가지다. 입장권을 구하기 힘든 이들을 위해 MGM에서는 경기장 밖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여 입장료를 받고 관람하는 상품을 만들었는데, 150달러(16만원)하는 입장권 15,000장 매진되었다. 이것만 해도 225만 달러다. 또한 이례적으로(그러니까 최초로) 경기 전날 진행되는 계체량 측정 행사에도 10달러(1만원) 입장권을 판매했는데, 10,000장 이상 판매되었다. 이렇듯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전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경기인 만큼 아예 뽕을 뽑으려 드는 관계자들이 많다. 근데 재밌는 건 다 팔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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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해외 방송 중계료(국내에서는 SBS와 SBS Sports에서 따냈다. 얼마에 따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인으로는 다음스포츠에서 생중계 하는 거 보면 SBS에서 계약을 따내고 다음카카오에게 판매한 게 아닌가 싶다.), 티셔츠 등과 같은 물품 판매 등이 있지만 위의 두 메인 매출 영역에 비할 바 아니라 생략한다. 복싱의 대전료는 수익 배분이다. 그만큼 매출이 발생해야 대전료도 많이 챙겨갈 수 있는데, 그만큼의 매출이 나올 만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대전료도 역대 최고인 거다. 뭐든 비싸면 수요는 줄어드는 게 상식인데 비싸도 수요는 넘쳐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게 쇼 비즈니스의 매력이 아닐까?
돈, 돈, 돈
Money, Money, Money
이 경기와 관련된 돈에 대한 얘기는 짤막하게 간단 간단한 문장으로 리스트 업한다. 참고로 메이웨더의 어린 시절 별명은 '프리티 보이(Pretty Boy)'였다. 오스카 델 라 호야와의 경기에서도 골든 보이 vs 프리티 보이라고 명명되었었다. 그런 그가 한 해 수익이 가장 높은 스포츠 스타로 등극하면서 별명이 '머니(Money)'가 되었다. (오스카 델 라 호야와 경기를 하던 시절만 해도 경기는 메이웨더가 판정승으로 이겼지만 대전료는 오스카 델 라 호야가 더 챙겨갔었다.)
① 필리핀 방송 중계권
: 솔라 엔터테인먼트(Solar Entertainment)에서는 경쟁사를 제치고 자사가 방송 중계권을 따기 위해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프로모션사에 쓴 금액만 천만 달러(106억)나 된다.
② 심판의 보수
: 네바다주 체육 위원회(Nevada Athletic Commission)에서 선정한 케니 베일리스(Kenny Bayless)는 지금껏 메이웨더 5경기, 파퀴아오 7경기를 진행한 베테랑으로 이번 경기로 2만 5천 달러(2,675만원)을 받는다.
③ 판정단의 보수
: 판정으로 갈 경우, 승부를 가리기 위해 채점하는 판정단은 세 명으로 각각 2만 달러(2,140만원)을 받는다.
④ 챔피언 벨트
: WBC, WBA, WBO 웰터급 통합 타이틀 매치로 치뤄지는 이번 경기의 승자가 갖게될 벨트는 WBC에서 제작했으며, 100만 달러(10억 7천만원)의 가치를 지닌다. 현재의 챔피언 벨트와 모양은 똑같지만 수천개의 에메랄드로 중앙의 금 플레이트를 장식했고, 벨트에는 메이웨더, 파퀴아오, WBC 전 회장, 그리고 '복싱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게 다르다.
⑤ 마우스피스
: 메이웨더가 경기에서 착용할 마우스피스는 다이아몬드와 금까지 사용하여 만든 2만 5천 달러(2,675만원) 짜리다. 반면 파퀴아오는 로스앤젤레스의 필리핀 치과 의사가 파퀴아오의 치아에 맞게 제작한 마우스피스로 앞부분에 PVA를 덧대어 충격 보호에 도움을 주도록 제작되었다.
⑥ 트렁크
: 메이웨더의 트렁크는 힙합 패션의 대부인 대퍼 댄이 디자인했으며 재질은 가죽이다. 신발은 리복에서 제공 받았으며, 양말과 입장 시 착용하는 모자는 그의 개인 브랜드인 TMT(The Money Team)의 것을 사용한다. 반면 파퀴아오는 트렁크, 부츠, 양말, 입장 가운 모두 나이키에서 제공받는데, 그의 트렁크에 새겨진 6개의 스폰서 로고들로부터 받는 후원 금액은 225만 달러(24억)라고 한다.
⑦ 공식 맥주 스폰서
: 공식 맥주 스폰서는 560만 달러(60억)을 후원하는 멕시코 기업 테카테(Tecate)가 차지하여 링 바닥의 로고와 홍보 광고 어디에서든 로고를 노출시킬 수 있게 됐다. 코로나와 경쟁했던 테카테는 520만 달러를 써낸 코로나보다 40만 달러를 더 쓰고 공식 스폰서 타이틀을 획득하게 된 것.
계약 사항
Contract Facts
① 경기 장소는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
파퀴아오 측에서는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 있는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MGM Grand Garden Arena)가 아니라 텍사스주 달라스에 있는 달라스 카우보이 스타디움(Dallas Cowboys Stadium)에서 열리길 바랬다. 거기가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고, 파퀴아오는 달라스 카우보이 스타디움이 편했기 때문. 그러나 메이웨더가 텍사스주에서 싸울 의향은 전혀 없다고 거절했다. 마이크 타이슨이 에반더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 뜯었던 경기장이 바로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인데, 최근 11번의 경기를 여기서 치른 메이웨더에겐 안방이나 다름 없는 곳이다. 그렇다고 파퀴아오에게 이 경기장이 낯선 곳은 아니다. 오스카 델 라 호야와의 경기를 여기서 치뤘기 때문.
② 메이웨더는 챔피언 대우, 파퀴아오는 도전자 취급
경기장 선정에서도 그렇지만 그 이외의 여러 계약 사항들을 보면 메이웨더는 챔피언 대우를, 파퀴아오는 도전자 취급을 받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포스터를 보면 알겠지만 파퀴아오 대 메이웨더가 아니다. 메이웨더 대 파퀴아오다. 메이웨더의 이름이 먼저 나온다는 것. 이 글의 제목도 메이웨더 대 파퀴아오라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원래 제목은 필자가 파퀴아오를 응원하기 때문에 파퀴아오 대 메이웨더였다. 또한 링에 오르는 순서는 메이웨더가 나중이다. 이 또한 챔피언 입장과 동일하다. 도전자가 먼저 링에 올라가고, 챔피언이 나중에 입장하니까.
이 뿐만이 아니다. 링에서 선수 소개를 할 때도 메이웨더를 나중에 소개한다. 게다가 자신의 링 코너를 어디로 할 지, 라커룸은 어디로 할 지 등도 메이웨더가 우선권을 가진다. 5체급 석권의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메이웨더지만 파퀴아오의 입장에서는 좀 너무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이에 대해 파퀴아오는 그만의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얘기했다.(꼭 이렇게 얘기한 건 아니고, 의역한 거다.)
"(웃으면서) 농담인데, 사형수한테는 원하는 걸 다 줄 수 있잖아요.
사형 직전에 해달라는 거 그거 못 해줄 건 없잖아요.(웃음)"
③ 올림픽 스타일 약물 테스트
계약이 성사되기 전까지의 과정에서도 언급했듯이 약물 테스트가 둘 사이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도 파퀴아오가 메이웨더가 원했던 방식 모든 걸 다 수용했다. 파퀴아오가 중립적인 기관에서 약물 테스트를 하자면서 꺼려했던 USADA에서 약물 테스트를 하기로 했고, 경기 전에 랜덤하게(불시에) 혈액 검사 및 소변 검사를 할 수 있고, 경기 직후에도 약물 테스트를 해야 한다.
④ 자신이 원하는 글러브 선택
웰터급 통합 타이틀 매치로 치뤄지는 이번 경기에서 둘은 모두 8온스(227g) 글러브를 착용하는데, 글러브의 브랜드는 각자가 선택하는 걸로 합의했다. 복싱은 글러브를 착용하고 임하는 경기인지라 선수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파퀴아오의 경우, 그에게 프로 전적에서 세번째 패배를 안겨준 에릭 모랄레스와의 경기에서 착용한 위닝이란 글러브에 대해 자신이 즐겨 착용하는 레예스(Reyes) 글러브와 달리 베게처럼 너무 푹신해서 상대에게 충격을 주지 못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메이웨더도 그렇다. 마르코스 마이다나와의 경기에서 마이다나 에버래스트 MX 글러브를 사용했는데, 손가락 제2관절과 제3관절 사이에 해당하는 부위의 패딩이 충분하지 않아 경기 중 불편함을 호소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사상 초유의 액수가 걸린 경기인만큼 둘 모두 최상의 컨디션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글러브도 자신이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메이웨더는 '그랜드 글러브'를 선택하여 이를 커스텀하였고(색상이나 그런 부분만), 파퀴아오는 빨간색 '클레토 레예스 글러브' 기본형을 선택했다.
⑤ HBO & Showtime
파퀴아오와 계약 관계인 HBO, 메이웨더와 계약 관계인 Showtime. 원래 메이웨더도 HBO와 계약 관계였는데 경쟁사인 Showtime에서 돈을 많이 준다 하여 그 쪽으로 옮겼다. 그의 별명이 Money 아닌가! 그래서 중계도 공동으로 하게 되는데, 중계 아나운서의 경우 HBO에서 한 명, Showtime에서 한 명, 해설위원은 HBO에서 배치했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락커 룸 인터뷰 또한 HBO, Showtime이 각각 한 명씩 맡기로 했고, 세계 최고의 링 아나운서라 불리는 마이클 버퍼는 HBO 측에서, 마이클 버퍼 다음으로 넘버 2라 일컬어지는 지미 레논 주니어는 Showtime 측에서 제공하여 링에 오른다. 업계 최고라 불리는 두 명의 링 아나운서가 동시에 링에 오른다는 것 또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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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필자가 죽기 전까지 이 정도 큰 규모의 복싱 경기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싶다. UFC와 같은 격투기란 대체제가 상승세를 타고 있고, 권투는 하락세다 보니까 말이다. 물론 아직까지 종합격투기는 권투에 비할 바 못되지만, 이번 경기는 두 선수가 지금껏 쌓아온 수십년의 커리어 덕분이라는 점과 이제 둘은 은퇴를 앞둔 시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렇다. 복싱 선수가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는 경기로부터 파생되는 수익의 많은 부분을 선수에게 돌리기 때문인데, 관심이 줄어들고,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면 이런 규모의 경기는 열리기 힘들 테니까.
그래서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경기가 더 의미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들에게는 선수 생활을 통틀어 지금까지 가장 크면서 마지막이 될 빅매치겠지만, 복싱 팬들에게는 이 정도의 빅매치는 복싱계에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큰 규모 덕분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에는 성공한 거 같다. 이젠 그런 관심에 부응할 정도로 멋진 경기를 두 선수가 보여주길 바랄 뿐. 누군가가 쉽게 이기기보단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가 되길 바라는 건 메이웨더, 파퀴아오의 팬이라고 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 이 글은 스티코 매거진(http://stiblish.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