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적은 사람이 위대한 학자이건 누구건 간에 책은 책 내용으로만 말을 해야 한다. 즉, 책 내용을 보고 대단하다 할 만하면 대단하다고 얘기할 것이지 저자의 배경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을 내는 저자는 당연히 자신의 배경 중에서 드러내려고 하는 것만 드러낸다.
그 이유는 책을 사보는 이 시대의 대다수 사람들의 눈에 맞추는 것이다. 물론 배경이 좋은 경우에는 그만큼의 대가가 있으려니 하는 생각도 맞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람들은 그로 인해 책 내용보다는 누가 썼느냐에 따라 좋은 책 나쁜 책이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본질을 파악하고 저자에 대한 판단이 된 상황이 아니라면 자칫 오류를 범하기가 쉽다.
가끔씩 인터넷 서점에서 리뷰를 보곤 하는데, 나 또한 싫어하는 자기계발의 대가라고 불리면서 1년에 여러 권의 책을 내는 저자가 있는데 이 저자의 책에 대한 비판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촌철살인같이 아주 조목조목 따진 경우도 있었는데 그 노력이 참으로 가상하다고 생각이 든다. 뭐랄까 대리만족이랄까?
이름이 브랜드화되는 시대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땅덩어리에서는 한 번 뜨면 그만인 세상이라 연예인들도 한 번 뜨면 평생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한 번 뜨려고 발악을 한다. 저자들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몇 권의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가진 생각의 깊이가 새로운 책이 거듭해서 나올수록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바닥이 났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깊이가 없다.
논어의 주인공인 공자도 사람이요, 성경의 주인공인 그리스도도 사람이요, 불경의 부처도 사람이다. 그들의 논리가 무엇이든 간에 시대의 상황을 반영해야 하고 지금 시대에 맞는 것을 써야 하는 자기화가 필요한 것이다. 즉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이라는 얘기다. 단지 자신이 믿는 거라 하여 다른 것을 배척하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니며, 그런 종교적인 문제가 결국 책에 대한 맹신과도 똑같은 것이다.
책의 저자가 누구이건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하며,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배우고 자기것화 시키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책 내용에 대한 이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독자의 자기것화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을 하고 읽어야 한다. 비판할 수 있는 논리가 없다면 몰라도 그런 생각조차하지 않고 단순히 베스트셀러니 좋은책이니 말하는 것은 그만큼 마케팅에 휘둘리는 것 밖에 안 된다.
책을 맹신하지도 말아야 하며, 책 내용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하여 그 사람을 맹신할 필요도 없다. 책은 책 내용만 보고 해석해야 하며, 또한 해석의 과정에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독자들의 생각이 더 중요한 법이다. 책 내용을 있는 그대로 읽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짓이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상 생각하고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과 함께 비판하면서 읽어야 한다.
비판을 하지 않고 읽는다는 것은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적절한 비판에는 비판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 근거는 논리정연해야 하기 때문에 쉬이 되는 부분이 아니다. 결국 그러한 비판을 하는 과정 속에서 생각을 구체화시켜 나가게 되고 이러한 과정이 결국 자기것화 시키는 과정이요 스스로 생각을 더 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결국 책을 올바로 읽기 위해서는 비판을 해야 한다. 소설이 아닌 이상 비판을 하면서 읽어야만 비로소 그 책을 자기것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어떠한 하나의 책에 있어서 누구는 좋다 누구는 별로다 얘기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와 그들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읽어서 뭔가를 얻었다고 다른 사람이 읽어서 내가 얻은 것을 똑같이 얻을 수는 없다.
같은 책에서 상반된 입장이라 하여도 자신과 똑같은 경험을 하고 살아온 사람은 없기에 그 입장이 논리정연하다고 한다면 충분히 동의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아주 단초적인 얘기들로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것은 그만큼 깊이가 없는 독서라는 것이다. 물론 독서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 다독을 하는 과정이라면 몰라도 진정한 다독은 기본적으로 사고를 동반한 다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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