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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보면 별의별 사람들 만나게 된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의 범위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 경우에는 나는 상종 자체를 안 한다. 매우 이기적이고 자기 돈 버는 거에만 관심 가지는 이들이 많은데, 그런 경우는 그래도 다 그러니까 이해라도 하지만 제품이나 서비스 개선할 생각은 안 하고 오직 포장해서 돈 벌려고 하는 데는 아예 상종을 안 한다. 본질이 중요한데 말이지. 근본이 잘못된 거여 그런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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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케팅하면서 잘 안 하려고 하는 데가 있다. 대기업이다. 다른 데는 대기업 꺼 따서 포트폴리오를 그럴싸하게 만들면서 자신들의 실력을 뽐내고 싶어하겠지만, 나는 해보면서 느끼는 게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거다. 갑과 을의 관계. 나는 파트너로서 일하고 싶지 시키면 하는 갑과 을의 관계로 일하고 싶은 생각 없다. 그럴 거 같으면 지네들이 다 기획하고 견적만 물어보든가. 고생은 고생대로 시키면서 약속은 어긴다니까. 그래도 인정은 받았지. 내 분명 시작할 때 아주 아주 저렴한 가격에 불가능해보이는 목표치를 제시했고, 그걸 해냈거든. 이후 다른 업체가 맡아서 1년을 했는데, 비교되는 모양이더라. ㅋㅋ 큰 업체라고 잘 하는 거 아녀. 나도 그거 할 때는 6군데랑 경쟁 PT 해서 딴 건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참 돈벌이는 못하는 거 같다. 남들은 이런 거 갖고 돈 지르는데 내가 볼 때는 그거 일 같지도 않은 거 뭐 얼마를 불러야 하나 그런 생각이 많았거든. 그래도 그런 경험들을 통해서 나도 현실에 맞춰가게 되는 거 같다. 어찌보면 내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지르는 애들 보고 저 새끼들 돌았네. 그거 하는데 그렇게 돈이 들어가? 그랬던 거 같다. 다른 사람들은 다 그렇게 하는데 나만 그렇게 안 했던 듯. 그러니 내가 병신이지. 마인드가 있다? 누가 알아주는데. 누가 꼭 알아주라고 그랬던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 돈 문제에 있어서는 나는 좀 너무 기준이 잘못되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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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클라이언트 중에 한 군데 대표님이 나와 이런 저런 얘기 나누는데 이렇게 얘기하더라.
일을 의뢰했는데 때로는 내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때로는 내가 쓴 금액에 대한 기대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일의 결과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신뢰가 중요하다. 이 사람은 분명 신뢰할만한 사람이고, 훗날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어줄 사람이라는 믿음. 그게 중요하다.
솔직히 나 이 말 듣는데, 참... 울컥하더라. 왜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정말 힘든 세상이니까. 말만 그럴 수도 있다? 겪어보면 알잖아. 정말 말만 그런 건지. 그래서 언행일치가 중요한 거고.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본 최고"라는 얘기를 해주는 것만도 감사한데 이런 마인드까지 갖고 있다니. 참 제대로 된 분이시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