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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삼국지(95부작) vs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49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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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부작 <삼국지> 중국 드라마를 다 보고 이제 49부작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 일본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는 이제 1편만 봤는데, 1편만 봐도 <삼국지>와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 두 드라마의 차이가 확연하다. 그 차이는 마치 '삼국지'와 '대망'의 차이와도 같다.

#1
일전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중국애들은 뻥이 좀 쎄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영웅들을 과장되게 표현하곤 하지. 그렇지 않은 영웅도 있다? 아마 홍콩 영화일 거다. ㅋ 여튼 마찬가지로 내가 '삼국지'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엄밀하게 말하면 나관중이 지은 소설 '삼국지연의'를 말하지. 이를 기반으로 그냥 표현만 바꾼 게 이문열의 '삼국지'인지라 나는 이문열 그닥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생각있고 의미있는 작업이라면 정사에 충실하면서 재미나게 쓰는 거라 보고, 그보다 더 의미있는 작업이라면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뭔가를 찾아서 '삼국지연의'와 같은 소설을 적는 게 낫다고 본다. 고로 내 기준에서는 뛰어난 문필가라기 보단 돈을 많이 번 소설가에 지나지 않는다.), 재미는 있지만 뻥이 심하다는 거.

내가 누차 얘기하지만 역사 소설을 그렇게 적게 되면 많은 이들이 왜곡된 역사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조조는 나쁜 놈, 유비는 좋은 놈 이렇게 생각하기 쉽고, 무장들의 서열이 나뉘어지게 되는 거다.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생기게 마련. 세상에 어떤 누가 항상 옳고, 어떤 누구는 항상 그른 법 없다. 상황에 따른 상대성이 존재하는 법이고, 또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언행을 하기도 하는 게 현실인 법. 나관중이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은 거짓, 과장을 일삼으면서 좋게 그리고 있기에 거기에 말려든 거에 지나지 않는다.

한 가지. 여기서 말하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재미가 없다거나 관련 얘기하길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대망'과 같은 다른 거에 비해서 급이 낮다는 의미다.

#2
이는 드라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95부작 <삼국지>는 삼국지연의를 기반으로 했기에 그럴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공공연하게 알려진 뻥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는 있었던 사실에 충실하려고 했던 느낌. 그건 전투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의 전투는 마치 개싸움을 보는 듯하고, <삼국지>의 전투는 무협 영화 액션씬을 보는 듯하다. 내가 이렇게 주먹 뻗으면 니가 이렇게 피하고 이런 식의 짜여진 액션 같은 느낌.

#3
역사 드라마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우리나라 사극에서 보면, 왕의 침실이나 그런 게 화려하게 그려지고 있지만, 경복궁 가봐라. 실제로 보면 정말 이런 데서 왕이 잤다고 하기에는 믿기 힘들 정도로 조그만 방이었다. 그만큼 검소했다는 얘기. 뭐 이 정도야 이해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이지만,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만들어내고 그러면 그건 좀 아니잖아. 삼국지연의가 그렇다는 것.

#4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에 대한 평이 좋던데 좋을 만하다 본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중간 중간에 당시 상황에 대한 내러티브가 나오니 괜찮더라고. 다만 '대망'을 읽은 지가 좀 되다 보니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서 잘 모르겠다는 거. '대망' 읽고 나서 보면 쏙쏙 들어올터인데. 쩝.

#5
<삼국지>를 보면서 내가 포스팅한 거 보면, 사람이 그럴 수 없다 뭐 그런 표현도 있었던 거 같은데,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는 다르다. <삼국지>에서는 뭐 걸핏하면 50만 대군 뭐 이런 얘기가 있는데 과연 정말 그럴까 싶은 의구심이 들어. 중국인들의 성향을 봤을 때 부풀려진 얘기 같다. 50만이라면 내가 사는 일산 아니 고양시 전체 인구의 반이다. 상상하기 힘든 정도의 숫자. 한 종합 대학교의 학생들 전체가 어느 정도 되지? 5천? 1만? 근데 <삼국지>는 걸핏하면 몇 십만 그러거든.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의 첫 편인 세키가하라 전투. 동군과 서군이 나눠서 싸웠던 대전투인데 참여한 인원들을 보면 어디에 몇 천. 어디에 몇 천. 좀 대군이다 하는 데가 1만 몇 천. 많아봐야 3만 안 되는. 그 정도 수준이다. 양쪽 다 합쳐서 20만 좀 안 되었던 거 같은데, 일본이 중국보다 작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을 수 있어도 어디 중국이 넓다고 중국 전역에서 군사들 한 군데 모여서 싸울 수 있나. 오히려 넓기 때문에 그러기 힘들다. 

#6
개인적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란 인물을 그닥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지라(난 별로 매력을 못 느끼겠더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난 다음부터 벌어지는 일이라는 게 아쉽다. 난 도요토미 히데요시 전에 오다 노부나가, 다케다 신겐 이런 인물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역사라는 게 보면 꼭 나중에 태평천하를 이루고 나서 세습을 시킨 이가 '옳다!' 혹은 '맞다!'는 식의 답을 내리는 듯 보이나, 그 전에 오다 노부나가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있었기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럴 수 있었다는 걸 도외시하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한 인물의 매력은 그가 이룬 업적으로써 볼 게 아니라 그 인물이 가진 고유의 성향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본다.

오다 노부나가는 남다른 인물이었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시대와 운이 따라준 인물이었다 생각한다. 나는 '대망'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 '삼국지'에서 유비 같은 인물에는 전혀 매력을 못 느껴.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 역을 맡은 배우를 봐도 별로 매력을 못 느끼겠고. 카리스마가 없으. 난 캐릭터가 뚜렷하고 색깔이 있는 사람이 좋다. 그러니까 지금 현실로 따지자면 나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보다는 자기만의 스타일대로 사는 사람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는 얘기.

#7
1편만 봐도 느낌이 이런데... 혹시 아직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 안 본 사람 있으면 추천. 만약 그대가 '대망'('도쿠가와 이에야스')을 읽었다면, 강력 추천.